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살, 더 이상 혼자 살기 싫은 송정희 씨 7

by 고성프리맨

“이제 손 좀 놔줄래요?”


인호 씨가 살짝 부끄러워하며 손을 놓는다. 그 모습이 조금 귀여워 보였다. 그래서 이번엔 내가 다시 손을 잡았다. 깜짝 놀란 인호 씨가 쳐다본다. 어색함에 배시시 웃었다.


”고마워요.”

”손잡아준 게요?”

”아.. 아니요. 무슨. 뭐 먹고 싶은 거 있어요?”

”불로만 치킨이라고 아까도 말했는데요?”

”아 그렇구나! 하하. 근데 불로만은 가게에서 할 수가 없긴 한데..”

”있는 재료로 만들어주세요.”


아무튼 어색함을 겨우 벗어났다. 하지만 택시 안에서 계속 손을 잡고 있었더니 팔이 조금 저리긴 하다. 그래도 그의 따뜻한 온기가 느껴져서 좋다. 어느새 가게에 도착했다.


”정희 씨 잠깐만요!”


’뭐지?’


허겁지겁 뛰어내리더니 내 쪽으로 와서는 문을 열어준다.


”아니.. 뭘 이렇게까지 해요 참.”


살면서 처음 받아보는 호의였다. 누군가는 참 뻔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직접 받아보니 기분이 달랐다.


”어서 오세요.”


그리고 다시 손을 내게 가져온다.


”아니 뭐 이렇게 손만 잡으려고 해요. 아주 그냥 틈만 나면.”

”좋으니까요.”


너무 솔직한 감정 표현에 말이 턱 막혔다.


”아주 말은.. 얼마나 많은 여자 손을 이렇게 잡았을까?”

”저 연애 경험 별로 없습니다만?”

”그래 보이긴 했어요.”


나도 모르게 실없는 소리를 하며 크게 웃었다. 인호 씨도 어이없는지 덩달아 같이 웃는다. 가게 앞에는 택배가 쌓여 있다. 아무래도 음식 재료가 아닐까 싶다.


”택배가 참 많죠? 음식을 만드는 건지 상하차를 하는 건지. 맨날 택배가 수북해요. 정리하는 게 제일 힘들고 시간도 오래 걸려요.”

”직접 다하려면 힘들겠네요.”

”어쩔 수 없죠. 자영업자의 비애랄까. 재료 손질 정도는 제가 다 해놔야 이모님도 편하시고. 모든 게 다 돈이에요. 하하.”

”그래도 부러워요. 전 회사 밖의 삶은 꿈꾸지도 못해요.”

”정희 씨는 능력자니까 괜찮아요. 회사 밖은 절 보며 느끼면 되죠.”

”으휴. 그래서 뭐해줄 건데요?”

”제가 사실 양식을 잘해요. 믿으실지 모르지만 일 년 정도 나름 괜찮은 레스토랑에서 부주방장 생활을 좀 했어요.”

”흠.. 근데 왜 이렇게 혀가 기실까?”

”푸핫. 무슨 혀가 길어요. 내가 뱀도 아니고.”

”재미가 없네요.. 배고픈데.”

”빨리 만들어 줄게요. 양갈비 좋아해요?”

”냄새만 심하지 않으면 잘 먹어요.”

”제가 또 양갈비를 기가 막히게 굽죠. 좀만 기다려요.”

”가게 구경 좀 해도 돼요?”

”그럼요. 편하게 둘러봐요.”


그땐 몰랐는데 인호 씨는 가게에 소품을 참 많이 가져다 놨다. 한쪽에는 피규어도 전시되어 있다.


”제가 한때 피규어를 좀 모으댔어요. 지금은 많이 정리해서 남은 게 이제 많지 않아요.”

”누가 물어봤어요?”

”궁금해할 거 같아서요.”


’요리하면서도 나한테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구나. 저 사람은 근데 왜 내가 좋다고 하는 걸까?’


”내가 좋아요?”

”네?”

”내가 좋으냐고요?”

”좋으니까 보자고 했겠죠. 근데 정희 씨는 뭐 그런 말을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물어봐요 사람 민망하게..”

”아닌데. 나도 아무렇지 않은 거 아니에요. 근데 물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으니까요. 괜한 기대로 설레기만 하고 마음 졸이기만 하는 거 기다릴 인내심이 많이 사라졌거든요.”


인호 씨가 말없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뭐 이런 여자가 있나 싶죠?”

”아니요. 나보다 정희 씨가 더 솔직한 사람이네요. 식전 음료 한 잔 줄까요?”

”네 주세요.”

”알코올이랑 논알코올 중에 어떤 거 원하시나요 손님?”

”알코올 들어간 거로 부탁해요.”

”네!”


잠시 후 인호 씨가 내가 앉은 테이블로 술을 한 잔 가져온다.


”이건 ‘하일랜드 하이볼’이라는 칵테일인데 한번 마셔봐요. 제가 진저에일을 좋아해서 만들어 봤어요.”


한 모금을 입에 머금어 본다. 상큼하고 시원한 청량감이 느껴지는 맛이다.


”와! 너무 맛있는데요?”

”하하 맛있다고 하니 저도 기쁘네요. 조금만 기다려요. 고기 굽는 시간이 조금 걸려서.”


인호 씨는 다정한 남자다. 말투에서부터 내게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배려심이 묻어난다. 설레지만 한편으론 무섭기도 하다. 나도 인호 씨도 아직 서로를 잘 모르니. 다시 한번 술을 한 모금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