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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드숲 이미림 Aug 16. 2021

이름이 좋아야 성공한다?

[브랜드 뒷북]

브랜드 네임 개발 일을 주로 하다 보니

브랜드 이름이 좋아야 성공한다며

제품의 성패를 브랜드 이름에만 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정말 이름이 좋아야만 성공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컴퓨터 브랜드로 시작해서

지금 세계 최고의 브랜드가 된 '애플'이

브랜드를 잘 만들어서 브랜드 가치가 가장 높다는 결론인데,

여기서 잠깐 오해를 풀고 가기로 하자.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서의 이름은

상표, 즉 브랜드를 말한다.


그렇다면 브랜드는 무엇인가?

브랜드는 '내 것'과 '남의 것'을 구분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내 것'이 '남의 것'과 어떻게 다른지 알려 주는 일종의 표식으로

네임은 물론 서체, 패키지, 컬러, 소리, 광고, 홍보, 제품, 고객 서비스 등 

그 제품과 서비스가 나타내는 모든 활동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브랜드를 좁은 의미에서 보자면 

브랜드 네임 자체만을 말하지만

넓은 의미로 보자면

그 제품이나 서비스가 표현하는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그래서 잘 만든 브랜드라는 것은

단순히 네임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제품부터  네임, 디자인, 광고, 마케팅 활동 등을 통해

꾸준히 브랜드를 관리하고 성장시켜야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삼원식품의 태양초 고추장 역시

'해찬들'로 브랜드를 바꾸고 성공 대열에 올랐다.

경쟁 브랜드였던 풀무원, 청정원 보다 잘 만들었기 때문이었을까?


물론 잘 만들긴 했다. 

삼원식품의 태양초에 대한 아이덴티티가 녹아 있고, 

깨끗함을 추구했던 경쟁 브랜드들과는 달리

따뜻하고 정감 있는 식품의 이미지로 차별을 두고 만든 좋은 브랜드이다.

그러나 광고를 통해서 신당동 떡볶이집의 대가였던 마복림 할머니가

'며느리도 모르는 떡볶이집의 비법'이었다는 사실을 전달하지 않았다면

해찬들이 그정도로 화제가 되진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나는 브랜드를 만들고 있지만

그래서 그 브랜드  네임의 중요성도 잘 알고 있지만

모든 성공과 실패가 네임 때문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브랜드 네임과 디자인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차별화된 제품의 품질과 함께 꾸준히 발전시키고 관리를 해야만

어렵다는 성공의 대열에 들 수가 있다.


내가 만들었던 수많은 브랜드들 중에

해찬들, 마이쮸처럼 성공한 브랜드도 있고,

빨간지붕, 투비프리, 바로톡처럼

사라지거나 기억조차 할 수 없는 브랜드들도 있다.


나에게는 아픈 손가락의 자식들 같은 존재이지만

브랜드 네임을 잘못 만들어서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때로는 경영상의 문제로,

때로는 홍보 부족의 이유로

또 때로는 트렌드에 적합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을 것이다.


브랜드를 보면 사람의 인생과도 닮았다.

'나'라는 브랜드가 형성되기까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닌 것처럼

브랜드도 건강해지도록 제품력(품질관리)도 올리고,

식상해질 때는 옷(디자인)도 갈아 입히고,

주변에 자랑(광고. 홍보)도 해서 널리 알려야 한다.


때로 누군가 위협하는 행동(경쟁사 유사 브랜드 및 유사 제품 출시)을 해 온다면

당하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대응(산업재산권 소송)도 해야 한다.


나는 클라이언트들의 브랜드 네임을 만들어 주는 일을 하지만

그 브랜드를 키우는 몫은 온전히 클라이언트의 손에 달려 있다.


'잘 만든 브랜드 열 공장 안 부럽다'는 이야기도 있다.

브랜드 파워가 높으면 브랜드 네임에 대한 자산가치도 높아

공장 건물이나 기타 다른 자산보다 브랜드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기도 한다.

그래서 정말 잘 만든 브랜드 하나가 열공장 부럽지 않을 수도 있다.


애정 어린 마음으로 낳았던 수많은 나의 브랜드들이

그 어떤 이유로든 무사히 잘 버티고 잘 자라주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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