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함
이른 아침 전화소리에 창훈은 잠에서 깬다.
”여보세..”
”창훈아! 나 승호야. 혹시 지금 만날 수 있을까?”
”응? 이렇게 일찍? 무슨 일인데?”
”네가 꾸는 꿈이 어떤 건지 나도 알 것 같아서.”
”어디서 볼까? 아님 집으로 올래?”
”알았어. 주소 알려줘.”
’띵동’
”어제 너 집에 안 들어갔어?”
”응. 암튼 그것보다 네가 꾸는 꿈에 나도 휘말린 거 같아. 그리고 혹시 홍심이라는 사람 알아?”
”홍심? 음.. 잘 모르겠는데.”
”너희 아버지가 얘기 안 해줬나 보구나. 너희 어머니 동생되시는 분이 시랬거든.”
”우리 엄마한테 동생이 있었다고?”
”응. 나도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어제 꿈에서 홍심 님이 날 도와주려고 했던 거 같아. 꿈인데도 생생했어. 쪽지를 하나 주셨는데 거기 김시헌이라는 자에 대한 언급이 있었어.”
”김시헌은 또 누구야?”
”아마도 악몽에 나오는 존재일 거 같아. 나도 꿈에서 마주쳤는데 살아 있는 사람의 모습은 아니었어. 분명 악마에 가까운 존재일 거 같아.”
”생김새를 좀 설명해 줄 수 있어?”
승호는 창훈에게 꿈에서 본 내용을 기억하는 내에서 최대한 자세하게 이야기했다. 얘기를 듣던 창훈의 표정도 점점 굳어지며 김시헌이 악몽의 주인임을 강하게 긍정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맞아. 악몽에 나오는 사람이 김시헌이었구나. 무슨 일이 있었길래 우리 가족을 죽음으로 끌고 가는 거지.”
”나도 김시헌한테 죽을 뻔했어.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꿈에서 정말 이대로라면 죽겠구나 싶었거든. 그리고 홍심 님이 쪽지에 내가 너희 가족의 저주를 풀 수 있을 거라는 알 수 없는 얘기도 쓰셨는데. 너도 알다시피 난 그냥 평범한 사람일 뿐이잖아.”
”복잡하네. 뭐가 뭔지 정리가 안된다. 근데 내가 너한테 계속 내 꿈 얘기도 하고 누나들 얘기도 했던 건 정말 미칠 거 같아서였어. 어디 얘기를 꺼내기도 막상 꺼낸다 쳐도 과연 이런 얘기를 누가 믿어주겠어. 도움 받을 곳도 없고 이유도 모르면서 죽어가는 기분이었거든. 매일 밤이 고통이야.”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어. 근데 우리 둘이서 뭘 할 수나 있을까? 그리고 나도 이제 김시헌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을 거 같아. 이대로면 나도 죽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홍심 님을 만나봐야 할 거 같아.”
”어디 계신지 우리 아빠는 아신대?”
”모르시는 거 같았어. 하지만 어떻게든 만나야 할 거 같아. 쪽지에도 연이 닿는다면 만날 거라고 하셨어.” ”그 안에 우리가 죽는다면 아무 소용없겠지.”
”학교 도서관으로 가보자. 검색 좀 해봐야겠어.”
”김시헌?”
”응. 단서를 하나라도 찾을 수 있을지 모르잖아.”
도서관에서 이리저리 단서를 찾아봤지만 김시헌이라는 이름 하나로 무언가를 찾아내는 건 쉽지 않았다.
”창훈아 이렇게는 작은 단서조차 못 찾겠다. 그런데 어제 만난 김시헌의 모습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낯이 익은 느낌이기도 해.”
”나도 그렇긴 한데. 뭐 꿈에서 자주 봐서 일 거 같기도 하고.”
”아!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어.”
”뭔데?”
”꿈에서 홍심 님 말고 다른 사람도 내 꿈에 계속 나오고 있었거든. 전에 내가 너한테 나도 악몽 꾸고 있다고 했잖아. 기억나지?”
”아 그러네. 내 얘기만 하느라 듣질 못했지. 지금 말해줘.”
승호는 그간 꿔왔던 꿈 그리고 꿈속의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상세히 표현했다. 창훈은 사뭇 진지하게 얘기를 듣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창훈의 누나가 썼을지도 모를 일기에 대해서 이야기도 꺼낸다.
”창훈아. 혹시 혜리 누나도 돌아가셨어? 다른 누나 두 분이 잘못되신 거 알고 있는데.”
”아마 네 꿈에 나온 사람이 혜리 누나일 수도 있을 거 같아.”
”왜?”
”혜리 누나가 혼수상태에서 며칠 전에 깨어났어. 어떤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살고 싶었던 혜리 누나의 영혼이 너를 찾아가거나 끌어당겼던 건 아닐까 싶어. 나도 알아.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는 거. 하지만 이미 설명하기 힘든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났고 모든 걸 다 파악하기엔 시간이 부족해.”
”혜리 누나하고 얘기할 수 있을까?”
”아직 중환자실이야. 대화를 나눌 수는 없고 그냥 의식만 돌아와 있는 상태 긴 해.”
”아쉽네. 하지만 누나가 나한테 왜 청혼을 하셨을까?”
”글쎄. 설명할 순 없지만 네가 우리 가족의 저주를 풀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거 난 믿어. 아마 누나도 어떻게든 그걸 알게 되었던 건 아닐까? 홍심 님 때문일 수도 있고.”
”하지만.. 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그냥 평범한 학생일 뿐인데.”
”차차 생각하자. 그리고 미안해. 괜히 나랑 엮여서 너까지 위험해진 거 같아. 내가 어떻게 해줄 수도 없고 목숨까지 위협받게 만들어 버렸네. 그냥 내가 문제인가 봐. 죽어야 해결되는 그런 문제 아닐까 싶다.”
”마음 단단히 먹어. 약한 소리 하지 말고. 김시헌은 어떻게든 살생을 할 거야. 그게 꼭 너희 가족이 아니었어도 누구라도 희생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해. 그저 운이 없었던 거야. 나도 그렇잖아. 연관되어 있지 않았지만 그냥 김시헌과 엮였기 때문에 죽임의 대상이 된 거야. 잠깐만..”
휴대전화를 꺼내 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아빠의 번호가 뜬다.
”네 아빠. 무슨 일이에요?”
”승호야. 할아버지가 이제 얼마 살지 못하실 거 같구나. 최근에 계속 식사도 잘 못 드시고 왠지 죽을 준비를 하는 거 같다고 할머니가 얘기를 하시긴 했었는데. 가봐야 할 거 같아. 어디니?”
”빨리 집으로 갈게요.”
전화를 끊는다.
”무슨 일 있어?”
”나중에 자세히 설명할게. 할아버지가 위독하시대.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 알았지?”
”응. 조심해서 가. 할아버지 잘 보살펴 드리고.”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