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을 즐기는 프로그램 ‘한끼줍쇼’
요즘 가장 많이 보는 어플리케이션은 잡코리아와 사람인이다. 첫 회사를 생각보다 너무 오래 다녔고 커리어 상 옮길 때가 되었기에 환승하려 준비 중이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굉장히 열심히 준비하나 싶지만 그렇지는 않다. 짬짬이 시간 날 때마다 요즘 취업시장 동태를 보며 ‘간’ 보는 중이라 할 수 있다.
상사가 힘들게 했을 땐 부지런히 준비했는데 시간이 약이라고 고생스러운 시간이 지나가 살만해지니 사람이 나태해졌다. (역시 사람은 망각의 동물인 듯..)
얼추 그럴싸하게 몇 번 취업문을 두드려보기는 했다. 그러나 요즘 이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서류를 내도 면접 보러 오라는 곳은 손에 꼽는다.
그러다 보니 내가 면접 거절을 당할 때마다 상처를 받았다. 이건 마치 누군가 나의 마음속으로 와서 살아있는 나의 영혼을 칼로 한번 베는 듯한 느낌이었다.
몸에 상처는 남지 않았지만 마음에 상처를 받은 느낌.
나의 존재가 부정당하는 기분.
딱 그 정도.
그리곤 의문이 들었다. 난 왜 이리 거절을 받아들이기 힘든가. 난 왜 무덤덤하지 않은가. 생각해보니 나는 거절에 그리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살면서 수능, 취직 이외에 큰 도전을 한 적도 많지 않았고 사랑에 있어서도 체일 것 같으면 먼저 차는 사랑을 해왔다.
그런데 이젠 이러면 안 될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30대, 40대에는 거절당할 일 투성일 것이다. 앞으로 살아가다 보면 수십 수백 번 거절당할 것이다. 그러니 지금에라도 거절에 익숙해질 방법을 고민해야 했다.
난 이 거절을 견뎌낼 방법을 모른다. 그러니 우선 거절을 많이 당해본 사람을 찾아보자 했고, 그중 한끼줍쇼라는 프로그램이 눈에 띄었다.
한끼쥽쇼는 모르는 집에 문을 두드려 저녁을 함께 먹는 프로그램이다. 처음 기획했을 땐 컨셉이 신박하다며 PD와 작가 모두 즐겁게 시작했겠지만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요즘 저녁밥을 집에서 차려먹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인지 빈 집도 참 많았고 일반인들은 방송을 부담스러워했다. 또 집이라는 공간은 가장 프라이빗한 공간이기에 불편해서 문을 열어주지 않는 사람이 많다.
그렇다면 강호동과 이경규의 입장은 어떨까?
그들은 모두 탑 연예인이다. 연예대상도 타봤고 국민 MC이기에 자신들을 섭외하려 줄 선 PD들도 많이 봤었을 것이다. 그런 그들이 일반인들에게 처음 거절을 당했을 때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거절은 그 누구에게도 달가운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벌써 146회째 방송을 맞이하고 있다.
그들이 거절을 이겨낸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아직 멀었어~
한끼줍쇼에 처음 나온 연예인들은 한두 번의 거절을 겪을 때 마음이 조급해진다. 자신과 같이 밥을 먹는다 하면 바로 성공할 줄 알았더니 사람들의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는다. 그럴 때 강호동과 이경규는 천하태평이다. 그리고 말해준다. 아직 성공 못하는 게 맞다고 누구누구 연예인도 실패했다며 벌써 되면 그게 이상한 거라고 말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조급해할 때가 많다. 요즘 같은 백세시대에 아직 반도 안 왔는데 마치 70세는 된 마냥 남보다 뒤처지는 건 아닌지 불안해한다. 그러나 인생은 길기에 길게 봐야 한다. 지금 거절당한다 해서 영원히 거절당한다는 보장은 없다.
많이 거절당한 남자, 마윈
우리가 잘 아는 마윈은 세상에 수없이 거절당했던 인물이다. 입대도 거부당하고 경찰 모집에서 떨어진 데다 KFC와 호텔 입사 시험에도 모두 실패하며 취업에서 삼십 번 넘게 낙방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대학에 두 번이나 떨어진 삼수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그는 현재 중국 최고의 갑부이다. 그가 삼십 번 넘는 거절을 당할 때에 아무도 먼 훗날 그가 최고의 갑부가 될 줄 몰랐을 것이다.
우리는 거절에 있어 장기적 관점을 가져야만 한다. 단순히 지금 거절당했다고 포기하고 실망하지 말고 수없는 거절의 순간은 성공을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괜찮아 다음 집은 OK 해줄 거야
거절을 받아들이기 힘든 건 다음에도 거절당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생각 때문이다. 한끼줍쇼에 출연한 게스트들은 첫 집에서 거절을 당한 후 다음 집에서도 거절당할까 벨 누르기 주저한다. 그러나 강호동은 두어 번의 거절로 좌절한 게스트들에게 긍정적인 멘트와 개그를 계속 던진다. 그들은 게스트들이 거절당했다는 사실을 잊을 만큼 또 다른 토크로 그들의 기분을 풀어준다. 그리고 한 번 더 해보자고 제안한다.
거절은 절대 기분 좋을 수 없다. 그러나 수없는 시도와 거절 끝에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니 그 과정을 우울하게 보내는 것보다 이 상황을 어떻게 즐길까 고민하는 것이 먼저다. 강호동과 이경규는 거절당하는 과정을 이겨내는 방법도 알고 있었다.
저희가 벌써 4년째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한끼줍쇼는 2016년 10월 19일에 시작한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 당시엔 시대착오적이다, 민폐 프로그램이다 등등 처음에 호평보다 혹평을 더 많이 받았다. 나 또한 해당 프로그램을 처음 들었을 때 20년 전도 아니고 요즘 같은 각자도생 세상에 맞지 않는 프로그램이라 생각했다. 금방 없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한끼줍쇼처럼 처음에 혹평을 받았던 프로그램이 또 있다. 바로 ‘나 혼자 산다’이다. 나혼자산다도 실제 인기를 얻은 것은 2017년, 5년째를 맞이하면서부터다. 2013년부터 방송되었지만 실질적으로 지금 정도의 인정을 받은 것은 2017년부터이다. 나혼자산다가 부진을 기록하던 2016년까지만 반영되었다면 우린 지금의 어벤져스급 조합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꾸준함은 성공을 불러온다. 거절을 계속 당할 지라도 끊임없이 하다 보면 결국 주변이 인정하게 되는 날이 온다. 그것을 버티느냐 못 버티느냐가 성공하느냐 마냐를 좌우하는 것 같다.
강호동식 거절 견디기라 칭했지만 이것은 모든 성공한 사람들이 취한 방식이다. 미래지향적이고 긍정적이고 꾸준한 사람은 결국 성공하더라. 나도 그렇고 여러분도 끝까지 거절을 이겨내어 나를 거절했던 사람들이 나를 다시 인정하는 짜릿함을 맞보자.
마치 박진영이 아이유를 JYP 오디션에서 떨어뜨린 것을 후회한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