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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 하나 말아드려도 괜찮으실?

195 걸음

by 고성프리맨

아주 가⎯⎯끔씩 브런치에서 제공하는 [통계]를 본다. 내가 말하는 가끔의 기준은 하루에 1번 정도?

보통은 일일 조회수 확인 용도가 주목적이다.


'음... 역시 오늘도 변함없이 인기 없군.'


상쾌한 기분으로 오늘도 글을 쓸 수 있을 거 같다.


그런데. 오늘따라 갑자기 [글 랭킹]이 궁금해졌다. 글 랭킹이라 하면, 그동안 썼던 글을 조회수 기준으로 줄 세운 순위를 뜻한다.


상위에 위치한 키워드는 다음과 같았다.


#40대백수 #40대퇴사남 #40대노후준비 #40대백수는뭐해먹고삼? #아프니까40대다


해시태그의 기준? 그냥 마음대로 정했다. 일단 아무래도 내가 40대에 속해 있고,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은 얘기를 쓰게 되면 반드시 [백수]라는 키워드를 쓸 수밖에 없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겠다.


다른 말로 얘기하자면 위에 언급한 [주제]를 벗어난 글들은 하나 같이 인기가 없다고 보면 된다.

이것저것 시도하는 것과 달리 정말로 잘 안 읽어주는구나 흑흑.


-재미없게 써서 그런 거예요.


"아...... 알려주셔서 감사."


-빈말이 아니라 진짜 드럽게 재미가 없어서요.


"......"


-ㅎ 진짜라니까?


그러지 마시라. 나 40대 백수남 [고성프리맨]을 자극하면 우는 수가 있다. 물론 아무도 보고 싶지 않겠지만 말이다.




1월 2일이 되었다.

어제는 하루종일 화만 냈는데 그러다 보니 하루가 훌쩍 지나가버렸다.

게다가 아내는 새해부터 출근했다.


오전 시간엔 나한테 시달리고, 오후엔 또 다른 일과를 진행.

미안하고 감사하다. 하지만 화낼 건 내고 본다.


-뭐 때문에 화냈어요? 양심은 있고?


모든 부부싸움이 그렇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사소한 자존심 싸움?] 정도로 해두겠다. 하루가 지나자마자 부끄러움은 나의 몫이 되었다.


"뭐 늘 똑같잖아. 그래놓고 사과하고."

"그래도 사과 안 하는 것보단 낫지?"

"딱히 낫다고 하기도 그렇고, 아니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언쟁을 벌이고 나면 둘째가 꼭 끼어든다.


"엄마? 싸워요?" 또는 "아빠? 싸우는 거예요?"

그러면 "아니, 논리와 지성을 갖춘 문화인끼리 의견을 주고받는 중이란다." 내가 답하고,

다시, "에이, 싸우지 마요. 싸우는 건 나쁜 거예요!"라는 말로 되받아친다.

그러면 결국 할 말이 사라진다.

아이가 바라보는 시선만큼 정확한 게 있을까?

차라리 "그래. 우리 싸웠단다. 그것도 아빠가 일방적으로 삐쳐서."라고 정직하게 말할걸.


그나저나 40대가 되니까 왜 이리 자주 삐지지?

내가 이렇게나 삐돌이였다고?

진짜 지나가다 툭 건드리면 "어? 당신 지금 시비 터는 거야?"라고 언제든 시비 걸 참자세가 되어있다.

아내는 어이없어하지만 하도 그러니까 이제는 그냥 인성이 저렇게 생긴 사람 정도로 치부하고 넘겨버리는 중이다.




요즘은 판타지 소설을 주로 읽었다.

순문학을 한동안 읽었던 적이 있었는데, 요즘은 현실 도피라도 하고 싶어선지 [판타지] 세상에 흠뻑 취해있다.


개인적으로는 무거운 세계관과 사연을 가진 소설은 좋아하지 않는 관계로 가벼이 읽을 수 있는 #일상물 이나 #힐링물 을 읽는다.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쉽게 쉽게 읽을 수 있어서 너무 좋다.


반대로 내가 썼던 소설을 살펴보니 하나같이 어두컴컴하고 잔인하고 심지어 재미도 없었다.


"......"


이래 봬도 현실파악은 좀 하는 편이다. 해도 너무한 게 다시 읽어보다가 손발이 사라질 거 같아서 당장에라도 [삭제]시켜 버리고 싶었다.


"미안하지만 널 화형에 처한다."


[분서갱유] 시켜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소각당할 만큼의 가치가 없으니 그냥 디지털 무덤 속 어딘가에 위치한 채 아무에게도 읽히지 않는 형벌을 받도록 하겠다.


-분서갱유... 또 아는 척 하나 하고 싶었던 게요?



분서갱유(焚書坑儒)는 '책을 불태우고 유학자들을 파묻음'이라는 뜻으로, 기원전 213년과 기원전 212년에 일어난 별개의 두 사건을 하나로 합쳐서 일컫는 것이다. 실용서를 제외한 사상서를 불태우고, 유학자를 생매장한 탄압책으로 중국에서는 분갱(焚坑)으로 줄여서 부르기도 한다. [나무위키]



이제는 '척'하면 '착'하고 알아채시다니 글의 패턴을 바꿀 때가 된 건가.




다행스러운 점 중 하나는 글을 쓰는 게 오늘은 꽤나 순조롭다는 것.

특별히 고통스럽지 않게 2천 자를 훌쩍 넘어섰다.

분량이 꼭 전부는 아니겠지만 브런치에 쓰는 글 또한 일종의 [수련행위]랄까.

그래서 나는 분량에 집착한다.

물론 웹소설 1화에 해당하는 5천 자에는 턱 없이 못 미친다.

그렇더라도 절반 이상의 글자수 정도는 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천주교는 믿지 않지만 이쯤 해서 [고해성사]를 하나 하고 싶다.

그대가 나의 [대나무 숲]이 되어주면 좋겠다.


"재미있게 읽어주시기만 해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저 찾아와 주시는 것만으로도 황송할 따름 입죠. 어쩌다 이런 귀한 곳에 누추한 분께서?(바.. 반대던가.)"


그런데 고해성사를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여하튼 쓰고 있는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께 정말 감사하다.

그 어떤 피드백도 받을 수 없어서 모든 걸 상상 속에서만 해결해야 하지만, 그건 [내 과제] 일뿐이니 큰 상관은 없다.


그러니,

올해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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