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성, 역사성, 공간성의 경계를 초월하는 작가, 다니엘 아샴의 전시
Vent Anomaly
다니엘 아삼 DANIEL ARSHAM
EXCAVATION SITE
다니엘 아삼의 〈발굴 현장>(2024)은 고고학 발굴 현장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와 역사의 상호 작용을 탐구하는 대형 설치 작업이다. 거대한 굴착 벽 Excavation Wall〉 (2024)을 지나 이어지는 <발굴 현장》은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구성된 작업으로, 지금으로부터 천 년 후, 폐허가 된 서울의 발굴 현장을 재현한다. 핸드폰, 신발, 카메라, 농구공을 비롯한 현 시대 물건들이 오래된 유물처럼 발굴되어 있으며, 서울의 북한산을 배경으로 제작한 신작 <3024년 북한산에서 발견된 헬멧을 쓴 아테나 (Athena Helmeted Found in Bukhansan 3024)>(2024)와 <3024년 북한산에서 발견된 신격화 된 로마 조각상(Rome Deified Found in Bukhansan 3024)>(2024) 두 점을 함께 볼 수 있다. 이 공간에서 다니엘 아삼은 동시대 사물을 미래의 시점에서 발견하는 허구의 공간과 상황을 설정하고, 시간의 좌표를 뒤흔들면서 관람객 스스로 시간의 흐름과 폐허에 대하여 상상하도록 유도한다. 또한 우리에게 익숙한 사물을 미래 공간에서 과거의 유물로 재탄생시키며 평범한 사물에 새로운 서사를 부여한다.
시간성, 역사성, 장소성의 경계를 넘어서 미지의 신비로움을 품고 <발굴 현장)에 설치된 3024년의 유물은 현재의 삶과 문화에 대해 새로운 감각을 일깨운다. 이 공간에서 관람객은 직접 《발굴 현장〉과 미래의 유물을 관찰하고, 전시실에 위치한 연구실에서 유물의 모습을 직접 그려 보거나 조사서를 작성하면서 시간의 흐름을 체험하고 사유할 수 있다.
마치 유적지처럼 커다란 공간에 배치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유물을 자세히 보니 재미 있네요.
트랙볼이 있는 IBM 노트북, 카세트 플레이어와 LP플레이어가 유물로 되어 있네요.
하기사 LP나 카세트 테이프는 Z세대들은 신기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얼마전 영화 '퍼펙트 데이즈'에서 봤던 젊은 아이들이 카세트 테이프를 신기해 하는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물론 자동차에 탑재된 카세트 플레이어였지만 말입니다.
태블릿과 책도 유물이 됐네요.
책도 사라지지만 태블렛도 사라진다고 상상 했나봅니다.
? 마스크???
저거 13일의 금요일 소품인가? ㅎㅎㅎ 하키선수 마스크일것 같습니다.
모자도 'NY'이군요.
야구글로브와 축구공도 유물이 되었네요.
사람들의 연구 레포트! 근데 감각있는 메모입니다.
STRANGE WAL
건축의 왜곡과 해체는 시간의 붕괴와 더불어 다니엘 아의 작업 세계를 지속적으로 관통하는 주제이다.
다니엘 아삼은 열두 살에 거주하던 마이애미에서 역사상 가장 강력한 태풍 허리케인 앤드루를 경험하면서 자연현상으로 인해 황폐화된 건물 잔해를 보고 모든 것은 일시적이며 덧없음을 인지한다.
이때의 경험에서 비롯한 〈건축적 변칙(Architecture Anomalies)〉 시리즈는 건축적 요소를 조작하는 작업으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건축이라는 개념을 뒤엎으며, 변칙된 형태로 건축물의 외형을 재구성한다. 건축은 형태의 구축을 기반으로 하며 단단한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건축적 변칙〉에서는 부서지거나 부드러운 소재의 천처럼 흘러 내리는 형상으로 변형되고, 고무처럼 늘어나며 건축의 정의를 해체한다.
<추락하는 시계(Falling Clock)〉(2023)는 이 시리즈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혜성처럼 떨어지는 듯한 시계와 그 궤적이 남기는 잔물결의 순간을 벽에 형상화 하며, 다니엘 아 작업의 중심 주제인 시간성의 상실을 은유적으로 나타낸다. 벽에 숨어있는 인체 형상도 이 시리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작품으로, 〈숨겨진 형상(Hidden Figures)〉은 언뜻 보면 천으로 둘러싸인 인물의 형상 같지만, 실제로는 그 속은 비어있어, 유령과 같은 형체로 부재와 무상을 나타낸다.
