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안녕하신가요?

141 걸음

by 고성프리맨

200세대가 좀 넘는 20년 이상된 아파트. 복도식의 구조가 요즘의 선호하는 건축물 추세와는 다름을 확연히 느끼게 해 준다. 바닷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으며 밤에는 밀려드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잘 수 있는 곳. 나는 이곳, 내가 살고 있는 동네를 좋아한다.


아침이면 새가 지저귀고, 공기가 맑은 탓에 언제나 설악산과 울산바위를 볼 수 있다. 도시에서 지낼 때와 다를 바 없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주를 이루지만, 가끔 산책을 할 때면 비로소 살고 있는 곳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이곳으로 이사 와서 병을 고쳤어요."


많지는 않아도 간혹 노부부가 이사와 병이 나았음을 얘기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공기의 질이 바뀐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건강이 좋아지는 것일까? 그 상관관계까지 자세히 알지는 못하는 까닭에 그럴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며 넘겨본다.


생각해 보면 나도 이런저런 고질병이 몇 개 정도 있긴 했다. 대표적인 나쁜 증상은 [점액변]이었다. 처음 이 증상을 눈치챘을 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었다. 아버님을 대장암으로 여의었기 때문에 특히 장과 관련된 약간의 증상에도 예민함의 크기는 순식간에 부풀려졌다.


"저.. 선생님.. 괜찮겠죠?"


떨리는 목소리로 애써 덤덤한 척 질문을 했다.


"예. 뭐 지켜봐야죠.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이에요. 식습관적인 문제도 있을 거고. 뭐 상투적인 말이지만 휴식이 필요합니다. 뭐 당연하게도 휴식을 길게는 못하시겠죠?"


그런 말을 건네는 의사의 얼굴도 피곤해 보이기는 매한가지였다. 평일에 진료받을 시간이 안 되는 입장에선 토요일 낮시간까지라도 열어주는 동네 의원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렇게 우리는 쉴 수 없는 처지임을 알면서도 그저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언제나 건강에 대한 염려가 많았기에 이를 떠나서도 건강검진을 철저히 받는 편이었고, 조금만 몸이 상한다 싶으면 병원을 찾아가 약을 타 먹었다. 하지만 꾸준히 검진받고 약을 먹는 것만으로는 몸이 나아진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당연하게도 운동 같은 건 병행하지도 않았으니 딱히 큰 노력을 했다고 볼 수도 없겠다.


처한 환경에서 할 수 있는 우선적인 건강관리법을 떠올려봤다.


1. 술을 마시지 않는다.
2. 야식을 먹지 않는다.
3. 밤을 새우지 않는다.
4. 고기를 줄인다.
5. 채소의 주식화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전에도 한번 쓴 적이 있긴 한데. 현재 난 [술]을 마시지 않는다. 물론 어쩌다 한 모금 정도 권하는 상황이 온다면 맛 정도는 볼지도 모르겠지만 굳이 그러고 싶지도 않다.


미성년자에서 성인이 될 때도 합법적으로 [금주령]이 풀렸건만 그다지 기대가 되진 않았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존재하겠지만, 간단히 정리해 보면 그냥 술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고 보면 될 거 같다.


그래서인지 술을 마시지 않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었다. 다만 사회생활에서 술이 하는 역할이 어느 정도는 있기에,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건 어느 정도 타인과의 거리를 두는 행위가 되긴 했었다. 모두가 취하는 상황에서 혼자만 멀쩡한 정신을 지키고 있는 이가 있다는 게 누군가에겐 소름 돋는 일이었을 수도 있겠다 생각한다.


[야식]을 먹지 않기로 한 것도 그렇게 어렵진 않았다. 애초에 소화력이 약했기 때문에 저녁 늦게 뭔가를 시켜 먹거나 만들어 먹는 건 손에 꼽는 일이었다. 그래도 가끔은 일에서부터 오는 스트레스 때문인지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려진 허기가 나를 잠식할 때가 생겼었다. 그럴 땐 뭔가에 홀린 듯 먹지 않고서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폭식을 해버리곤 했는데, 정신을 차렸을 땐 쓰디쓴 후회의 감정만 휘몰아쳤다.


