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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드점빵 Sep 29. 2021

반성문

세상의 모든 을에게 보내는 사과.

지난 십수 년 동안 숱하게 겪었지만 여전히 프로젝트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무례와 몰상식은 아무 일 아니라는 듯 그냥 씹어 삼키기가 힘들다.


그나마 다행이다 싶은 점은 내 일의 자리가 바뀌고 난 뒤, 그런 상황을 직접 마주해야 할 경우가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갑을병정.


일이 아니라 돈의 흐름을 따라 설계된, 일그러진 협업 관계에서 가장 힘든 존재는 단연 '을'이다. 많은 경우, '을'은 갑에게 시달리는 와중에도 '얄밉게 자기 할 말 다하는 병과 정'을 달래 가며 어떻게든 일을 아물려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렇다.


톺아볼수록 참 외롭고도 괴로운 것이 '을'의 처지이다. '을'의 상징과도 같은 종합광고대행사 AE 생활을 접고 1인 기업을 열어 골방 작업실에 들어앉은 후, 소위 '병'과 '정'의 위치에서 일할 때마다 몸소 느끼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게 잘 알면서, 어차피 할 거면서, 오늘도 나의 클라이언트인 '을'에게 "이건 좀 너무 하지 않나."라고 구시렁댄 나는 아직 미성숙한 인간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하여 나는 이 글을 통해 세상의 모든 을에게 통렬한 반성과 사과, 그리고 격려와 응원을 함께 보내려 하는 것이다.


얼마나 힘드세요. 제가 그 심정 누구보다 잘 압니다. 그러지 않아도 울고 싶은데 뺨 때리는 짓 하지 않도록 스스로 잘 살피겠습니다. 우리 같이 힘내 봅시다.

팟타이에 창 맥주를 마시며

-브랜드점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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