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야기]
"할머니, 생신 축하드려요! 오래오래 사세요~"
어린이집으로 가는 길에 나는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했다.
엄마가 애타게 보고 싶어 하는 외손주의 목소리를 들려 드렸다.
엄마의 59번째 생신날 아침이었다.
"엄마, 생신 축하드려요! 가지 못해서 죄송해요..."
이상하게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다.
'혹시 이게 엄마의 마지막 생신이면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이 문득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며칠 뒤 일요일 점심에 우리 가족은 시어머님을 모시고
63빌딩 뷔페에서 열리는 시이모님의 환갑잔치에 갔다.
그 당시 63빌딩은 1990년도 초반에 가장 핫한 곳이었다.
엄마가 생각났다. 많이 미안했다.
밤 9시가 되었을 무렵, 언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엄마가 쓰러졌는데 아무래도 내가 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대구의 영대병원으로 옮기는 중이라고 했다.
심장이 쿵 내려앉고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운전도 못했고, 자동차도 없었다.
그 밤에 서울에서 대구를 가려면 서울역으로 가야 했다.
불행 중 다행인지 사람이 많은 일요일 밤이어서
12시 넘어 출발하는 임시 열차 티켓을 겨우 구할 수 있었다.
남편을 뒤로하고 정신없이 기차에 올랐다.
종교는 없었지만 모든 신들께 빌고 또 빌었다.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었고 나도 모르는 사이 깜빡 잠이 들었다.
엄마 장례식의 구슬픈 상여 노랫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