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여름가을

파란 바다는 왜 새하얀 파도를 만들까.

by 브랜디Cake

겨울 칼바람이 세찬 바닷가에 주차를 하고

수평선과 등대를 품은 새하얀 카페로 향한다.

살짝쿵 언덕빼기에 위치한 단층 카페는 실내 테이블이 5-7개쯤 있는

조그만 카페로, 욕심없어 보여 대번 마음에 든다.


카페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바다를 향한 정면 유리창으로 실내 가득 해가 들어 차 있다.

인공 히터의 일방적인 건조 바람이 없이도 충분히 따뜻하다.

바람이 부는 날이라는 것을 알수 있는 것은 창 넘어로 보이는 흔들리는 파도 뿐이다.


블랙 & 화이트, 시멘트 맨얼굴로 인테리어된 카페는

스틸과 원목의 테이블과 의자를 두어 모던함과 심플함을 강조하는 듯하다.

심플 소재가 가득해서 자칫 건조할 수 있는 내부를 다잡듯이 주황색 백열등으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그러지 않았어도 충분히 좋았으리라.

카페 전면 통창으로 드넓은 애머랄드 바다를 인테리어 소품으로 쓰고 있으니

굳이 신경쓰지 않아도 유유자적한 한가로움이 넘치는 공간이였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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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향해 배치된 작은 2인 좌석에 자리를 잡고 메뉴를 고른다.

오늘도 예외없이 아메리카노를 고르고 카운터에 올려진 3종의 쿠키 중 다크 초코쿠키를 주문한다.


겨울 햇살에 눈부셔하며 수평선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호출벨이 울리는 것을 놓친다. 주인이 불러서야 황급히 일어나 커피를 가져온다.

아메리카노는 묵직하고 탄맛과 신맛이 반반정도로 섞여있다.

피곤한 아침 출근길에 어울릴 법한 맛이다.

아쉽게도 오늘은 일요일.


가격을 책망하며 기대도 않던 ‘다크초코쿠키’가 예상밖이다.

넉넉한 초코와 호두, 마쉬멜로우의 달콤한 조화가 좋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쿠키를 순식간에 해치우고서는 커피 가격보다 비싼 쿠키를 인정해주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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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터전을 옮기면서 다사다난했다.

누군가의 집을 2년 동안 빌리는 세입자가 되었고

동시에 내 집을 내어주고 세입자를 들이며 임차인이 되었다.


몇 명의 중개사를 만났고

세입자라서 억울한 느낌을 갖기도

주인이라서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여러 번

결국 2월의 마지막을 이렇게 맞이했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삶의 터전을 옮기고

일상을 다르게 꾸려가는 것에는

내 의지나 나의 스케줄과는 무관하게

주변 환경, 타인의 의도 등이 복잡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시간이 필요하고 때로 그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도 많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항상 아등바등거렸고

마음을 졸였고

상처주고 상처받고

절망했다.


어느 순간 운명이 정해져 있듯이

나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일이 흐르고

내 예상을 비웃으며 다른 결론이 찾아왔다.

아무리 애써봐라 네가 바꿀 수 있는 것이 어디 있는가.

라고 누군가가 아마도 운명이 나를 비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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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식어갈수록 사람들이 오고 간다.

아담하고 소박하고 작다는 이곳의 장점이

원치 않게 옆 테이블의 주식이야기, 부동산 이야기, 자식 이야기 등을

듣고 마는 단점으로 변해 갈때 쯤 자리에서 일어선다.


마시멜로우 다크초코쿠키가 몸 구석구석의 지방을 보충했을 텐데도

여전히 칼바람에 밀린다.


무거운 몸무게의 장점은 정녕 하나도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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