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36

숙제

by 고성프리맨

창훈의 아버지가 허겁지겁 응급실로 뛰어온다. 그 모습을 발견한 승호는 손을 들어 흔들었다. 창민은 승호를 발견하고 얕은 한숨을 내쉰 후 다가간다.


”창훈이는 어때요? 많이 다쳤어요?”

”침대에서 좀 쉬고 있는 중인데.. 생각보다 많이 다치긴 했어요. 잠깐 괜찮으시면 조용한 데서 얘기를 드려도 괜찮을까요?”

”알겠어요. 잠깐만 창훈이 얼굴만 봐도 될까요?”

”네.. 많이 놀라실 텐데. 창훈이가 방금 전에 잠들어서 조금 쉬게 두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창민은 창훈이 누워 있는 침상으로 다가가 모습을 살폈다. 다친 눈 쪽에는 붕대로 칭칭 감겨 있었고 피가 배어 나와 붉은빛으로 살짝 물들어 있었다. 다친 아들의 모습 때문에 창민은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아버님!”


휘청거리는 창민을 황급히 붙잡았다.


”미안해요. 잠깐 어지러워서.. 휴.. 미안한데 날 좀 부축해 줄 수 있어요?”


창민을 부축해서 응급실 바깥 의자가 있는 곳으로 나왔다.


”고마워요. 어떻게 된 일인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네.”


창훈이에게 연락을 받고 집으로 가게 된 과정. 그리고 홍심을 만나 함께 동행한 이야기. 집에서 벌어졌던 악귀와의 싸움으로 인해 발생한 사건까지 낱낱이 얘기를 전했다.


”이홍심 씨를 만났다고요?”

”네. 홍심 님이 아니었다면 창훈이 뿐만 아니라 저도 분명 크게 잘못되었을 거예요.”

”어디로 갔는지 알아요?”

”죄송하지만 갑자기 사라져서 저도 찾을 수가 없었어요.”

”박창훈 님 보호자 분 계신가요?”

”제가 아버지 되는 사람입니다.”

”아. 지금 수술을 해야 하는데 동의서 작성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상황 설명을 다 듣진 못했는데 일단 알겠습니다.”


창민은 간호사를 따라가기 전 승호를 돌아본다.


”고마웠어요 승호군. 덕분에 우리 애가 무사히 병원에라도 왔으니. 내가 지금 정신이 없어서 아들 밖에 못 챙기는 거 이해 부탁해요.”

”아니에요 아버님. 어서 창훈이를 잘 보살펴 주세요.”

”병원에 있어야 되는 거 아니면 집에 가서 좀 쉬어요. 오늘 챙기지 못해서 너무 미안한데 다음에 봐요.”

”네. 전 내일 창훈이 보러 올 테니 그때 계시면 인사드릴게요.”




김시헌은 바닥에 열심히 글씨 같은 걸 썼다 지웠다 하고 있다. 하지만 생각처럼 잘되지 않는지 다소 초조해 보인다.


”젠장! 책 보관 상태 때문에 글씨가 잘 보이질 않아. 주술을 완성해야 하는데!”


김시헌은 맘처럼 완성되지 않는 상황 때문에 무서울 정도로 나쁜 기운을 뿜어내고 있다.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는 혜리는 맘 속으로 도움의 손길을 외치고 있었다. 저번에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제발 이번에도 무사히 깨어나길 빈다.


”조금만 기다려. 주술이 완성되면 네 몸은 내 것이 될 테니.”


’큰일이다. 나도 언니들처럼 죽게 되는 걸까? 아니면 기억이 사라지는 건가? 죽고 싶지 않아. 제발.’


혜리는 무섭고 분한 마음에 몸에 잔뜩 힘이 들어간다. 하지만 어떻게도 몸이 움직여지진 않는다.


’제발.. 누가 절 좀 구해주세요.’


간절한 혜리의 기도가 마음속에서만 맴돈다.




며칠이 흘렀다. 창훈이는 수술을 했지만 결국 다친 눈의 시력을 잃었다. 눈에 큰 손상을 입어 고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여전히 몸 상태가 욱신 거리지만 그래도 일상생활을 하기에는 지장이 없다.


’홍심님을 만나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 만날 수 있는 걸까?’


갑작스러운 만남이었지만 홍심 님에 대해 계속 생각이 든다. 지금 상태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복잡한 머리를 식힐 겸 계속해서 걷고 또 걸었다. 그러다 갈 곳이 없어 창훈이가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창훈이는 수술을 마치고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긴 상태다. 창훈이 아버지는 급한 일들에 대한 처리 때문에 하루종일 병원에 붙어 있진 못하시다. 전화로 시간이 나면 창훈이를 가끔씩 지켜봐 달라고 부탁을 하셨다.


”걱정 마세요. 아버님. 틈나는 대로 병원에 방문할게요.”


수술이 끝나고 난 후 창훈이는 우울해 보인다. 아무래도 시력을 잃었으니 당연하겠지. 한동안은 마음이 안정될 때까지 그저 지켜봐 주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승호야. 이제 집에 가봐.”

”왜?”

”그냥. 너도 아직 힘들잖아. 내가 급한 일 있으면 연락할게. 고맙다.”

”친구 사이에 뭘.”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구나..’


창훈이의 마음을 눈치채고 가볍게 인사를 나눈 후 병실 밖으로 나왔다. 병실 밖으로 나와 앞을 바라보는데 홍심이 서 있었다.


”홍심 님?”

”네 승호님. 저예요. 잠깐 시간 내줄 수 있어요?”

”그땐 갑자기 어디로 사라지신 거예요? 몸은 어떠세요?”

”미안해요. 가면서 설명할게요.”


막상 기다리던 홍심을 만났지만 알 수 없는 투정이 생겨난다. 그리고 생각보다 괜찮아 보이는 홍심의 모습에 안도감도 느꼈다.


”어디로 가나요?”

”음.. 승호님이 괴로워하는 부분에 답을 줄 수 있는 곳으로요.”

”네?”


알 수 없는 말이었지만 이상하게 안심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