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사진]
인생에서 가장 절망적인 순간이 있었다.
모든 게 다 네 탓이라 여기며 원망했었다.
사람도 밉고 세상도 밉고 모든 게 싫었다.
절망의 늪에 빠져 시간과 인생을 흘려보냈다.
어느 날 깜깜한 어둠 속에서 내 모습을 보았다.
지치고 쓰러져 말라버린 나의 영혼
나를 이렇게 만든 건 네 탓이라 여기며
나는 나를 갉아먹는 괴물이 되어 살고 있었다.
거울 앞에서 나를 마주했다.
시간을 거스런 무한반복 거울이
내게 상처 남긴 사람들을 하나 둘 보여 주었다.
마침내 멈춰버린 거울의 끝, 그 마지막엔 내가 있었다.
나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네가 있어야 할 그 자리에 왜 내가 있는 것일까?
믿을 수 없는 결과 앞에서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네 탓이라 여겼던 나의 믿음은 유리처럼 와장창 깨져 버렸다.
나의 지난 과거가 무한반복 거울 속으로 다시 나타났다.
너에 대해 묵인하고 회피했던 나의 행동들과
싸우기 싫어 도망쳤던 수많은 순간들이
너와의 거리를 넓혀 타인처럼 만들고 있었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회피하고 도망치기보다 부딪혀 이겨 내야 했었음을,
소극적인 나의 태도는 결국 나를 아프게 하였음을,
그리고 네 탓이라 우겼던 그 많은 순간들이, 바로 나의 탓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