야식을 아예 안 먹는다고는 못하겠다. 간혹 쿠키 하나 정도를 먹을 때도 있다. 아니면 과일을 몇 조각 먹거나. 그래도 죄책감이 들거나 거북함이 느껴질 정도의 폭식은 하지 않고 있으니 이 또한 잘 지켜지는 건강관리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20대 때엔 밥먹듯이 밤을 새웠었다. 평균적으로 자는 시간이 새벽 3시를 넘겼었던 거 같다. 게임 때문이었던 적도 있고, 단순히 잠이 안 와서 뭔가를 하다 보니 시간이 흘러가 버렸었다. 다음 날이 되면 몸 전체가 무거웠다. 그래도 일을 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눈을 뜨고 뭔가를 치긴 하는데, 당연히 효율이 좋지 않았다. 결국 성과가 좋지 않아 야근을 하게 되고 다시 또 늦게 자고 가 반복됐다.


'이대로는 안돼.'


깨달음은 한순간에 찾아오는 것인가. 이대로 살다 보면 제명에 못 살지도 모르겠다는 경각심이 들었다. 몸에서 보내는 지금의 신호를 무시한다면 분명 큰 변이 닥치리라. 그 뒤로는 어쩔 수 없이 불면증상이 찾아올 때를 제외하고는 늦어도 1시에는 잠에 들려고 한다. 이 시간도 그리 이른 시간은 아니겠지만 예전보다는 확실히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고기.. 삶을 통틀어 나의 식습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재료다. 어릴 땐 삼시세끼 고기반찬 없인 밥 먹기를 거부하거나 투정도 부렸었다. 아버지 또한 열렬한 고기팬이었기에 절대로 고기반찬 없는 밥상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채소는 먹지 않았으며 먹는 고기의 양은 점점 늘어갔다.


언제나 유지될 거 같던 소화력이 급감하기 시작하자 어쩔 수 없이 고기를 줄여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채식과 생선을 선호하는 아내를 만나서 식습관이 변하게 된 것도 있다.


지금도 고기를 먹으면 참 맛있다고 생각하지만, 확실히 과거보다 고기량을 줄이니 여러모로 좋은 점이 많은 거 같다.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지금 먹는 고기량에서 절반 이상 더 줄여보는 것이다.


"채소만 먹고살 수 있어요?"


매 끼니를 채소만 먹는다고 하면 며칠이나 먹을 수 있을까? 그래도 사흘 정도는 가능하지 않겠어?


실험해 본 적은 없지만 아마 하루만 지나도 고기나 생선을 찾게 될 게 분명하다. 마음과 달리 혀가 익숙하고 그리운 음식을 찾을 거라 생각한다.


딱히 채식을 하겠다고 선언할 필요는 없을 거 같다. 채식만 해야 된다는 주된 이유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고기를 많이 섭취했을 때의 더부룩함을 떠올려 본다면, 채식과 육식의 비율을 8:2 정도까지 바꿀 의향은 있다. 현재의 식단을 평가하자면 4:6 정도의 비율이라고 생각한다.




조용히 지내며, 건강을 신경 쓰는 것이 주는 행복함이 있다. 머리를 가볍게, 몸도 가볍게 만들려는 노력은 삶의 모습도 바꿔준다.


'혹시 뒷방 늙은이화 되어가나?'


그렇진 않을 것이다. 설령 그렇게 된다 해도 그게 나쁠 일일까?

연고가 없는 곳에서 조용히 나에 대해 집중해 볼 수 있는 시간이 존재한다는 것 또한 행운 아닐까?


그래도 적적해질 때마다 내게 글이 있음을 다행으로 여긴다. 도저히 쓰지 않고서는 편해지지 않을 땐 지금처럼 쓰고,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한 태도를 받아들이고 싶을 땐 시판된 글을 읽는다.


단순하게 사는 것. 딱히 그런 삶을 꿈꿔본 적은 없었지만 내게 주어진 삶. 지금의 삶을 어찌하면 더 가치 있게 살 수 있을지를 고민하자. 삶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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