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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카 Mar 17. 2020

사람을 위한 디자인

알폰스 무하展 리뷰

쏘카 BX팀은 ‘Inspiration Day’라는 이름 아래 한 달에 한 번 정도 강연이나 전시, 교육 등을 다녀온다. 2월엔 삼성동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전시하는 <알폰스 무하전>에 다녀왔다. 몇 년 전 한국에서 열린 무하전과 체코의 무하 전시회에 다녀온 적이 있지만, 학생 때 보았던 느낌과 3년 차 디자이너로의 감상은 어떻게 다를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4월 5일 일요일까지 전시가 연장되었다. 도슨트 듣는 것을 추천한다!


산업혁명으로 공업화가 가속화되던 19세기 말은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면서 ‘인간의 가치는 무엇인가?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 수가 있는가?’라는 본질에 대한 사유가 떠오르던 시기였다. 무하는 ‘누구를 위한 예술을 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하며 인간의 고독감과 소외감을 어루만져 주는 예술을 선보였다. 그저 상품을 팔기 위한 작품이 아니라 과자, 비누, 향수, 술 패키지 등 일상생활에서 평범하게 접하는 것들에 아름다운 그림을 녹여내며 예술로써 대중에게 손을 뻗었다. 기계화로 인간이 소외되던 시절, 작품을 통해 일상을 아름답게 물들이며 대중을 위로한 것이다. 이처럼 그는 대중을 위한 예술을 했고, 인간을 이해하는 인문학적인 예술을 펼친 작가다. 학교에서 인문학과 디자인을 복수전공하며 인간에 대한 이해가 예술에 어떻게 표현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적이 있었는데, 무하가 이 고민의 해답을 주는 것 같다.


알폰스 무하는 19세기 말 활동한 체코의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아르누보(장식예술)를 대표하는 화가다. 부드럽고 유연한 곡선과 화려한 장식의 ‘무하 스타일(Le Style Mucha)’로 그만의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구축했다. 무하는 광고 포스터, 패키지, 보석, 무대 디자인 등 예술이 닿을 수 있는 다양한 범위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녹였고, 많은 사람들이 이에 열광했다. 디자인만 봐도 누구의 작품인지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요즘의 ‘브랜드&브랜드 팬덤(fandom)’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날 기업은 차별화된 로고, 심벌, 컬러 등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들고 일관된 메시지를 통해 브랜드를 구축한다. 사람들은 컬러나 형태를 보고 특정 브랜드를 떠올리고, 더 나아가 그 브랜드의 팬이 되기도 한다. 무하가 그 자체로 브랜드가 되고 대중에게 가치와 신뢰성을 인정 받은 것처럼 BX팀에서는 쏘카와 회원의 관계를 좁히기 위한 일을 하고 있다. 쉽고 편안하지만 신뢰감을 주는 인상으로 다가가기 위해 버벌·비주얼 디자인 시스템을 개발·유지·보수하고 '쏘카스러움'이라고 불리는 쏘카만의 스타일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것이다. 


사계: 봄, 여름, 가을, 겨울 연작


나는 닫혀있는 응접실이 아닌
사람들을 위한 예술 활동을 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도슨트가 전해주는 "나는 닫혀있는 응접실이 아닌 사람들을 위한 예술 활동을 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라는 무하의 말에 대학시절 과제로 쓴 디자인 선언문이 떠올랐다. 예비 디자이너로서 사람을 위한 디자인을 하겠다고 다짐했었다. 제목은 ‘사람을 위한 디자인’으로 내용을 일부 떠올려보면 이렇다. “오늘날 디자인은 이익 창출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여겨진다. 물건을 더 많이 팔고, 상품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한 도구인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디자인은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어야 한다. 디자인은 소비하는 ‘사람’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멋진 디자인이라도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이 불편함을 느끼거나 위험에 노출된다면 그것은 적절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없다. (중략) 사람을 위한 사려 깊은 배려가 녹아든 디자인이야 말로 바람직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올바른 디자이너는 사회적, 도덕적 책임을 갖고 디자인에 임해야 한다.” 인간을 이해하고 그들을 위한 예술을 했던 무하의 정신에서 사람을 배려하는 디자인을 하겠다는 나의 다짐이 다시 생각났다. 


쏘카에서도 ‘사람'을 먼저 생각한, 사람 중심의 디자인을 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해야 함은 물론 자동차를 매개로 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안전’은 특히 중요하다. 설치물·제작물의 경우 디자인 결과물을 내기 전에 운전자의 입장이 되어 테스트를 하고 문제가 있으면 대안을 찾는다. 디자인 형태와 소재, 제작 방식뿐 아니라 결과물이 붙을 영역도 함께 고려한다.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안내문. 위험 감지 시 울리는 경보에 운전자가 놀라지 않도록 차량 내 스티커를 통해 미리 안내한다. 운전자의 시야에 쉽게 닿으면서 운전 시 거슬리지 않을 위치(룸미러 영역)를 찾아 안내문을 부착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알폰스 무하가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하며 아름다운 작품을 통해 대중을 사로잡았고, 말년에는 <슬라브 서사시>란 작품으로 고국과 민족을 위한 예술을 한 위대한 화가임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디자인을 하며 의문과 고민이 생긴다면, 무하가 그랬듯 ‘사람을 위한 디자인’을 하고자 했던 다짐을 떠올리고 답을 찾을 것이다.


MD숍에서 포스터, 엽서, 다이어리, 마그넷 등 다양한 MD를 판매하고 있다. 9만 원어치의 MD를 구매했다. (지갑 또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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