유령처럼 옷만 있는 느낌의 조각상이 재미있는 발상 입니다.
Vent Anomaly, 2022
Falling Clock, 2023
Hidden Figures, 2024
Extruded Hand with Game Controller, 2023
DRAWING HOTEL
<드로잉 호텔>에서는 다니엘 아이 전시와 프로젝트로 세계 각 도시의 호텔에서 머물며 그린 아이디어 스케치 작업을 보여준다. 다니엘 아삼은 호텔에서 제공하는 메모지에 미래 유물을 포함한 작업에 대한 아이디어와 청사진을 그린다. 조각 작품을 제작하기에 앞서 미리 부식할 부분의 위치를 세심하게 계획하고 특유의 각진 말풍선에는 허구의 스토리를 넣었다. 아홉 살 때부터 매일 스케치를 한 다니엘 아은 드로잉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있지만, 외지에서 머물며 그린 이 드로잉은 작가에게 더 특별하다. 각 호텔 고유의 상징적인 로고와 종이의 질감이 가미되어 스튜디오에서 작업한 스케치와는 다르다. 즉흥적으로 그린 드로잉의 특성상 그 순간 떠오른 작업에 대한 아이디어와 더불어 각 장소에서 받은 영감과 소재를 담아내기도 한다.
이번 전시를 위해 다니엘 아은 미국, 영국, 일본, 스페인, 태국,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그린 호텔 드로잉과 함께 서울의 호텔에서 그린 드로잉 작품을 선보이며 작가로서의 여정을 공유한다.
31ST CENTURY CINEMA
다니엘 아삼은 어린 시절 《백 투 더 퓨처》의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Robert Zemeckis, 1952-)와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 berg, 1946-)의 SF영화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또한 2004년 안무가 머스 커닝햄(Merce Cunningham, 1919-2009)의 무대 디자인을 작업하면서, 퍼포먼스나 영화와 같이 시간의 흐름에 기반한 예술 분야에 관심을 가지면서, 직접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31세기 시네마~에서는 다니엘 아이 영감을 받은 영화의 포스터를 부조로 제작한 무비 포스터(Movie Poster)》 시리즈와 제작한 영화 <미래 유물 01-04(Future Relic 01-04)>(2013-2018), 〈모래시계 (Hourglass)〉를 상영하며, 작가의 예술적 비전의 확장을 보여준다.
<미래 유물 01-04〉는 다니엘 아의 대표적인 작품 시리즈 <미래 유물>을 소재로 한 영화로, 이번 전시에서는 네 개의 에피소드를 교차 편집하여 한 편의 영화로 상영한다. 이 영화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에 기반해 미래 인류의 운명을 그린 SF 장르의 영화로, 기후 재앙으로부터 지구를 구하려고 한 고고학자의 서사를 담고 있다. 《혹성탈출》, 《스파이더맨》으로 잘 알려진 제임스 프랭코(James Franco), 줄리엣 루이스(Juliette Lewis), 마허셜라 알리(Mahershala Ali)와 같은 유명 배우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뉴욕 트라이베카 영화제(Tribeca Fim Festival)에 출품되기도 했다.
〈모래시계>는 브랜드 아디다스(Adidas)와 협업해 제작한 영화로 과거, 현재, 미래인 3부작으로 구성 된다. 이 영화는 다니엘 아이 열두 살에 경험한 허리케인이라는 트라우마적인 경험을 재현하며 전개 되는 자전적인 영화로, 작가가 직접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자신의 캐릭터를 연기한다. 다큐멘터리와 픽션이 혼재하는 이 영화는 다니엘 아의 과거와 가상의 시나리오를 넘나들며, 시간의 본질과 인간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코닥 카메라 유물도 흥미롭네요.
스티븐 스필버그의 'E.T' 포스터는 유물이 될만하죠~
'백투더 퓨쳐'도 당연합니다.
'스페이스 오딧세이 2001' 역시 유물로 남을만 합니다.
Amethyst Eroded National Geographic Traveler Magazine, 2022
Ash and Pyrite Eroded Car Key 4, 2023
<아카이브 스튜디오>에서는 다니엘 아샴의 초기 회화 작업과 오브제 작업을 포함하여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다니엘 아의 초기 작업은 주로 회화 작품으로, 자연 풍경과 인공적인 건축물의 양면성을 담거나, 동물과 구조물이 비현실적으로 공존하는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모호한 몽환적인 작품을 주로 그렸다. 이후에 제작한 <미래 유물> 시리즈는 '상상의 고고학' 개념을 만들었을 때 처음 제작한 작품들로, 카메라를 비롯하여 전화기, 워크맨, 붐박스 등의 전자기기와 뮤지션 퍼렐 윌리엄스 (Pharrell Wiliams, 1973-)와 협업하여 제작한 키보드 작품이 있다. 이외에도 달에 직사각형의 발굴 현장을 새긴 달에 새긴 조각(Moon Sice (2))》(2012), 석고의 주형인 레진을 재료 삼아 주조한 컬러 조각 <무제(Untited)〉, 일본 젠 가든을 재해석한 작품 <샌드 페인팅(핑크)(Sand Painting (Pink))>가 있다.
