감기 네 이노옴!

135 걸음

by 고성프리맨

지독한 감기. 머리가 하루 종일 어질어질하니 도무지 집중이 되질 않는다.


'여기저기 바람 쐬러 다닌 대가를 확실히 치르는군.'


아프기만 하면 늘 그렇듯 아프지 않은 상태가 그리워지는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느낌이 든다. 몸의 컨디션 관리를 정말 잘하는 분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름 조심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도 정기적으로 걸리는 병을 피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


어딘가에 처박아 놨던 약 한 뭉터기를 꺼내, 내 맘대로 증상을 떠올리며 입에 한 움큼 털어 넣었다. 몸에 어떤 적절한 효과를 일으킬지는 모르겠지만 약을 먹었다는 [플라시보 효과]도 무시하지 못한다. 가끔은 믿음이 기적을 낳기도 하는 터라 부디 약의 효능이 내 몸에 강림하기를.


"나도 아파봐서 아는데 오빠는 엄살이 너무 심해. 조금만 아파도 참지를 못하고."


헤롱거리는 내 모습에 아내의 샐쭉거리는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생각해 보니 나보다 먼저 감기에 걸려 하루종일 생강차를 달여 마시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비법 생강차를 혼자서 독차지했잖아?!'


"누가 마시지 말라고 협박함? 아파도 다 참고 견뎌내는 것이니라. 불쌍한 중생아. 머리가 아프면 타이레놀 복용하고 생강차 좀 마셔. 이 가장님께선 출근했다 올 터이니."


그래. 저렇게 아픈 몸을 이끌고 아내는 출근도 하는데, 집에서 있는 내가 이러고 있어선 안되지. 게다가 오늘은 주말이라 아이들도 집에서 부대껴야 하는 날이고.


새벽같이 일어난 아이들은 어느샌가 자신만의 파티를 흠뻑 즐기고 있었다. 오히려 헤롱거리며 힘을 잃은 내 모습 때문에 호통 들을 일 없이 신나게 게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리라.


"끼얏호우‼️"


비틀거리며 거실로 나오는 내 모습을 슥-하고 한번 쳐다보더니 눈치를 슬슬 살핀다. 아마 벌써 몇 시간째 게임을 했던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겠거니.


"배고파요."

"..."


게임은 게임이요, 밥은 밥이로다. 아무리 게임을 열심히 해봤자 밥 먹여 주지 않는다는 지극히 평범한 사실을 눈앞에서 마주했다.


아침 식사는 늘 간단히 차리는 편이다. 요새는 주로 아내가 출근 전에 차리는데, 차로 출근을 시켜주는 대가로 딜을 성공했기 때문이다.


보통 아이의 아침 식사는 간단하다. 한국에 살아서 한식을 먹긴 하는데, 반찬도 없고 주로 원푸드에 가깝다. 즉 주먹밥, 토스트, 간장계란밥 같은 단순하고 간단한 음식이 주를 이룬다. 물론 최근 흑백요리사에서 봤던 [히든 알리오 올리오]처럼 단순한 메뉴에도 혼과 맛을 갈아 넣는 음식도 있지만, 우리 집 아침을 그 정도로 차려 본 적은 없었다고 실토한다. 그저 맛있게 남기지 않고 먹어주기만 해도 감사할 따름이다.




"오늘 글 쓸 거야? 머리 아프잖아."


순간 고민이 들었다. 편한 걸 찾아가는 게 본성인 양 '쉬고 싶어.'라는 마음이 크게 파도쳤다. 늘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해서 하는 얘기지만 누가 칼 들고 쓰라한적은 절대로 없다. 단지 나 혼자 기분이 싱숭생숭해지는 것이랄까. 마음의 고민과 달리 입으로는 덤덤히 말을 꺼냈다.


"일단 해보고. 안되면 어쩔 수 없고."

"아주 지 일은 알아서 잘도 챙기네. 내 일도 좀 그렇게 도와봐."


가볍게 묵묵부답으로 응수했다. 불리한 진술엔 언제나 [묵비권]이 유효하다는 걸, 그간 누적된 데이터와 분석으로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시간이 더 지나가면 아내가 나의 묵비권을 가지고 물고 늘어질 타이밍 즈음해서 겨우 직장 앞에 도착했다.


"잘 다녀와‼️"


뭐라 반박할 시간을 놓친 아내는 오묘한 표정을 지으며 차에서 내렸다.




몽롱하다. 취기와도 살짝 비슷한 느낌이지만 어딘가 코가 맹맹하고, 머리가 지끈지끈 거린다. 눈은 살짝 충혈되었고 코는 벌에라도 쏘인 듯 부풀었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 꼴을 하고 가족 외에 누군가를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일단 아침을 간단히 차려 먹은 후, 아내의 만병통치약인 [생강차]를 끓여 마셨다. 알싸하고 따뜻한 느낌이 목구멍을 타고 기분 좋은 느낌을 선사해 준다. 누워 있을 때는 입으로 숨을 쉬는 통에, 목젖이 말라 있는 기분 나쁜 느낌이 강했는데, 일어나서 활동을 하니 한결 나아졌다.


'아픈 건 내 사정이지.'


내가 아픈 것과 무관하게 세상은 오늘도 일상이 펼쳐졌다. 나 외의 다른 사람들도 자신만의 하루를 살아내고 있겠지.


쓰기 전엔 무엇을 쓸지 고민이 상당했는데, 그 고민의 과정도 쓰다 보니 이렇게 한 편의 글로 재탄생하고 있다. 확실히 행동해야 결과물이 나온다는 걸 재차 깨달았다.


오늘은 조금 더 내게 휴식을 줄 생각이다. 늘 과할 정도의 휴식을 얻고 있지만, 오늘은 조금 더 특별한 휴식을 스스로 부여해 보겠다.


다들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 잘 챙기시길. 아프면 나만 손해임을 명심 또 명심하자. 그리고 되도록이면 목표한 일은 미루지 말고 해봄을 조심스럽게 권해본다.


'나 혼자만 당할 순 없잖아요. 안 그래?'


아니다. 헛소리가 잠시 튀어나왔다. 여하튼 10월 6일 오전 09:00 힘차게 아니 조금 소극적이게 오늘 하루를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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