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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성프리맨 Nov 12. 2024

FOMO의 시대

2

Fear Of Missing Out 줄여서 [FOMO].


아침부터 영어로 시작하는 이유는 뭐랄까.. 현실적인 상황의 글을 쓸 때 약간은 있어 보이고 싶었달까? 사실 이렇게 쓴다고 해서 없던 유식함과 지혜가 갑자기 생기지는 않겠지만 약간의 노력이라고 봐주셨으면 좋겠다.


- 갑자기 웬 포모?


예상하셨을지는 모르겠지만 바로 [암호화폐] 때문이다.


- 역시 그럴 줄 알았어. 하필이면 도박 같은 돈놀이에 꽂히셨구나~


그렇게 조롱까지 하실 필요는.. 사실 암호화폐와의 연은 30대 초부터 있었다. 어쩌다 보니 비트코인이라는 실체 없는 코인을 알게 되었고 마치 다단계에 걸려들듯 내 돈을 약간 갖다 바쳤었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몇 십만 원 내외의 수익을 얻고는 "이제 탈출이닷‼️"이라며 팔아버렸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오늘의 시세를 보게 됐다.


124,208,000원.. 어? 1억 2천만 원??


세상에. 투자의 세계에서 버티지 못하고 엉덩이 가볍게 떠난 자는 그저 눈물을 머금고 시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로구나.


한때 보유했었던 비트코인이었지만 이제는 한참 전에 내 품을 떠나 훨훨 날아다니는 저 모습을 보니 괜히 마음이 울적해졌다. 내 것이 아니었다고 애써 덤덤해지려 노력할수록 안타까움은 커졌다. 마찬가지로 내 주변에 있던 동료 중에도 그렇게 떠나보낸 코인들 때문에 우울해진 사람이 꽤 많았다.




현재는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알트코인도 동시에 빨갛게 달아오르는 중이다. 미 대선 결과와 맞물려 오른다는 얘기도 있지만, 단순히 그것은 여러 기폭제 중 하나였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몇 년 전 코인이 폭등하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


'보유한 자와 구경하는 자..'


난 구경하는 자였다. 그저 화려한 불꽃놀이를 보며 언젠가 다 타버려서 원래의 하늘이 나타나게 될 거라고 생각하며 뛰어들기를 주저했다. 그렇게 된 이유는 그 이전의 투자 실패와도 연관이 있긴 하지만, 일단 그런 사소한 이유는 제쳐 놓자.


구경꾼인 나의 바람과 달리 불꽃놀이는 몇 시간, 아니 몇 날 며칠, 어라?? 몇 달이 지나도록 끝이 나질 않는 것이었다.


"이렇게까지 불꽃놀이를 즐긴다고? 세상이 미쳤나 봐. 다들 정상이 아니야!"


뇌 하나에 의존해 살아가는 필부인 내가 집단지성의 움직임을 감히 비정상이라고 했겠다? 유행에도 뒤쳐지고 투자라고는 겁이 나서 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처한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코인 상승이 빨리 끝나 내 마음이 편해지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옹졸하다고 해도 별수 없는 게, 태생이 그런 사람인 것이다.


최근 며칠 사이 코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이미 미친듯한 상승률을 기록한 코인도 보이고, 비트코인처럼 절대가격이 스스로 허들이 되어 높이 나는 새가 되어버리기도 했다.


1억 2천만 원이라는 가격은 함부로 1 BTC를 지를 수 없게 만드는 가격이다. 마찬가지로 싸구려 코인들은 왠지 사기 같은 느낌 때문에 오르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면서도 살 수가 없다. 그렇다면 다시 또 선택을 해야 한다.


구경꾼 시즌2로 보낼 텐가? 아니면 난파선이 될지도 모를 도박 속으로 뛰어들 텐가?


하지만 미친 듯이 바쁘게 움직이는 숫자의 흐름을 보며 내 손가락은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높은 상승률로 올라버린 탓에 왠지 내가 구매하는 순간 폭락해 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하는 탓이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투자금]이 없다.


- 돈도 없으면서 뭘 한다고 정말..


내 말이.




시간이 지나 봐야 알 수 있다. 이번 시장의 흐름은 과연 어떻게 흘러가고 어떤 결과를 내게 되려나. 궁금하기도 하고 결과가 나왔을 때 크나큰 상실감에 빠져 있을까 봐 슬프기도 하다.


누군가는 지금의 기회 속에 한 단계 더 높은 부의 영역으로 이동할 것이 분명하고, 어떤 이는 뒤늦게 투자 후 실패를 겪게 되겠지. 결국 세상 모든 이가 이븐 하게 부자 되는 길은 없는 것이다. 막상 모두가 부자 되면 행복할 거 같지만 자본주의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구조로 움직이는 게 아닌 까닭이다.


여하튼 참 고민이 많이 된다. 몇 년 간 관심도 없던 코인 시장을 바라보고 있는 날 보며 "이런 나도 지켜볼 정도면.. 이미 끝물 아닌가?" 싶기도 하다. 뭐든지 정보나 투자는 다수보다는 소수일 때 가져갈 게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별 수 없다. 지켜보며 감내하든가 아예 관심을 끊든가. 하나 난 나 자신을 잘 안다. 한번 관심이 생긴 이상 대차게 끊어내지 못하리라는 것을.


FOMO의 시대에서 나란 개인은 어떻게 마음의 평온을 유지할 수 있으려나 심히 고민이 된다. 부디 현실계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이상 포모(FOMO)가 노모(No more)어 해질 날을 기다려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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