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야 할 기억 조각들
올 1월 초였다. 매년 우리는 결혼 기념일과 생일이 겹쳐있어 늘 가족과 이벤트를 즐기곤 했는데 그중
가장 큰 이벤트는 역시 여행이었다. 자주 갔던 제주도를 가고자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아픈 푸디를 맡기고 우리만 제주도를 갈 수는 없기에 결국 함께 가기로 큰 결심을 했다.
여기 저기 알아보니 비행기를 타는 일도 카페에 가거나 식사를 하는일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좋아진것 같았다. 용기를 내서 우리는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 먹고 반려견과 함께할 수 있는 숙소를 예약했다.
여행을 떠나기 몇일전부터 푸디의 건강 상태는 급속이 나빠졌고 어딜 움직이는것은 좋은 생각이 아닌것 같이 느껴졌다. 그렇게 포기 하려고하면 신기하게도 우리집 푸디는 또 일견 멀쩡하게 보이기도했다. 이미 엎지러진 물이다. 조마조마한 마음을 다잡으며 전철을 타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아뿔싸! 지하철에서 안절부절하던 푸디는 결국 검붉은 설사를 하고 말았고 도저히 수습이 안되서 가족모두 일단 어디역인지도 모르는 곳에서 일단 하차해서 수습을 했다.
어쩌면 이게 큰 신호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4년간의 아픈 모습을 보아 왔기에 대수롭지않게 여겼다.
조금 지나면 나아지겠지. 다행이 이 이후부터는 수월하게 비행기를 타고 렌트카를 빌리고 숙소에 도착했다.
도착하니 어느정도 기운을 차린것 같아 내심 안심을 했지만 낯선 장소가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저녁에 카페트에 오줌을 싸고 말았다. 여독이 풀리지도 않았는데 카페트를 씻고 푸디 상태를 살피고 옷을 갈아 입느라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2박 3일은 너무 짧았다. 하지만 푸디는 처음으로 바다를 보았고 모래 사장을 걸어 보았으며 우리와 같이 식사를 하고 우리품에 안겨 잠이 들었다. 꿈같은 날들이었고 그 어느때보다 제주도의 날씨는 맑았다.
마치 우리가족을 포근하게 감싸안아주는듯한 날씨로 힐링했다.
제주도 여행을 갔다와서 좋은 기분이 채 가시기도전에 푸디는 상태가 나빠져 병원에 갔다.
간 수치가 측정이 안될정도로 높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았다.
큰 병원을 가보거나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도...
하지만 큰 병원에 가서도 나을수는 없을거라는 말에 우리는 더이상 억지 부리지 않기로 했다.
하기사 심장병에 걸린지 4년이나 되었다.
지금까지 버틴것도 놀라운 일이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2년을 넘기기 힘들다고 하던데 저 작은 녀석이
얼마나 씩씩하게 버텨냈는지 모르겠다.
그 다음날 저녁 푸디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우리곁을 떠났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마지막 숨이 있을때까지 나와 눈을 마주치며 물속에 가라앉듯 눈동자가 흐려졌다. 영혼은 있었다. 그게 느껴졌다. 무언가가 스르르 빠져나가는 느낌. 새벽 2시쯤 그렇게 우리집 푸디는 떠났다.
그 이후로 반년이 넘었다.
우리는 쉬쉬하지말고 마음껏 애도해주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게 마음껏 슬퍼야 행복한 추억으로 남을 수 있을것 같았다.
그런데 몇일전부터 와이프가 꼭 기록을 하자는 말을 듣고 결심했다.
이번에야말로 잘 갈무리해서 기록 하기로 했다.
꼬물이 시절과 기억에 남는 사진들을 골라 보았다.
여기 저기 흩어져있던 사진들을 다시 정리하며 가장 특징적인 모습들을 찾아냈다.
집안 어디에서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리는듯 했다. 우리는 홀리듯 사진을 결정하고 메인 이미지를 무엇으로 할지 고민 하다가 꼬갈모자를 쓰고 찍었던 사진을 메인으로 쓰기로했다.
11살때 찍은 사진이라 숫자는 13살로 바꾸었다.
귀여운 모습으로 마무리하고 떠나기전 왼쪽 눈에 백내장이 왔다는 생각이 들어 한쪽눈을 조금 흐리게 했다.
우리는 이 그림을 볼때마다 건강했던 모습도 기억하겠지만 아픔도 기억할 수 있을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하나하나 정리했다.
그렇게 하나 하나 그리고 글을 쓰며 기록해 나갔다. 하나 하나 마무리되어가니 좋은 추억들이 몽글몽글 눈 위로 차올랐다. 귀여운 우리집 푸디! 내 늙은 강아지
푸디야! 우리는 언제나 가족이야
널 잊지 않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