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살, 더 이상 혼자 살기 싫은 송정희 씨 12

by 고성프리맨

정희의 기분이 별로인 걸 인호도 느꼈는지 눈치를 살핀다.


”정희 씨. 말이 없네요. 혹시 제가 기분을 우울하게 만들었나요.”

”아! 아니에요. 그냥 이상하게 생각이 많아져서요. 미안해요. 그냥 그럴 때가 있어요. 뭔가 기분이 먼저 느껴지고 설명은 한참 뒤에 할 수 있는 그런 상황? 언어가 감정을 따라가질 못하는 거 같아요. 지금은 어떻게 설명을 못하겠어요.”

”그러시군요. 참 어렵네요.”


’우욱..’


갑자기 속이 불편해졌다. 입을 틀어막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정희 씨? 왜 그래요?”


붙잡으려는 인호의 손을 뿌리치고 화장실로 뛰어간다. 화장실에 누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큰일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다행히 화장실엔 아무도 없었다.


”휴.. 살았다.”


한참 동안 먹은 음식을 게워내 변기가 오물로 지저분해져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음식을 계속 꾸역꾸역 밀어 넣은 게 문제였던 게 분명하다.


”정희 씨! 괜찮아요?”


’눈치 없게.. 이럴 땐 좀 부르지 않으면 좋겠는데.’


”네.. 네! 속이 좀 안 좋아서요. 조금만 있다가 나갈게요.”

”알겠어요. 약 좀 사다 줄까요?”

”아니에요. 정리되면 나갈게요.”


’하아.. 집이나 가야겠다.’


뒷정리를 끝마치고 정희가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오는데 걱정스러운 표정의 인호가 보인다.


”나왔네요!”

”손님.. 혹시 음식에 문제가 있으셨나요?”


당황스럽게 셰프까지 와 있다.


”앗. 아니에요. 음식 너무 맛있었어요. 제가 너무 생각 없이 막 먹어서 그래요. 괜히 저 때문에.”

”음식이 잘못되었다면 정말 큰일이라 걱정했어요. 몸 어디 아프시면 진찰받으시고 알려주세요. 치료비 걱정은 마시고요.”

”정말 괜찮습니다. 셰프님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허겁지겁 먹어서 그래요.”

”정희 씨 몸도 안 좋은데 제가 괜히 무리해서 보자고 했나 봐요. 가요. 집에 데려다 줄게요.”

”아.. 아니 그게.”


홱하니 손을 잡고 인호가 정희를 가게 입구로 데려간다.


”인호 씨 잠시만요. 계산해야죠!”

”계산은 다해놨으니 걱정 마세요. 몸이 우선이죠. 제가 데려다 줄게요.”


손을 뿌리쳐 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남자의 힘은 강했다.


”아.. 아파요. 놔줄래요?”

”아! 미안해요. 나도 모르게 그만.. 오버했네요.”

”인호 씨도 그만 가보세요. 전 택시 타고 가면 돼요.”

”데려다 줄게요.”

”아니에요. 기분이 좀 그래요.”

”왜요? 나 때문에요?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이래요!”


갑자기 소리 지르는 인호를 보며 정희가 깜짝 놀란다.


’뭐야.. 왜 이래.’


”하아.. 알겠어요. 나도 왜 이러는 건지. 자꾸 걱정되는데 정희 씨가 날 밀어내기만 하니까..”

”정확히 말해야겠네요. 인호 씨 우리 아직 사귀는 사이 아니잖아요. 맞죠?”

”그렇죠.”

”그냥 호감이 있는 정도인데 뭔가 자꾸 틀어지는 기분이에요. 지금 우리의 속도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난. 우리 나이도 있고 제가 무슨 말하는지 이해하죠?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예요. 안 맞는 걸 억지로 맞추려다 보면 탈이 나요.”

”그러니까.. 정희 씨는 제가 별로인 거죠? 우리 쉽게 얘기해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렇게 믿어요. 아니라고 얘기해도 믿지 않을 거잖아요.”

”하아.. 그래요. 우리가 뭐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나 혼자 생쇼 했네요. 미안합니다.”


그런 인호를 보며 더 이상 아무 말이 나오지 않았다.


”갈게요..”


다소 차가울 정도로 돌아서서 뚜벅뚜벅 길을 걸어간다. 연애 참 어렵다. 기껏 호감이 생겼다 싶으면 맞지 않는 게 자꾸 눈에 들어온다.


’내가 이상하게 일을 키우는 건가? 어떻게 사람이 장점만 있겠어.’


머리가 아파온다. 하지만 인호의 석연치 않은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다면 분명 언젠가 이 문제는 수면 위로 올라올 거라고 확신했다. 예전에는 그런 문제가 생길 거 같아도 헤어지기 싫어서 일부러 숨겨보기도 했다. 괜찮은 척, 아닌 척. 하지만 척하는 건 결국 티가 났다.


’나도 참 힘들게 산다.’


어느새 걷다 보니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택시를 탈까 하다 기왕 지하철역에 왔으니 타야겠다. 플랫폼에는 사람이 가득하다.


’앉아가긴 글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