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살, 더 이상 혼자 살기 싫은 송정희 씨 6

by 고성프리맨

검색을 통해 원하던 가게를 찾았다.


”생각보다 찾기 힘드네요. 예전엔 참 많았는데.”

”그러게요. 뭐든지 시간이 흘러가면서 사라지는 게 참 많네요. 그런데 인호 씨는 오늘 왜 내가 보고 싶었어요?”

”뭐야. 너무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시네.”

”난 재는 게 싫어요. 재기만 하다 보니 벌써 마흔 살인 걸요.”

”휴.. 나이 얘기하지 마요. 가끔 전 아직 고등학생인 거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는걸요.”

”나도 그래요. 가끔이지만. 살짝 눈 감고 떠올려 보면 그때 모습이 느껴지곤 해요. 참 좋았는데. 공부만 빼면.”

”하하. 그러네요. 그래도 전 지금 나이가 좋아요. 체력도 좀 안 좋아지고 얼굴도 변했지만 지금 내 마음의 모양이 맘에 든달까요? 돌아보면 쉬운 게 하나도 없었거든요. 일도 사랑도.”

”자자. 왜 이렇게 센치해졌어요! 맛있는 거 먹으면서 조금 더 데이트를 즐겨요.”

”네. 정희 씨는 참 밝은 사람 같아요. 어서 먹으러 가요.”




밝은 사람. 날 보고 많은 사람이 그렇게 얘기를 하긴 했다. 밝다는 게 무슨 뜻일까? 조금 목소리 크고 직설적으로 말하고 그러는 걸 뜻하는 걸까? 예전 남자친구가 날 차버릴 때도 비슷한 얘길 했다.


”정희야. 넌 참 밝아. 우린 헤어져도 넌 금방 극복할 거야. 그렇지?”


한심한 새끼. 근데 난 또 그걸 쿨한척하느라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응. 맞아. 우리 잘 안 맞긴 했잖아? 맨날 싸우고 잠깐 좋다가 다시 또 싸우고. 어떻게 그렇게 평생 같이 살겠어? 그동안 만나온 게 기적이야. 사실 난 예전부터 맘은 다 정리했었어.”

”너답다. 난 그래도 아직 아닌데. 어제도 그리고 오늘 나오는 순간까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이 참 많았어. 그래도 네가 밝아서 참 다행이야. 그리고 미안해.”

”뭐가? 지랄 맞은 내 성격 받아줘서 나도 고마웠다. 잘 살고. 오늘 밥은 너 혼자 먹어라. 갈게.”

”왜. 마지막인데 밥이라도 같이 먹자.”

”아냐. 밥 먹을 기분이 아니라서 그래. 사귀다가 헤어지는 마당에 뭐 마지막 만찬까지 챙기냐. 간다.”

”어..”


그렇게 그와 헤어졌다. 가게를 나오는 순간부터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차마 우는 모습을 보이기는 싫어서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얼마나 걸었을까? 뒤도 보지 않고 끝없이 걸었던 거 같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 번씩 내 얼굴을 쳐다보는 것도 느껴졌다. 하지만 한번 터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인파 속을 헤쳐가면서 계속 울었다. 걷고 또 걷다 보니 어딘지 모를 좁은 골목길이었다. 다행히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며 벽에 등을 기댄 채 주저앉았다. 그리곤 한참 동안 엉엉 울었다.


’내가 밝은 사람이 맞긴 할까?’




”정희 씨? 정희 씨!”

”네? 아.. 잠깐 생각 좀 하느라.”

”아니 무슨 생각을 그렇게 집중해서 해요.”

”그런 게 있어요.”


인호 씨가 걱정되는지 내 눈치를 슬금슬금 본다.


”정말 괜찮아요. 내가 원래 잠깐씩 다른 세상을 갔다 오곤 해요.”

”일이 많아서 힘들었나 봐요. 좀 편한 날 보자고 할 걸 그랬네. 미안해요 내가 좀 배려가 없었다 그쵸?”

”힘들어서 못 볼 거 같았으면 아마 다른 날 보자고 했을 테니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그리고 나도 인호 씨가 궁금해서 만나고 싶었어요.”

”정말요?”

”아이 그렇다니까요!”


대화를 나누며 걷다 가게 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문이 닫혀 있다.


”와.. 어이없네. 힘들게 찾았는데 오늘 쉬는 날이네요? 하..”

”망한 거 아닐까요? 문 닫은 지 오래된 느낌인데. 아. 오랜만에 맛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정희 씨. 배 많이 고파요?”

”조금 고파요. 누구처럼 전 아직 빵도 먹지 못한 상태라?”

”마음에 담아두긴. 괜찮으면 우리 가게로 갈래요? 내가 요리 만들어 줄게요.”

”오? 재료가 있어요?”

”항상 재료는 있죠. 어때요?”

”좋아요. 맛있는 거 해줄 거죠?”

”최선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택시를 불러서 함께 인호 씨 가게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손을 늘어뜨려 놨다. 그때 살짝 우리의 손이 맞닿았는데 인호 씨가 살포시 내 손을 잡았다. 그 느낌이 싫지 않아 잠시 그대로 두고 창밖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