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 걸음
6개월 동안 듣던 글쓰기 수업이, 어느덧 끝나가고 있다.
처음엔 잘 버틸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이렇게 결승선을 바라보고 있는 걸 보면
그래도 나름 잘 해낸 셈이겠지.
친분을 쌓지 못했다는 건, 굳이 부정하지 않겠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안 쌓았다.
애초에 글에 집중하겠다는 명목 아래.
나는 비교적 조용한 사람으로 머물렀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본질에 충실해보고 싶었으니까.
돌이켜보면… 꽤 행복한 시간이었다.
학생일 때 말고, 이렇게 마음 놓고 배우는
경험이 또 있었던가?
수업이 시작될 때 나는 조금 자만해 있었다.
매일 글을 썼다는 자신감.
그리고… 지금 생각해 보면 살짝 부끄러운 우쭐함.
“나는 그래도 글 좀 쓰는 사람이야.”
겉으로는 모른 척했지만
사실 누군가 다 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조금은 건방졌을지도 모르는 나이 어린 작가병 환자 하나를 말이다.
그래도… 이해해주시지 않았을까?
꿈만은 컸던 한 사람의 마음을.
이제 수업이 끝나면, 다시 혼자 쓸 시간이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두렵다.
교류를 나누지 않았지만, 그 ‘섞여 있음’이라는 안정감이 분명 있었으니까.
“6개월 동안, 뭐가 달라졌나요?”
큰 변화는… 잘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느꼈다.
내가 알고 있는 세계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
내 상상 속에서 너무 많은 걸 단정하고 있었고,
그 무심함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래서 배웠다.
글쓰기는 앉아서 상상만 하는 일이 아니라는 걸.
때로는 묻고, 들어보고, 발로 걸어야 한다는 걸.
귀찮음 뒤에 숨어 있던 작가의 숙제가 드디어 눈앞에 선명해졌다.
그리고 또 하나.
침묵에 대해 생각했다.
수업에서 말없이 지내는 시간.
불편함과 편안함이 뒤섞여 있던 그 순간들.
입을 다물고 있으니 오히려 글이 말해주길 바랐던 시간들.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럴 거면 그냥 집에서 혼자 쓰지.”
맞는 말이다.
실제로 어떤 날은 타인의 대화가 90%를 차지했고
나는 조용히 앉아 ‘오늘은 글을 쓰지 못했다’며 돌아왔다.
그래서 중간엔 수업을 거르기도 했다.
'가? 말아?'
그 고민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여기까지 왔다.
지금 단편 하나를 완성해가고 있지만 그게 세상을 바꿀 리는 없다.
무명의 작가 지망생이 쓴 글을 누가 읽어줄까 싶기도 하다.
그렇다고 쓰지 않을 수 있을까?
아니다.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다.
돌아가지 못하는 지점.
어쩌면 그 지점이 바로 작가의 운명일지도.
변한 게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하나는 남았다.
쓰는 사람으로 살겠다는 다짐.
그리고 나는 지금도 묻는다.
앞으로 6개월을 더 쓴다면, 나는 달라질까?
아마, 또 다른 수업을 찾아 헤맬지도 모른다.
수업의 끝이 새로운 시작이길 바라며 이 이야기는 잠시 여기에 묻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