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 걸음
한창 일 할 땐 효율을 추구했다. 최대한 안 움직이면서 최대의 효율을 낼 수 있는 방법 찾기랄까. 원체 게을렀기에 두세 번 움직여서 할 일을 어떻게든 한 번에 끝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오히려 비효율적인 동선을 만들어 한번에 끝낼 일도 세네 번에 걸쳐하게끔 만든다. 와닿지가 않을 거 같아 설명을 곁들이면.
싱크대에 설거지할 그릇을 갖다 놓을 때 여러 개를 포개서 가져다 두는 대신 일부러 한 개씩만 그릇이나 컵을 집어서 싱크대와 식탁 사이를 반복적으로 왔다 갔다 한다. 접힌 빨래를 정리할 때도 마찬가지다. 한 번에 들고 갈 수 있을 만큼 품 안 가득 안고 가는 대신 고작 두 손에 하나씩만 수건을 집어서 욕실 비치함에 넣어 놓는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는 “뭐 하는 거야! 느려터져서!”라며 갈! 하지만, 상관없다. 지금의 나는 그저 비효율을 추구하는 사람이니까. 눈치 빠른 이는 느꼈을 거다.
“아니요. 전혀 모르겠는데요? 애초에 관심도 없는데? 뭐죠 넘겨짚지 마시죠?”
이유는 단순하다. 원체 바깥 활동을 하지 않다 보니 일부러라도 유산소 운동을 하기 위함이다. 단지 몇 걸음이라도 더 반복적으로 걷기 위한 노력이랄까. 기록을 보면 만보를 걸은 적이 까마득하다. 어떤 날엔 겨우 몇 백 걸음 걸은 게 전부인적도 있었다. 그래서 그럴까. “아구구 삭신이야…” 소리가 나오는 날도 많아졌다. 회사 다닐 땐 적어도 출퇴근이라는 게 있다 보니 어쩔 수없이 유산소를 했었기라도 했지. 백수인 지금은 아무것도 없다.
“같이 수영 다니자니까 본인이 도망갔잖아.”
“물… 좋지. 좋은데 물 트라우마가 있어.”
“나도 똑같아. 그러니까 같이 하자고.”
“음. 외부 사람들에게 흉한 몸을 보일 자신도 없고…”
“아 꺼져!”
그래서 수영 포기. 헬스장이라도 다닐까 했건만 이건 만날 수없는 유니콘 같은 존재라는 걸 이미 여러 해 겪었다. 왜냐고? 아무리 누가 뭐라 해도 안 다니니까.
“홈트 시작할게.”
홈트라고 부르기 미안한 몇 가지 동작을 파닥거려 보기도 했다. 스쿼트를 며칠 깨작거리다 보면 다음날 무릎이 아파서 쉬어야 했다. 플랭크도 시도했지만 목이나 팔이 저린 증상이 생겨 접었다. 러닝? 그건 나가야 하니까 패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 궁여지책으로 만들어낸 게 비효율적으로 집안일하기다. 그렇게라도 유산소를 늘려야 할 필요는 있었으니까.
아무리 쓸모없고 하찮아 보이는 행동도 이유를 알고 보면 고개가 끄덕여질 때가 있다.
“그게 님의 비효율적인 동선 타령은 아닐 거 같은데요?”
그냥 고개를 끄덕여주면 안 될까? 하지만 여전히 운동량이 부족한 관계로 나는 또 다른 비효율적인 프로세스를 만들어내야만 한다. 할 것이다. 해야 해.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