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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이 오르건 말건, 시대가 AI로 바뀌든 말든 나와는 상관없는 얘기였다.
어차피 많이 안 벌어도 먹고살 수 있을 정도의 지원은 나오는데 문제될 게 있나.
사람들은 이걸 두고 단군 이래 가장 살기 좋은 세상이라고 했다.
하지만 가끔씩 그 말이 밉게 들렸다.
내 경우, 지원금은 나오지만 함께 쓸 가족이 없었다.
아버지는 공장 사고로 몇 년 전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요즘 세상에 친척은 남보다 못했다.
작은 아버지를 떠올렸다가 괜히 아침부터 기분만 나빠졌다.
그래도 상관은 없다. 확실히 혼자 살다 보니 편하긴 하다.
아무도 잔소리하지 않고, 늦잠을 자도, 방 안이 돼지우리처럼 엉망이 돼도 괜찮다.
문득문득 드는 생각은 있었다.
‘내가 없어져도 아무도 모를 거야.’
괜히 쓸데없는 생각 하느라 감정낭비해 버렸다.
"감상이 밥 먹여주냐."
살기 좋다는 것과는 별개로 오늘도 불법 사이트에 접속했다.
어떻게 맨날 먹는 밥만 먹을 수 있겠냐고.
가끔은 새로운 메뉴도 좀 즐겨야 할 필요가 있었다.
“오늘은 뭘 보면 잘 봤다고 소문이 날까~.”
엄마가 있었다면 아빠 말투 따라 하지 말라고 화냈겠지.
'내가 따라 하고 싶어서 따라 하나. 몸에 베인거지.'
같이 산 세월은 정직했다.
가끔 드는 생각이지만 ‘불법 사이트 운영자는 어떻게 운영할 수 있는 걸까?’란 생각이 들곤 한다. 대 AI시대의 검열을 피해 요리조리 잘도 빠져 다니면서 운영하는 것도 재주는 재주라는 생각이다. 가끔씩 바이러스 때문에 포맷을 해야 하는 게 짜증 나긴 해도 돈 없는 사람에겐 이게 바로 천국 아니겠습니까.
한 가지 안타까운 건 올라오는 이웃나라의 애니 콘텐츠 수가 점점 줄어가고 있다는 거다. 실사보다 애니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선 애석할 따름이다.
“‘이웃집 괴수쿤’ 다음 편은 대체 언제 올라오려나.”
검색을 해봤지만 다음 편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평소와 다른 광고가 갑자기 떴다.
[초대 메시지 : 새로운 대한민국의 진짜 시민이 될 기회를 잡으십시오.]
이런 거 잘못 클릭하면 바로 바이러스 감염이다.
“성의라도 있어야 누를 거 아니야.”
누르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는 광고를 보자마자 짜증이 나서 X 버튼을 누르려했는데, 그때마다 미묘하게 창이 어긋났다.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한번, 두 번, 세 번째 클릭까지 실패.
“짜증 나게 진짜! 컴퓨터 살 돈도 없는데 지랄이네.”
병신 같은 컴퓨터. 컴퓨터 바꾸려면 돈이 한두 푼 드는 게 아닌데. 국가에서 바꿔주려면 아직 몇 년은 더 써야 한단 말이다. 게다가 이제는 아예 커서가 멈춰버렸다.
“왜 이래! 이 X 같은 컴퓨터!”
화가 나서 왼손으로 키보드를 쾅쾅 내리치다가 마우스를 잡은 오른손에 힘이 들어가서 어쩔 수없이 클릭해 버렸다. 멈춘 줄 알았던 컴퓨터에서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시민 인증 완료. 접속 기록이 저장되었습니다. 잠시 후 로봇 경찰이 들이닥칠 예정입니다. 지시 사항에 따라주십시오. 함께할 생각이라면 ‘동의’ 버튼을 누르십시오.]
“잠깐, 뭐? 경찰이 왜?”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실수로 클릭했을 뿐인데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정체도 모르는 스팸 광고 때문에 이대로 인생을 망칠 순 없다.
‘이런 건 고민할 필요 없이 당장 X를…’
갑자기 현관 쪽에서 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진짜… 로봇 경찰이 왔다고 어째서?”
문틈으로 붉은빛이 스캔하듯 번졌다.
차가운 기계음이 들렸다.
“수사에 적극 협조하십시오. 지금 당장 문을 열고 죄를 자백하십시오.”
로봇 경찰…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대로 잡혀가면 벌금형 아니면 강제노역이라도 하려나. 솔직히 실수로 잘못 누른 죄밖에 없잖아.’
하지만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다. 잘잘못을 떠나 구속되면 지원금이 바로 끊긴다.
게다가 겨우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며 살고 있는 중인데, 빨간 줄이라도 그어지면 그대로 인생 나락 확정이다. 단군이래 가장 쉬웠던 삶이 순식간에 지옥으로 바뀌는 거다.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니 문을 부수겠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당시에 이성을 잃었던 게 분명하다.
‘이건 몰아세운 놈 잘못이지, 내 잘못은 아니라고.’
“에라 모르겠다!”
‘동의’ 버튼을 눌렀다.
동시에 폭발음과 함께 문이 내동댕이 쳐졌고, 싸늘한 표정의 로봇 경찰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시민 A332302020. 당신은 중대한 범법 행위를 저질렀습니다. 지금부터 체포 절차를 진행 ⎯”
그때였다.
폭발음과 함께 집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돼버렸다. 그리고 눈앞엔 방금 전까지 말하던 로봇 경찰의 목이 분리된 채 구르고 있었다. 나는 믿기지 않는 그 장면을 바라봤다. 마치 애니 속에서나 보던 현실감 없는 장면이었다.
“일어나 한현오. 입소를 환영한다.”
눈앞에 다가온 사람은 ⎯방독면을 쓰고 있어서 사실 사람인지 아닌지 잘 구별이 되진 않았지만 ⎯내 이름을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