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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딴생각 brant Aug 02. 2021

촌지를 받았습니다

 아내가 퇴근을 하고 집에 오자마자 전화를 하느라 바쁘다. 옆에서 들어보니, 스승의 날 아이 편에 영양제를 보내신 어머님이신 것 같다. 마음은 정말 감사하지만, 김영란법으로 인해 선물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말씀드리는 중인 것 같다. 통화가 끝나고 내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내는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을 맡고 있다. 반 여학생 중 하나가, "아빠가 먹는 약인데 먹으면 건강해진다고 들어서 목이 쉰 선생님께 선물로 드리고 싶었어요."라고 이야기하며 선물을 건넸다고 한다. 1학년 아이들이 이런 말도 할 줄 알다니! 이런 고마운 말을 전해준 꼬마 아이에게 선물을 돌려보내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다. 아이에게 김영란법에 대해서 설명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이런 경우에는, 아내처럼 학부모님께 전화를 드려 정중하게 거절의 의사를 말씀드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교사이기에 나 또한 김영란법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는데, 나는 촌지를 받았다.


 아이들 모두가 하교한 오후였다. 누군가 교실 앞문을 노크했다. 옆반 선생님이 신줄 알고, 벋고 있던 마스크를 쓰며 "네, 들어오세요."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들어오지는 않고 문틈으로 누군가가 손만 내밀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우리 반 Y와 K 였다. Y는 대뜸 "투플러스 원이라서요!"라고 이야기를 하고, 빠삐코 하나를 건네고 급히 사라졌다.


 얼떨결이었다. 아이들이 사주는 아이스크림을 먹게 될 줄이야. 받아도 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기도 전에, 내 손은 쭈쭈바 껍질을 벗겨 입에 넣고 있었다. 5분 정도 지났을까? 손바닥은 차가워졌고, 이도 시렸는데, 마음 한편으로는 따듯함을 느꼈다. 특히, 편의점에서 산 아이스크림을 전해주기 위해 다시 학교에 와서, 계단을 올라, 5층 우리 반까지 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아이스크림을 건넨 아이들의 마음이 정말 고마웠다. 그때, 원래 촌지라는 건 이런 게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먹을 때는 맛있고 고마웠는데, 한편으로는 부담이 되기도 했다. 지난 두 달 동안 아이들에게 별로 해준 것도 없는데, 선물부터 받았으니 말이다. 특히, 수다쟁이 단짝인 Y와 K에게는 잔소리를 했던 것만 기억나서, 더 미안했다. 아이스크림 하나만 받아도 이렇게 부담이 느껴지는데, 정말 돈이라도 받았다면 얼마나 부담이 되고 불편했을지...... 그런데, 아이들에게 받은 마음의 선물에는 어떻게 답을 하면 좋을까?


 물론, 수다쟁이인 Y와 K만 갑자기 칭찬하거나 편애할 생각은 전혀 없다. 아이들 모두에게 빠삐코를 돌리면 마음이 조금 편해질 것 같기도 한데, 코로나 때문에 지금은 교실에서 무언가를 함께 먹는 것도 불가능하다. 아직 어떤 방법이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아이스크림을 전해준 아이들의 마음에 보답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노력하는 일 년을 보내야 할 것 같다. 한 번뿐인 너희들의 6학년, 즐거운 한 해로 기억되게 노력해볼게 얘들아!


 그냥 남는 아이스크림 하나 준 건데 너무 감동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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