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승호님. 오늘 가는 곳은 그리스도의 길이라는 교회예요.”
”그리스도의 길이라면.. 이단 종교요?”
”굳이 잣대를 들이대자면 맞겠네요.”
”교주가 신도들을 착취해 가며 악랄하게 운영한다고 들었던 거 같은데..”
”세상에는 겪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도 많다고 얘기드리고 싶네요. 승호님은 신학대생이니 분명 많은 얘기를 들었을 거라 생각해요. 오늘 만날 사람은 백철환이라고 해요. 그리스도의 길 교주를 맡고 있어요. 만나보면 분명 알게 되는 게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홍심 님도 혹시 그리스도의 길 신도이신가요?”
”아니요. 제게는 좋은 분이지만 저의 힘과 철환 아저씨의 힘은 결이 달라서 함께는 어려웠어요. 아참 저한테는 어릴 때부터의 연이 있던 분이라 아저씨라고 부르고 있어요.”
”네 알겠습니다.”
솔직히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이단 종교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들어왔다. 그들의 포교방법 및 미신과도 같은 신앙심 고취, 거짓된 안수기도의 효능과 왜곡. 그리스도의 길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순간부터 마음에 벽이 쳐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한 번 속는 셈 치고 가보자. 홍심 님이 허튼소리를 할 사람도 아니고.’
홍심과 이동하는 차 안에는 적막이 감돈다.
”여기에요.”
낡고 큰 철문은 살짝 긴장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혹시 들어갔다가 이대로 못 나오게 되는 건 아니겠지? 나한테 따로 원하는 게 있는 걸까?’
수많은 생각이 빠르게 나타났다 사라지고를 반복한다. 머리가 어지럽다. 하지만 정신을 차려야 한다.
”승호님 들어갈까요?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나쁜 분이 아니세요. 물론 편견이 쉽게 사라질 수 없겠지만 철환 아저씨는 분명 승호님께 도움을 주실 거라고 전 믿어요.”
”하아. 알겠습니다. 홍심 님만 믿을게요. 쉽진 않겠지만 최대한 편견 없이 대화 나눌게요.”
”고마워요.”
앞에서 맞이한 백발의 여성은 아무 말 없이 대화를 듣고만 있다.
’똑똑똑’
”들어오십시오.”
”안녕하세요 아저씨. 승호님을 데려 왔어요.”
”안녕하세요 백철환 님. 신학대를 다니고 있는 강승호라고 합니다.”
”승호씨군요. 홍심이에게 얘기는 들었어요. 악수나 할까요?”
”네? 네.”
철환의 손은 상당히 크고 두꺼운 편이었다. 맞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그의 기운은 노인의 느낌이 아니었다. 손바닥에 있는 굳은 살의 느낌이 거칠다.
”저에 대해 알고 있나요?”
”아.. 알고는 있습니다.”
말꼬리를 흐리며 홍심을 슬쩍 쳐다본다. 홍심은 인자한 미소로 살짝 고개를 까닥였다.
”아마도 저를 악랄한 이단 종교의 교주로 알고 있겠죠? 틀린 말은 아니니. 하하.”
”아저씨! 오해할만한 말은 하지 마세요.”
”오해 그렇지 오해일 수 있겠구나. 하지만 이미 한 번 정해진 기준은 돌이킬 수가 없어. 난 이단으로 분류된 지 오래되었으니. 승호 씨? 승호 군? 호칭이 어색하지만 그냥 연장자인 내 기준에 맞춰 편히 불러도 될까요?”
”네.. 괜찮습니다.”
”그래요 승호 씨. 오늘 보기로 한 건 당신이 고민 중인 부분에 대해 내가 먼저 경험을 해봤었기 때문이에요.”
”어떤 면에서 단언하시나요?”
”전 시한부 판정을 받았던 몸이에요. 죽을 각오로 모든 연을 끊고 산속에 들어가 죽을 날만 기다렸어요. 그냥 무료하게 시간을 보낼 수는 없어서 전 시간을 보내야 할 때 성경을 읽었어요. 그렇게 무작정 읽어 나갔어요. 10번, 100번 그리고 어느새 1000번. 그렇게 여느 날처럼 똑같은 생활이 펼쳐질 거라 생각했던 그날 뜻밖의 계시를 받았어요. 하나님께서 제게 강림하신 거라 생각해요. 목소리를 듣게 되었지요. 그리고 저는 하나님의 역사를 행할 수 있게 되었어요. 많은 사람이 찾아왔어요. 특히 나처럼 아픈 자들. 불치병을 고쳤다는 나에 대한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어요. 그렇게 모인 사람들에 의해 추대된 내가 그리스도의 길을 선포하게 된 거지.”
’갑자기 나한테 그리스도의 길에 대한 이야기는 왜 이렇게 오래 하는 거지?’
”말이 길었네요. 늙으면 과거 얘기가 자꾸 튀어나와 하하. 홍심아 나도 참 늙긴 했구나.”
”오랜만에 만나는 외부인이라 더 그러셨겠죠.”
”승호 씨 미안해요. 내가 이렇게 얘기를 한 이유는 사실 내가 얻게 된 능력 때문이에요. 병을 고칠 수 있는 능력 외에 소위 말하는 귀신을 쫓는 능력도 가지게 되었어요.”
”퇴마를 하신다는 건가요?”
”맞아요. 사실 병의 종류도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귀신과 연관된 병이 참 많아요. 귀신을 쫓아내면 자연스럽게 낫게 되는 병도 생각보다 많죠. 내가 모든 병을 고칠 수는 없지만 귀신과 관련된 거라면 가능해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믿어야 되는 걸까. 얘기를 들으며 점점 머리가 복잡해진다. 하지만 퇴마에 관한 내용을 듣는 순간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승호 씨도 최근에 귀신과 관련된 일을 겪어봤으니 스스로의 부족함에 대해 많이 느꼈겠죠?”
”너무 비참합니다.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요. 차라리 저한테 아무것도 안 보이고 엮이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하필이면 왜 저인건지..”
”이유가 있을 거예요. 승호 씨에게는 다른 사람과 달리 남을 구하고 싶어 하는 순수한 마음이 보여요. 마음만 가지고 능력을 얻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원한다면 도움을 줄 수 있을 거 같네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하나 명심할 게 있어요. 능력은 승호 씨의 인생을 바꿀 거예요. 그 방향이 좋은 방향일지 아닐지는 결국 승호 씨에게 달렸어요. 그리고 손가락질을 받게 될 수도 있어요. 가까이 지내던 사람, 생판 모르는 사람, 도움을 줬던 사람 가리지 않고 언제고 승호 씨에게 등을 돌릴 수 있어요. 보통 사람들은 자기와 다르다고 느끼는 순간부터 두려움을 가지게 돼요. 평범한 삶을 잃을 자신이 있나요?”
”지금으로선 망설일 시간이 없습니다. 솔직히 모든 걸 다 이해하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제겐 남을 도울 현실적인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철환님의 말을 들으며 믿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철환은 잠시 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잠긴다.
”홍심아.”
”네 아저씨.”
”승호 씨를 돕겠다.”
”감사해요!”
”넌 여기서 기다려 줄 수 있겠니? 난 따로 승호 씨와 이야기를 좀 더 나눠야겠구나. 준비되었나요?”
”네 전 괜찮으니 두 분이 얘기를 나누세요.”
”저도 준비되었습니다. 가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