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 모리

277 걸음

by 고성프리맨

"어...? 액션캠이 어딨지?"


순간적으로 머리가 하얘졌다.


'설마... 잃어버린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백팩도 뒤져보고, 아내가 챙겼던 손가방도 찾아봤다.


'없어...'


머리가 띵해지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여보... 혹시 내 캠 못 봤어? 내가 혹시 챙겨달라고 주지 않았어?"

"아니. 나한테 안 줬는데. 왜 왜? 잃어버렸어 설마?"


내 탓이 아님을 확인받고 싶어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 당신이 범인 아니야?


"아니... 기억이 안 나."

"뭐야! 언제는 내가 까먹었다고 그렇게 뭐라 하면서 기억력 자랑하더니 똑같네, 똑같아~!"

"모르겠어..."

"혹시 차 안에 둔 거 아니야?"


그래? 차 안에 뒀을지도 몰라.

물론 기억은 나질 않으니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다만,

일단 차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은 생겼잖아.

그런데... 차에도 없으면 그땐 어쩌지?


"갔다 와볼게."


기대반, 불안함반으로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삐빅⎯


스마트키로 잠금을 해제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차문을 열었다.


'제발! 제발!!!'


문을 열고 이리저리 라이트를 비춰봤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액션 캠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


마지막 희망이라 생각했던 차 안이었는데, 이곳에도 없으면 대체...


'아! 혹시 어제 들렀던 식당에 두고 온 걸까?'


아내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찾았어?"

"아니... 차 안에도 없네."

"뭐야! 어떡해."


우리 사이엔 잠시동안 정적이 흘렀다.


"혹시... 어제 갔던 식당에 두고 온 거 아닐까?"

"뭐야 기억이 하나도 안나?"


부끄러웠다.


"응."

"내가 미쳐... 알았어 전화해 볼게."

"고마워."


이 와중에도 전화하기 싫어서 아내에게 토스했다.

아내가 없다면 난 뭘 할 수 있는 거지.


다시 집으로 돌아와 혹시나 하는 맘에 여기저기 찾아봤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그때 전화가 걸려왔다.


"있대?"

"아니... 없대."

"......"

"사장님이 그래도 CCTV 확인 한번 해주시겠대. 최소한 들고 갔는지 아닌지 정도는 알 수 있겠네. 혹시 잘 찾아봤어?"

"응... 있을만한 곳은 다 뒤져본 거 같은데."

"백팩도 잘 찾아보고?"

"응. 맨 첨에 뒤져봤었는데 안보였어."

"그래도 다시 찾아봐. 아휴... 끊어."


진짜로 잃어버린 건가.

물건을 웬만해선 잃어버리진 않는다고 자신하던 내가?

마지막으로 물건을 잃어버린 때가 언제더라.

까마득히 먼 과거인 건 확실한데.

하지만 지금 과거가 다 무슨 소용인데?


허탈한 마음으로 다시 한번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이대로 잃어버렸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건 아닐까라며,

다시 한번 백팩을 뒤져봤다.


!!!!!!!!!!!!!!!!!!!!!!!!!!!!


찾.았.다.


눈을 씻고 다시 봤는데 백팩 안에 캠이 들어있는 게 아닌가.


"대체 이게 어찌 된 일이지..."

"아빠 찾았어요?"

"어, 어..."

"잃어버렸다면서요?"

"그게... 가방 안에 있었네. 다행이다."

"잘됐네요."


곧장 아내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찾았어?"

"어 찾았어!"

"뭐야... 어디 있었는데?"

"그게... 백팩 안에 있더라고."

"못살아! 잘 찾아보라니까 그러게."

"사장님한테는 전화드려서 찾았다고 죄송하다고 좀 전해줄래?"

"알았어. 다행이네."


다행이다.

정말로 다행이야.

그런데 씁쓸한 이 기분은 뭐지.


잃어버리지 않아서 다행이긴 한데,

어떻게 가방 속에 캠이 있는 건지는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술을 마셔서 필름이 끊긴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깜빡깜빡하다니.


‘도대체 언제 넣었지...?'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없다.

예전엔 이런 일 없었는데.


'늙었나... 이게 늙는다는 건가?'


문득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평생 염색은 필요 없을 거 같았던 내 머리에도 어느샌가 흰 머리카락이 많이 생겨있었고,

"언제 생긴 거지?" 싶은 팔자주름도 눈에 띄게 보이는 게 아닌가.


변하지 않고 항상 제자리라고 생각하며 살았건만,

실은 많은 게 변했고, 변해가는 중이었나 보다.

그리고 변해가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도 포함이었다.

가령 '기억'이라거나, '기억'...


더 이상 스스로에게 지나친 확신을 가져서는 안 돼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의 기억과 행동을 보조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그 장치 중 하나가 바로 '글'일 뿐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