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이라고 할 만한 거창한 염원을
가져 본 적이 있었던가.
이제는 더 이상 하지 않는 생일 케이크의 초를 끌 때,
동그란 보름달을 볼 때
새해 첫 해맞이를 할 때
우연히 유성을 볼 때
딱히 무언가를 빌어야 할지 몰라서 고민하다가
아무것도 빌지 못했었다.
어느 날인가 '로또 맞게 해 주세요'라고
빌어 보려다, 공허해서 그만둔 적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아직까지도 흥얼거리는
어린 날의 노래는 동요도 아니요 유행가도 아닌
만화 주제가 바람돌이다.
"일어나요 바람돌이~~ 모래의 요정~~
이리 와서 들어봐요~~ 우리의 소원~~
어릴 적부터 이렇다 할 소원도 없는 내가
요술 주문을 주제로 한 카페를 찾았다.
커피 팩토리 비비다이어리
이렇게까지 허허벌판 일지는 몰랐다.
스산한 겨울 들판을 달리다 보면
설마 하는 순간
우두커니 자리를 지키고 선 비비다이어리를
만나게 된다.
B612 소행성에 사는 어린 왕자를 모티프로 한
카페 캐릭터와 요술 주문 '바비디부~~'가
손님들을 맞이한다.
1층은 커피 팩토리답게 커피 메이커 기계들이 있고
입구를 지나 검은 계단 위 햇볕을 따라가다 보면
2층에 Cafe가 있다.
크고 작은 화분들이 곳곳에
심지어 천장에도 걸려 있어
자칫 차가울 수 있는 콘크리트 벽과
구조물을 그대로 들어낸 천장을 보완해 준다.
아기자기한 커피잔, 커피포트
직접 로스팅한 커피들이 예쁘다.
평일 낮시간이라는 핑계를 대며
6인용 테이블에 혼자 앉아본다.
유리 벽면 너머로 펼쳐지는 가을 언덕이
말할 수 없이 편안하다.
브런치 메뉴가 없어서 에그 샌드위치와 오늘의 커피를 선택했다.
에그 샌드위치는 삶은 계란에 풍부한 마요네즈가 블루베리 잼과 어우러져 흡족하다.
다만, 모닝빵이 퍽퍽해서 아쉬웠을 따름.
커피 팩토리답게 에티오피아 시다모로 만들어진
드립 커피는 진하고 상큼하다.
모든 것을 나이 탓으로 돌리고 싶지는 않지만
요즘은 머그컵에 가득 담긴 커피보다
예쁜 잔에 잔 받침까지 격식 갖춰 마시는
커피가 더 좋다.
소원은커녕, 일상의 루틴도 유지하기 힘든 요즘이다.
몸은 점점 더 내 마음과 별개로
자기 뜻대로 아프고, 늦잠을 자고
쓸데없는 음식들을 탐닉한다.
그럴수록 마음은 죄책감으로 피폐해진다.
괜찮다고 다독일수록
위로가 되기보다 공허하다.
또 한 해가 간다.
단, 2주 남은 2021년의 내 생애를
떠밀려서 보내기보다 잘 보내줘야겠다고
다시 한번 마음을 정리해 본다.
모처럼 칼날 같은 겨울바람이 분다.
매섭게 응원당한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