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살, 인연을 믿고 싶었던 김경남 씨 2

by 고성프리맨

쉬는 시간이 되고 아까 울던 안경잽이 친구한테 갔다.


”야 너 설마. 나 떠난다고 울었냐?”

”아냐! 아깐 눈에 뭐가 좀..”

”솔직해져라 좀. 근데 고마웠어.”

”아 이러지 마라? 장난 아니니까 그만해?”

”하하 알았어. 솔직히 좀 무섭긴 하다. 캐나다라니. 나 영어 진짜 못하는 거 알잖아.”

”알지. 수치스러울 정도지 아주.”

”넌 꼭 잘한다는 거 같다? 근데 아까 소영이도 좀 우는 거 같던데.”

”지랄을 해라. 걔가 뭐 때문에 울어. 너랑 친하길 해?”

”그건 아니지.. 아니 근데 아까 눈 마주쳤는데 눈물이 맺혀 있는 거 같았거든.”

”더 이상 말하지 마라. 못 참는 순간 넌 끝이야. 그래도 부럽다.”

”뭐가 부러운데?”

”학교 안 나오고 거의 방학이나 다름없잖아.”

”한심하긴..”


우리는 시답잖은 대화를 잔뜩 주고받았다.


’그나저나 아까 소영이는 정말 날 보고 운 게 아니었을까?’


이상하게 아니라는 건 알지만 묘한 기대감이 있었다. 그나저나 내일부터 이제 뭘 해야 할까. 안 하던 영어 공부를 하는 것도 이상하고 갑자기 학교도 안 간다고 하니 기분이 이상하다.


’캐나다.. 아 몰라. 일단 지금은 즐기자!’


캐나다로 떠나는 것도 실감이 나질 않았다. 그래도 내일부터 학교 안 나갈 생각 하니 기분은 좋았다.


’늦잠도 좀 자고 PC방도 가고 해야지.’




집에 도착했을 땐 동네 아주머니들 몇 명이 와계셨다. 엄마랑 친한 동네 아주머니는 손을 맞잡고 서로 눈물을 닦고 있으셨다.


”경남이 왔니. 너 좋겠다 캐나다로 이민 가서.”

”이제 영어 완전 잘하겠네. 아줌마 꿈도 캐나다에서 사는 거였는데.”

”안녕하세요.”

”왔어? 간식 가져가서 동생이랑 먹어.”

”네에.”


식탁 위에 올려져 있는 샌드위치와 썰어져 있는 과일 그릇을 챙겨 방으로 이동한다. 방문을 열었을 때 경민이는 책상 위에서 뭔가를 쓰고 있었다.


”야 뭐 해. 간식 먹자.”

”응 잠깐만.”

”뭐 하는데?”

”아니 가있어봐.”

”뭐야 봐봐.”


가까이서 보니 예쁜 편지지였다. 설마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편지라도 쓰는 건가 싶었다. 문득 장난기가 발동해 편지지를 확 뺐었다.


”아씨 정말! 왜 이래 내놔.”

”좋아하는 하은이에게.. 푸핫.”

”하지 마라?”

”여자친구냐?”

”그런 거 아니니까 내놔.”


신경질적으로 내 손에서 편지지를 낚아채 간다.


’잠깐만.. 나도 없는 여자친구가 있다고? 하 이 어린놈의 자식이 감히.’


”감히 형님 허락도 없이 여자친구를 만들었어? 감히?”

”아 뭐. 좀 나가. 겁나 방해되네.”

”야! 여기 내 방이기도 하거든? 나 게임할 거니까 네가 나가.”

”알았으니까 조용히 좀 해줘. 오늘따라 왜 이렇게 빨리 들어와서 귀찮게 하는 거야 정말. 밖에서 친구라도 좀 만나고 들어오지.”

”여자친구한테 어쩌냐? 캐나다 가면 끝인데.”


놀리려고 한말인데 경민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변했다. 잠시 멈춰있는 듯하더니 어깨가 들썩이기 시작한다.


”어? 야.. 너 울어? 아니 내가 뭘 했다고 울어?”


경민이의 울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급기야 엉엉 소리를 내며 서럽게 울기 시작한다. 당황한 나머지 입을 손바닥으로 틀어막았다.


”왜.. 왜 이래. 내가 잘못했어. 그만 울어. 미안해 안 놀릴게.”


안 놀린다는 말에 반응하듯 조금씩 울음이 잦아들었다.


”혀엉.. 캐나다 가면 진짜 끝날까?”

”응? 아.. 여자친구?”

”나 하은이 많이 좋아해. 이제 우리 사귄 지 10일 밖에 안 됐는데.”


’10일? 장난하나..’


”그래.. 10일씩이나 되었구나. 내 동생이 여자친구도 만들고 아주 재미난 학교 생활을 하고 있었구나. 장하네.”

”비꼬지 말고. 난 진지하다고.”

”나도 진지한데?”

”형이 뭘 알겠어. 모쏠 주제에.”

”엇? 아니거든!”

”모쏠 맞잖아. 내 마음을 알턱이 있나.”

”아나 이 새끼가.. 캐나다 가면 끝이야 끝! 고작 편지 가지고 쯧쯧.”

”형이랑 말 안 해!”


’초등학생 주제에 여자친구도 만들고. 어이가 없어서 참. 세상이 어찌 되려고 이러나. 휴.’


그러다 문득 동생이 나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 한국에서의 삶을 돌아보니 몇 안 되는 친구랑 게임이나 같이하고 특별히 쌓은 추억도 없었다.


’한심하다 한심해.’


그래도 좋아하던 여자애한테 편지라도 쓰는 동생이 갑자기 부러워 보였다. 그런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PC를 켜고 게임에 접속한다. 게임에 접속했서 익숙하게 쪽지부터 확인을 한다.


’아이템, 이벤트 소식, 이벤트 소식 마지막으로 친구 녀석의 쪽지.’


경남아! 소영이가 너 때문에 울었던 게 맞나 봐. 아까 하굣길에 갑자기 날 부르더라고. 혹시 나한테 마음 있나 싶어 설레서 쭈뼛거렸는데 네 번호 아냐고 물어보더라? 근데 너 폰 없잖아. 그래서 폰 없다고 하니까 엄청 실망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너한테 뭐 전할 말 있으면 얘기하라고 했더니. 없대 ㅋㅋ. 암튼 소식 알려준 거다.


’이게 다야? 뭐지..’


마음속 한편이 갑갑해지기 시작했다.


’내일 학교 끝나는 시간에 맞춰 가봐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