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 걸음
25년도 1월 1일이 오고야 말았다.
24년에도 마찬가지였다.
'올해가 오긴 오는구나.'
아침부터 아내에게 다정한 덕담을 건넸다.
"아니. 할 일을 왜 그렇게 미뤄 싸?!"
"까먹을 수도 있지, 그럴 거면 니가 해라!"
거실에서 놀던 아이들은 사사삭 흩어지더니 어느새 방에 들어가 숨죽이고 있었다.
'아... 1일부터 이러려던 게 아닌데.'
"좀 둥글게 살면 안 돼?"
어째서 나는 이다지도 뾰족하단 말인가.
태생이 고슴도치가 아니었다면 정말로 좋았을 텐데,
그랬더라면 좀 더 부드럽게 안아줄 수 있었을 텐데.
덕담을 주고받은 것과 별개로 할 건 다했다.
일출도 보고(구름 때문에 살짝 아쉽긴 했지만 작년엔 아예 해조차 볼 수 없었다.),
떡만둣국도 먹고,
가족 하고도 아침 일찍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했다.
25년도가 되었다고 해서 갑작스럽게 변화한 건 아무것도 없다.
예전엔 [설렘]이 좀 더 강했던 거 같은데, 이제는 많이 무뎌졌다.
그래도 바닷가엔 해를 보기 위해 모인 인파로 가득 차 있었다.
"여름보다 해수욕장에 사람이 더 많은 거 같지 않아?"
조용한 평소 동네 분위기와 달리 해변가 앞에는 2중, 3중으로 주차가 되어 있었고,
교통정리를 돕기 위해 많은 경찰이 솔선수범해주고 있었다.
무뎌져 있던 감각이 인파를 보는 순간 살짝 벼려지기 시작했다.
"깔깔깔."
"아 구름이 조금만 사라지면 딱 좋겠구만!"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뒤섞인 공간 속에 서 있으니 두근거린다.
"와! 뜬다!"
"떴다!"
빠알갛게 떠오르는 해를 보니 25년이 시작되는구나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매일 뜨는 해이건만, 1월 1일의 일출은 왜 이리 주는 느낌이 다른 건지, 참 신기하다.
올해는 좀 둥그렇게 살 수 있을까?
멀리서 보는 해는 동그랗지 않나. 모난 마음을 가진 나로선 그런 동그스름한 모양이 부럽다.
내 마음의 형상이 있다면 아마 뾰족한 가시가 돋아나 있을 거 같다.
가시를 없애진 못하더라도 뾰족한 부분에 찔리지 않을 장치정도는 마련할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24년도도 많은 일이 있었다.
지난 일은 이미 지나갔으니, 현재 해야 하는 일과 다가올 일에 집중하자.
아쉬움 때문에 하는 일까지 전부 손 내려놓고 있을 순 없지.
나의 루틴을 놓치지 않고 세상의 속도가 아닌 나만의 속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26년의 1월 1일이 되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일 년 뒤는 아직 먼 미래이니 발 밑만 보며 걸어 나가듯, 날마다 써야 할 글은 계속 쓰자.
필사를 시작한 지도 한 달이 된 거 같다.
많은 도움이 되었냐고 물어본다면 "아직은 잘..."이라고 밖엔 말 못 하겠다.
도움이 되는 부분이 없진 않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생각하고 쓴 글은 아니기에 100% 작가의 마음을 이해하지는 못하겠다.
내가 쓰는 글의 양과 비슷한 양의 글이더라도 타인의 글을 필사할 때면 "왜 이렇게 양이 많아?!"란 생각이 든다.
읽을 땐 5분 컷인데, 직접 타이핑해 보면 40분 내외의 시간이 소요된다. 직접 쓰는 사람은 그보다 더 많은 노력을 1화에 쏟아부었을 테지.
'5분의 즐거움을 제공해 주기 위해, 많이 쥐어짰겠구나.'
모든 창작이 비슷하겠지만, 즐거움은 찰나요, 고통은 오래간다.
즐기지 않는다면 쉽게 보고 쉽게 접근할 수는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진입장벽이 낮지 않냐고?
맞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하니 도전 중이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장벽에 의해 많은 수의 사람이 입구컷 당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자칫하다간 나도 당할 예정이다.
25년도엔 그런 장벽을 뛰어넘을지 말지와의 싸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복잡한 세상 뭐 그리 힘들게 사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세상에 나만큼 편하게 놀고먹고 지내는 사람도 많지 않을 텐데.
그러니 주어진 시간을 좀 더 잘 쓰도록 하자.
새해를 맞아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다.
[새해결심].
보통은 작심삼일로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꼭 이뤄냈으면 좋겠다.
이렇게 글로 '하고 싶다, 해내자.'라고 쓰는 이유?
이렇게라도 계속 연료 주입을 시키고 싶어서다.
태생이 게으른 나는 이렇게라도 관종짓을 벌여가면서까지 다짐에 다짐을 해야만 쓸 수 있을 거 같아서다.
이쯤 하고, 이제 새해의 기분은 만끽했으니 오늘 일과를 하러 갈 시간이다.
이 글을 읽을 모든 이에게 25년도 새해가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라고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