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생각]
난 엄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세심하고 꼼꼼한 아버지와 달리
엄마는 대범하고 당찬 성격이었으며
살림에도 별로 소질이 없었다.
엄마는 밖으로 일만 하러 다녔다.
아니면 놀러 나갔다.
어쩌다 엄마가 집에 있는 날이면
그날은 엄마가 아파 누워 있는 날이었다.
서당 훈장님 같은 젊잖은 아버지와 달리
엄마는 장사나 사업가 기질이 많았다.
사람들과 어울려 술도 잘 마셨다.
취하면 가끔 내 앞에서 울기도 했다.
그런 엄마가 돌아가시면서
아버지에 대한 나의 환상은 깨져 버렸다.
그리고 내가 어려 이해하지 못했던
엄마의 아픔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는 요즘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개인의 삶이 곧 역사가 되는
그분들의 인생을 글로 정리하는 일을 한다.
그러다 엄마 생각이 났다.
내 살아온 이야기를 쓰면
책 몇 권은 나올 거라던 엄마의 말처럼
이제 내가 엄마의 이야기를 써 보려 한다.
거울을 보니 내 얼굴에 엄마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