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딴생각 brant Aug 30. 2021

조용한 반 vs 떠드는 반, 성적이 더 높은 반은?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아이들의 담임이 되고 싶으신가요? 25명의 조용한 아이들? 아니면 똑같은 수의 시끌벅적한 아이들? 아직까지는, 시끌벅적한 아이들과 함께하는 편이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성적은 어떨까요? 아무래도 조용히 수업을 잘 듣는 반이 점수가 더 높겠죠? 


 교사로 근무를 시작한 첫 해, 저는 담임선생님이란 역할 대신 5학년 아이들의 과학을 맡았습니다. 5학년에는 모두 7개의 반이 있었습니다. 저는 매주, 각 반에 3시간씩 수업을 들어갔습니다. 처음에는 모든 반에서의 수업이 다 비슷했습니다. 방금 수업을 한 반이 1반인지 7반인지 헷갈릴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한 달 정도가 지나자, 반별 특성이 두드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을 덕분에 제가 더 많이 배울 수 있었던 공간입니다.

 시끌벅적한 반은 시간 내에 진도를 나가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수업시간은 40분밖에 안되는데, 떠드는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면서, 안전 유의사항 안내, 실험방법 설명, 실험 진행, 도구 정리, 실험 결과 발표, 내용 정리까지 모두 진행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은 실험을 하다가 신기하거나 특이한 점을 발견하면 앞으로 해야 할 실험은 접어두고, 방금 했던 실험을 반복해서 해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 실험과정에서의 역할 분배에 대한 의견 차이로 말다툼이 생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때문에, 종이 칠 때까지 실험을 끝마치지 못해 쉬는 시간까지 수업을 계속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면에, 조용한 반은 진도를 나가기가 훨씬 수월했습니다. 똑같이 40분이지만, 조용히 실험 방법에 대한 설명을 들었고, 친구들과 협력하며 사이좋게 실험을 실시하였습니다. 실험이 끝나면, 결과를 노트에 정리하고 조용히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안전 유의사항을 숙지하였기에 과학 실험 중에 종종 생기는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거의 없었습니다. 


 학생들을 만난 지 두 달이 되었을 때쯤, 중간고사를 보았습니다. (참고로 1-7반까지의 수업에 사용한 ppt나 동영상 자료, 학습지는 모두 똑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장 기대했던 조용한 3반의 점수는 평균보다 낮았습니다. 반면에, 항상 저를 힘들게 했던 4반의 성적이 가장 높았습니다. 과학 시험에서만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물론, 그렇지 않았습니다. 옆자리에 계시던 영어 선생님께 여쭤보니 영어 점수도 4반이 가장 높았습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그 이유도 간단히 말씀해주셨습니다. "아이들이 말이 많다는 건, 흥미를 가지고 있다는 거고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거예요." 처음 그 얘기를 들으면서는 정말 그럴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이들을 자세히 관찰해보니 그 말이 결코 틀린 말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교사의 설명 중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친구들에게 질문하며 궁금증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시끌벅적한 반 아이들의 특징이었다. 그리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궁금증을 해소하고 나면 새로운 호기심이 생기는 것 같기도 했다. 예를 들어, 소금 10g을 넣는 실험을 하는 경우에는 100g을 넣으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알고 싶어 하는 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몰래 다른 실험도 하고, 그 과정에서 더 큰 소란이 발생하기도...) 이렇게 이야기를 통해 궁금증이 해소되고, 또 다른 호기심이 생기다 보니 이야기의 힘을 느끼고 있는 반 아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계속 이야기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냥 잡담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ㅋㅋㅋㅋ)


 그날 결심했다. 되도록이면 아이들에게 "조용히 해!"라는 말을 하지 않기로. ("떠들어!"라는 말을 할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궁금한 것은 무엇이든 질문해도 되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기로 했다. 충분히 말만 하면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는 아이들인데, 말을 못 하게 해서 아이들 앞길을 막으면 안 되지 않겠는가? 물론 단점도 있다. 피곤하다. 아이들은 정말로 계속(!) 질문을 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선택은 내가 했으니...(영어, 과학 선생님 죄송해요, 저희 반 아이들이 말이 너무 많죠...)


작가의 이전글 촌지를 받았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