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2 걸음
귀촌… 왜 했을까?
농사나 시골살이에 꿈이 있어서?
고즈넉한 어촌 풍경이 맘에 들어서?
전혀 아니다.
도시를 떠나서 산다는 건 일평생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늘 서울을 목표로 어떻게든 하는 일을 붙들고 정년퇴직할 때까지 사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그런 내가 어쩌다 귀촌을 하게 된 걸까…
다 떠나서, “귀촌하니까 좋습디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매우 좋다.
느릿하고 할 일 없는 삶을 이렇게 좋아할 줄은 해보기 전까지는 몰랐다.
물론 아내가 일을 하니까 이런 백수선비질 노릇도 가능하지만,
운전 스트레스도 크게 없고 인간관계를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지금의 환경이 그 어떤 생의 순간보다도 맘에 든다.
“마트도 멀고, 프랜차이즈도 별로 없고, 갈 데도 없지 않아요? 게다가 아프면 어쩌려고요?”
인프라에 대해 얘기하자면 개개인의 생각이 다를 테니 이는 받아들이는 이의 영역이라 칭하겠다.
물론 병원에 대해서는 할 말이 좀 있지만, 사실 서울 살 때도 동네 병원은 복불복이 아니던가.
되도록이면 안 아프길 바라며 좋은 음식과 좋은 공기를 마시며 사는 일에 치중할 생각이다.
마트나 프랜차이즈는 생각보다 불편이 없다.
속초가 완전 깡시골이 아닌 탓도 큰데, 진짜로 불편함이 별로 없다.
물론 서울에 존재하는 대형 마트나 맛집이 있진 않지만, 여긴 또 나름의 생태계가 존재한다.
그래서 생각만큼 불편 요소는 존재하지 않는다.
솔직히 가장 큰 불만이 있다면…!
그건 바로 벌어지는 자산 차이 정도랄까.
아무래도 서울에 부동산을(그것도 핵심지) 가지고 있지 못해서 벌어져버린 상실감이 가장 큰 불만이다.
하나 뭐 어쩌겠나. 이 삶은 스스로 선택한 것을.
순응하는 수밖에.
하지만 친환경적인 요소는 꼭 돈으로만 환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그래서 셀프 가스라이팅을 해야만 한다.
‘나는 지금 건강에 투자 중이다. 건강에 투자 중인 것이다.’
실제로 귀촌 후 감기에 걸린 횟수가 손에 꼽는다.
여하튼 귀촌하니까 좋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10점 만점 기준으로 9점이라는 후한 점수를 줄 생각이다.
이렇게 점수를 준다 해도 누구 하나 설득되진 않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