다양한 유물들이 있습니다. 전화기도 눈에 띄네요.
Bauhaus got lost and found itself floating on the sea, affecting salination levels in the North Atlantic (2), 2004
바우하우스가 빙하위에 있다니, 역사를 바라보는 아이디어가 재미 있습니다.
아마도 인스타에 올렸던 드로잉인것 같네요. 저는 이런 스케치가 너무 좋습니다. ㅋ
ARCHIVE STUDIO: COLLABORATION
<아카이브 스튜디오: 콜라보레이션〉은 다니엘 아의 뉴욕 스튜디오를 재현한다. 작가의 책상과 선반을 비롯한 스튜디오의 공간에서는 패션, 음악, 디자인, 건축, 가구, 스포츠 등의 영역에서 선보인 협업의 결과물을 살펴볼 수 있다. 90년대 힙합과 음악, 스니커즈 문화를 경험하며 자란 작가는 순수 예술 밖의 여러 분야와 교류하며 작업의 영역을 확장해 갔다. 2004년, 스물네 살에 머스 커닝햄 으로부터 처음 의뢰받은 무대 디자인 작업은 다양한 영역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이 공간에서는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킴 존스(Kim Jones, 1973-)와 디자인한 남성복과 디올의 유산을 활용해 제작한 에디션, 티파니앤코와 제작한 주얼리, 소품 등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을 비롯하여 뮤지션의 앨범 커버 작업을 전시한다. 또한 스톤 아일랜드(Stone Island), 포르쉐, 핫휠 (Hot Wheels)과 같이 열정적 관심 분야인 자동차와 관련된 협업과 직접 창립한 디자인 건축 사무소
'스나키텍쳐, 패션 브랜드 '오브젝트 포 라이프, 가구 브랜드 '오브젝트 포 리빙'을 통해 순수 예술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영역과 장르로 교차하며 확장하는 다니엘 아샴의 세계관을 확인할 수 있다.
티파니와의 콜라보 잘 어울리네요~^^
FUTURE STAGE
전시의 마지막 공간인 <퓨쳐 스테이지〉는 다니엘 아이 처음 선보이는 영상 설치 작업으로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구성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소에 존재하는 유적과 유물을 조합해 하나의 시나리오로 만든 17세기 이탈리아 카프리치오 양식에 영향을 받은 이 작품은 다니엘 아삼의 '상상의 고고학에 기반한 초현실적 세계관을 보여준다. <아레스 하우스(Ares House)》로 명명된 가상의 건축물은 다니엘 아이 2022년 마이애미 디자인 디스트릭트에서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선보인 3D 건축 랜드마크로, 어떤 생명체도 보이지 않는 고요한 지상 위에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 1886-1969)나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와 같은 현대 건축가를 연상 시키는 백색의 건축구조물이 세워져 있다. 화면 가운데의 거대한 고대 로마의 남신 아레스(Ares)의 침식된 흉상은 주변의 건축물과 다소 이질감을 불러일으키며 대조적으로 보이지만, 하나의 풍경 속에서 가상의 시간대를 공유하며 새로운 서사를 생성한다.
동시대 동기간에 존재할 수 없는 요소들로 이루어진 작품은 시간의 흐름을 변화무쌍한 자연의 모습을 통해 시각적으로 보여주며,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시점과 시간적 감각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불러일으킨다. 문명의 단순한 몰락이나 종결, 무의 상태가 아닌 영속성을 보여주기 위해 다니엘 아삼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장소를 구성하고, 폐허 위에 과거와 현재, 미래의 요소를 동시에 전개한다. 작가의 상상을 통해 새롭게 구성된 세계는 앞으로 도래할 미래의 어떤 시점과 단계를 제시하고 거대한 시간의 흐름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해가 뜨고 지는 모습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게 해줍니다.
삼면 영상이라 더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공간속에 쏙 들어온 느낌입니다.
아주 꼼꼼하게 작품들을 구성해서 보는 내내 감탄을 했습니다.
실제로 가서 꼭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예술의 또다른 영역을 보고 온 기분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