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사진]
어렸을 때 나의 명절은
엄마가 사 준 새 옷과
평소 못 먹던 떡과 식혜가 있는
그런 즐거운 날이었다.
중학생이 된 나의 명절은
엄마의 바쁜 일손을 도와
전 부치는 게 내 몫이 된
즐겁지만은 않은 그런 날이었다.
그러나 결혼 후 나의 명절은
하루종일 아이 돌보며 음식을 해야 했고
차례상에 밥상과 술상을 차리고 치우며
사흘 내내 허리가 휘던 날들이었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어
죽은 조상 보다 산 조상이 먼저이니
상다리 휘어지라 준비하던 차례도 없애고
손님 보다 가족이 즐기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그래서 이제 나의 명절은
하루종일 부엌에서 일하지 않아도 되고
가족과 함께 외식하거나 여행 가도 좋아
다시 즐거울 수 있는 그런 날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