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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 야생 목소리 경청하기

도시를 새롭게 감각하는 소리 찾기 워크숍 - 공윤지 작가

by 상상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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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교육실천가 공윤지 작가님의 워크숍에 참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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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새롭게 감각하는 소리 찾기 워크숍에서 배다리 주변을 둘러보며 자연의 입장에서 서식지에 대한 입장으로 토의를 했는데 시각적 사고전략(VTS)을 활용하는 기록 방식이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VTS(Visual Thinking Strategies)는 MoMA에서 개발한 대화 중심 미술 감상 방법이다.

VTS는 상호작용에 기초한 학습으로 시각적 사고를 비롯하여 관찰력과 협업 능력, 소통과 유연한 사고 기술 등을 기른다.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검증된 VTS의 학습효과는 미국, 일본, 이탈리아의 교육부 및 의학 분야 교육으로 확장되고 있다. (www.rtshome.org)

참고자료: 필립 예나원(2019). 이미지로 키우는 사고력, VTS, 미술문화


배다리 야생 소리 찾기

1. 주변을 돌며 소리가 나는 곳을 찾습니다.

2. 소리 나는 곳에서 10분 정도 머물며 야생 소리를 경청합니다.

3. 소리의 의미를 나누기 위한 사진을 여러 장 찍습니다.

4. 촬영한 사진 중 2장을 선정하여 강사에게 전달합니다.



사진 촬영 가이드

위, 아래 / 줌인, 줌아웃 / 좌, 우/ 안, 밖 등 대비되는 개념을 반영하여 여러 장 촬영합니다.


사진 선택 가이드

1) 감상자가 관심을 갖는 주제 또는 요소가 포함되었는가?

2) 익숙하며 이해하기 쉬운 의미 요소와 호기심을 끄는 모호한 요소가 있는가?

3) 강력한 내러티브가 떠오르는가?


설명을 듣고 배다리 주변을 40분 정도 관찰하기로 했습니다.

제 관심에 맞는 장소를 두리번거리며 찾고 있는데 동네 어르신이 관심을 보이시며 여기저기 가볼 곳을 알려 주기도 하셨습니다. 정이 넘치는 마을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놀이터에서는 생수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 무더위에 걸을 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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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소리가 귀가 먹먹할 정도로 울어서 시선을 처음엔 끌었지만 조금 산책을 하다 보니 눈에 딱 들어오는 모습이 있더군요. 그래서 선택한 2장의 사진은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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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사진입니다. 뭐가 느껴지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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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사진입니다. 사진 촬영 가이드를 생각해 보며 찍은 사진입니다.

운이 좋게도 저런 사진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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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두 사진을 같이 두고 토론을 했습니다.

사진만 보고 개인별 의견을 발표하고 나서 사진을 촬영한 제 입장에서의 의도도 말하며 토론했습니다.


첫 번째 사진에서 저는 고목 위에 피어 있는 풀들이 시선을 잡더군요.

우리가 생각하는 자연은 어쩌면 너무 인위적이어서 자연 생태계에 사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우리 안에 갇힌 동물원 같은 상태처럼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살아있는 식물들을 우리는 잡초라 명하고 가능하면 제거하려고 노력을 합니다.

한 마디로 자연은 그야말로 불쾌하고 불편한 무엇이 될 수 있다는 생각과 우리 삶을 위협하는 것이라는 선입관을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투시도 같은 사진의 모습이 미래로 가는 모습을 상징하는 느낌도 있고 처음 건물이 과거라면 그다음건물은 현재 그리고 맨 뒤에 있는 큰 아파트가 미래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조용히 귀를 기울이니 원치 않은 풀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생물들의 소리가 들리더군요.

더워서 오랜 시간 살펴보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치르치르 하는 풀벌레 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사진은 첫 번째 사진 우측 펜스 위에 앉아 있는 비둘기입니다.

역광 상태로 찍혀서 비둘기가 조형물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만약 자연이 계속 파괴되면 정말 비둘기마저도 동상으로만 볼 수 있는 시대가 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나무 위에 앉아 있어야 할 비둘기가 왜 그림자도 없는 펜스 위에 앉아 있는 걸까요?

만약 잘린 나무 밑동이 살아서 아름드리나무가 존재했다면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 앉아 있지 않을까 하는 낭만적인 생각을 하다가 문득 자연을 과거를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도시에서 태어난 비둘기들은 인공물도 익숙하지 않을까요?

우리 인간들도 신 문명이나 다국적인들과 어우러지듯 도시 생명체는 그렇게 처음부터 적응을 강요당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인공물 사이에서 살다 보면 또 적응을 해서 살아가는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는 생각 못했는데 시선을 끌었던 이유를 생각해 보니 이렇게 다양한 의미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글쓰기를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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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밑동의 한 마디


한지역에서 태어나 뿌리내리고 살아왔으나 이제는 기껏 형체만이 남아있다.

누가주인이고 누가 손님인지는 관심 없다. 그저 살아있는 것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우리가 사라진다면 너희도 살아남기 쉽지 않으리라.

지금 이렇게 너희의 영역 속에서 기어코 살아남는 것은 세상의 질서를 지키기 위한 우리들의 처절한 선언이다. 어느 세월 편히 산 적이 있었겠냐마는 살아남기가 갈수록 힘들고 버거워 그만 놓아버리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이제 막 세상을 보는 우리들의 생명들은 지금 환경이 이해될 수 있는 전부다.

그래서 우리는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저 우리는 새로운 세상에서 적응하며 살아갈 뿐



죽어버린 밑동의 마음으로 바라본 서식지에 대한 입장을 상상해 봤다.

우리는 자연을 만들려고 하지 말고 같이 살아간다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자연을 만들기 위해 자연을 파괴하는 무모한 짓은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된다.


워크숍을 마치고 공윤지 작가님의 책을 보며 자연에 대한 생각을 다시 더 하게 되었습니다.

기사도 찾아서 읽어 보았습니다.


https://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304782


만듦새가 아주 좋은 책이더군요. 책 두께로보면 양장으로 할 수도 있었겠지만 커버의 제본 방식을 독특하게 처리해서 끼워 넣는 방식으로 처리한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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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3170780


내용도 알차고 꼭 읽어 봐야 할 책일 것 같습니다.

게다가 책마다 에디션 넘버까지 부여했다니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엮은 책인지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폰트에서도 기후위기 폰트인 '빙하체'를 사용했고,

https://noonnu.cc/font_page/1058

녹아있는 '우정'글자로 시작했다가 점점 더 진해지는 'Friendship'으로 표현한 폰트 타이틀의 디테일에 감동했습니다.


요즘 들어 자신의 가치를 위해 고민하는 분들이 아주 멋지게 느껴집니다.

공윤지 작가님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행운이네요.


앞으로의 저의 기록 생활에도 큰 영향을 줄 것 같습니다.

덕분에 많은 것을 공짜로 얻어간 것 같아 그저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좋은 기획을 해주신 '동양가배관'도 감사드립니다.


자 이제 두말할 것도 없이 빨리 책 사러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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