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의 시간 15
"나는 살면서 절대 적을 두지 않았다. 예술인은 누가 내 팬인지 모르기 때문에 적을 두면 안 된다."
[이박사 인터뷰 : https://sports.khan.co.kr/article/202306021356003]
고딩시절 혜성(?)처럼 등장해 우스꽝스럽고 민속적인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고만 여겼던 그였다.
어느 날인가는 테크노와 결합한 음악도 들고 나왔고, "생각보다 괜찮잖아?"라며 생각에만 그치지 않고 한동안 노래를 듣기도 했었다.
시간이 흘러 우연히 그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나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사실 인생에서 정답이 따로 존재하진 않을 것이다. 남들이 다 "그건 아니야!"라고 하는 방법으로 성공해 버린 뒤, "나는 되던데?"라며 역으로 긁을 수도 있는 게 삶 아닌가.
최근 들어 개인적으로 불편했던 부분이 꽤 많았다. 물론 어지러운 난세에 맞춰 혼란한 마음을 다스리고자 각자의 생각과 철학을 소신이라는 미명하에 쏟아내는 콘텐츠가 참 많았다. (지금도 현재진행형 아닐까.)
솔직히 안 보면 그만이긴 하다. 안 보면 그만이긴 한데...
"자꾸 썸네일이 떠서 괴로웟!"이랄까.
그 와중에 나 또한 사람인지라 어느 한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그러다 보니 깜냥은 안되면서 왠지 "선 넘고 싶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급기야 어떤 날인가엔 "살짝만 넘어볼까?" 싶은 게 아닌가?
내가 그토록 혐오하고 싫어하던 불편함을 창조해 내고자 하는 모습을 마주하자 움찔해 버렸다.
"나 지금 뭐 하니?"
대놓고 거울에 비친 내게 물어봤다. 거울 속에 비친 멍해 보이는 40대 남자는 무표정하니 어색한 미소만 띠고 있었다. 차라리 거울에 대고 미모에 대한 평가를 물어보던 백설공주의 계모가 나보다는 더 현명했으리라.
-저기 미안한데 그림형제 판으로 따져보면, 계모가 아니라 친엄마거든요?
"어...? 그래요? 친엄마가 그런데 왜 그랬을까..."
알 수 없는 의구심이 생겼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 패스.
여하튼 중요한 건 내가 주제도 모르고 자꾸 건드리지 말아야 할 선악과를 자꾸만 탐냈다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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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과 하와는 과정이야 어쨌건 선악과를 탐내고 취식한 대가로 에덴에서 쫓겨났다.
"아니 나는 가져다주길래 그냥 먹었을 뿐인데..."
어쩔 수 없다. 원래 업보란 게 그런 거다. 그냥 옆에 있다가, 괜히 사진 한 장 잘못 찍어서, 기억도 나지 않는 과거에 남긴 기록 때문에 등등. 어떤 식으로든 터지게 되는 순간 이미 봉합은 글렀다고 봐야 한다.
혼자서 아무리 "나 무죄요!"라고 해봤자 한번 돌아서버린 관심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랑이 아니니까. (혹시라도 설명 없이 짤을 이해할 그대에게 한마디... 예. 젊진 않네요 ^^)
-아니 돌아와야 할 관심이 있을 정도로 관심주는 사람도 없잖아요?
"......"
상상관심이다. 마치 인기가 없어도 인기가 있는 척.
"모르시나요? 자기계발 얘기 듣다 보면 '믿는 대로 된다'던데? 믿음의 힘을 믿습니다만?"
안 해도 될 걱정까지 미리 하는 건 내 성향이니 그러려니 할 수밖에 없겠다.
아무튼 창작에 있어서 되도록이면 건드리지 않으면 좋을 주제가 몇 개 있다고들 한다.
[종교, 정치, 성별] 통칭 금기 3대장이렸다.
어설프게 건드렸다간 역풍 맞기 십상이다.
역사에서도 증명되지 않았나? 어차피 이거 개인 한 명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이슈가 아니거든요.
원래 학창 시절부터 불의를 잘 참아온 성격인 데다가, 내가 생각하는 바 또한 타인과 같지 않음을 살면서 무수히 경험해 왔다. 이제 40대 정도 됐으면 나름의 개인 빅데이터가 쌓인 거라면 쌓였다.
최소한 독버섯과 식용버섯을 구별할 자신이 없다면 함부로 섭취는 하지 말아야겠지?
-우우우! 비겁하다! 하남자다!
"괜찮습니다. 일생을 비겁하게 살았거든요 ^^"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내 생각을 딱히 누군가에게 강요하고 싶은 맘도 없다.
'만들고 싶고 쓰고 싶다면 써야지 어떡하겠어. 그런데 인기가 있네?'
인기가 거품 같다고는 하지만(순전히 이건 얻어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자기기만의 일종이다), "거품이 제법 탐스럽고 탱글 거려 보이는구먼?" 내 눈에 그의 인기만큼은 제법 부럽다. 하마터면 나도 모르게 편향된 내용을 건드릴 뻔했다. (물론 사람인 이상 내가 다루는 모든 소재가 중립적이라고만 할 수는 없겠지만)
그러니까 결론은 "그냥 쓰던 대로 시시껄렁한 글을 쓰자."가 되겠다.
시류에 너무 편승하기보단 그냥 쓰고 싶은 마음을 담아 글을 쓰는 것. (그렇다고 아예 편승을 안 하겠다도 아님)
매일 쓸 수 있을 만큼의 글을 쓰고 발행하는 것.
그 어떤 포장을 한다 해도 결국 진위는 드러나는 법이다. 되도록이면 무해하면서 순수히 읽기만으로 끝낼 수 있는 글을 써내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나의 손끝이 부디 누군가의 역린을 건드리지 않기를 바란다.
대충 앞으로도 박쥐처럼 살아가겠다는 뜻 되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