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37

강림

by 고성프리맨

[주의] 작품의 특성상 잔인한 표현 또는 비속어가 있을 수 있을 수 있음을 감안하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크하하! 완성됐다.”


김시헌은 결국 주술을 완성시켰다. 바닥에 쓰인 글씨가 꿈틀거리듯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더니 혜리 쪽을 향해 기어간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혜리는 두려움에 몸이 덜덜 떨린다.


’난 어떻게 되는 걸까. 아무도 나를 구해줄 수 없구나.’


혜리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간절했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스스로의 무력함에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속으로 화내는 게 전부일뿐이다. 글씨는 어느새 발끝으로 다가와 몸을 타고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 글씨는 생각보다 뜨거운 느낌이라 닿는 부위가 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생각보다 뜨거운 느낌 때문에 혜리는 고통을 참기가 어렵다. 몸이 이리저리 격하게 움직인다.


”수고스럽고 무거웠던 육신의 짐을 이제는 내게 맡기거라. 너는 내 안에서 평안을 얻을지니 나를 온전히 받아들일 지어다.”


글씨는 어느새 혜리의 가슴을 지나 목 주위까지 올라왔다. 글씨가 이동한 길대로 몸에는 자국이 생겨난다. 자국은 멀리서 보면 어떤 문양처럼 보이기도 한다. 고통이 더해질수록 혜리는 점점 분노로 가득 차 올랐다. 세상에 대한 분노. 가족에 대한 분노. 스스로에 대한 분노.


강해지는 분노 속에 혜리의 영혼은 점점 희미해져 간다.


”나의 주인님이시여. 당신을 받드나이다. 그리고 나의 영혼을 어둠의 손으로 안아주소서. 어둠의 심장을 내 안에 불태워, 악의 미덕을 내게 부여하소서. 나의 이름은 어둠의 화신이요, 나의 존재는 이 세계를 어둠으로 가득 채우겠나이다. 제 몸을 주인님께 바치겠사오니 영원을 주소서.”

”원하는 대로 될지어다. 이제부터 너와 난 하나임을 선포한다.”


글씨는 어느새 혜리의 얼굴을 뒤덮었다. 뒤덮인 글씨 속에 혜리는 예전 모습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모습이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김시헌이 움직였다.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굴복한 혜리의 몸으로 김시헌이 들어간다.

’ 얼마 만에 느끼는 상쾌한 기분인가!’


혜리의 몸속에 들어온 김시헌은 드디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완전한 육신을 얻었다. 혜리의 눈이 번쩍 떠졌다. 떠진 눈에서는 검고 푸르스름한 기운의 안광이 은은하게 퍼져 나온다.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다시 현실의 세계로 돌아온 것이다. 김시헌은 주위를 둘러보다 몸에 붙어 있는 주사 바늘을 뽑았다. 그리고 주먹을 쥐었다 펴며 팔도 움직여 본다. 몸의 상태가 썩 좋지 않음이 느껴진다.


’원하는 수준으로 체력을 강화해야 해. 그리고 더 많은 영혼이 필요해. 서두르자.’


병상에서 일어난 김시헌은 곤히 잠들어 있는 병실의 다른 침대를 주시한다. 침대는 3개가 더 있었고 환자는 2명이 있다. 그중 한 명은 여자 노인, 한 명은 성인 남자다.


’누구를 먼저 맛볼까?’


잠시 고민에 빠졌던 김시헌은 남자에게 다가간다. 코를 골며 잘 자고 있는 남자의 얼굴이 보인다. 김시헌은 그대로 코를 틀어막고 남자의 목을 주먹으로 강하게 내리쳤다. 큰 반항을 해보지도 못한 남자는 그대로 죽음을 맞이했다. 죽은 남자의 목을 좀 더 강하게 꺾는다. 남자의 목이 기역자처럼 꺾이더니 길어졌다. 김시헌은 이빨로 남자의 목을 물어뜯더니 꿀꺽꿀꺽 피를 마시기 시작한다. 그동안 쌓였던 배고픔을 해소하려는 듯 게걸스럽게 마신다. 한참 동안 피를 마시더니 동작을 멈추고 눈을 감는다. 그리고 귀에 입을 갖다 대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한다. 남자의 귀에서 푸르스름한 빛이 빠져나오는가 싶더니 그대로 김시헌의 숨 쉬는 콧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피와 영혼의 맛이 이렇게 달콤하다니. 나의 행복이 곧 너희들의 행복이 될 것이다.’


만족한 미소를 띠며 노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늙은 육신은 맛이 떨어지지만 지금은 가릴 처지가 아니지.’


서서히 노인에게로 다가간다. 노인 특유의 냄새가 코에 비릿하게 느껴져 순간 얼굴을 찡그린다. 기분이 나빠진 김시헌은 그대로 노인을 공격해 마찬가지로 죽였다. 아까와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피와 영혼을 마시더니 고개를 들었다. 한층 몸이 개운해진 것을 느꼈다.


’하지만 아직 멀었어. 이 정도로는 만족할 수가 없다.’


혜리의 얼굴에는 피가 잔뜩 어지러이 묻혀 있었다. 사람을 죽이고 피를 마시면서 혜리의 영혼은 점점 자리를 잃고 마음 깊은 곳으로 가라앉아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