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한번 운영안해본 마케터의 말말말
요즘 특히나 불경기다, 경기가 안 좋다는 말이 많다. 90년대 이후로 경기가 좋아졌단 말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어 불경기란 단어에 무뎌졌지만 신문기사 속 경제성장률, 취업률 그래프를 보면 문득문득 불경기를 실감하곤 한다. (마치 북한이 하도 미사일을 쏴서 전쟁에 대한 불안이 무뎌진 것과 비슷하달까.)
자영업을 시작하는 사람 10명 중 8명은 1년 안에 그 일을 그만둔다. 그리고 나머지 두 명 중 한 명도 다음 연도 그만둘 준비를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자영업은 힘들다.
그럼 여기서 든 의문 하나.
그 막대한 자본을 들일 땐 분명 많은 고민과 노력이 있었을 텐데 왜 망하는 사람이 그렇게나 많을까? 그리고 그 와중에도 잘되는 카페들은 계속 잘되는 이유가 뭘까? 그들은 뭐가 그리 달라 인기가 있는 걸까? 그 이유에 대해 유통업 4년 차 마케터 관점으로 고민해보았다.
1. 충분한 조사가 덜 이루어졌다
2. 가게의 컨셉이 덜 명확했다.
3. 수단과 방법을 덜 동원했다.
4. 변화에 대한 대응이 덜 빨랐다.
가게 오픈 전
사람들은 말한다. 자신은 위치부터 시장 수요조사까지 정말 꼼꼼하게 잘했다고 말이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요?(미친 듯이 노력했나요)”라고 재차 물으면 그제야 “글쎄... 노력하긴 했는데...”라며 우물쭈물해한다.
나는 만원 짜리를 구매할 때도 10분 정도 고민한다. 우선 이게 내가 필요한 것이 맞는지와 다른 곳 중 더 싼 곳이 없는지 찾은 후 이것이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하면 구매한다.
근데 많은 사장님들이 이보다 만 배 더 큰 억 단위 사업을 계획하면서 그 정도의 시간 투자는 하지 않는다. 그렇게 힘들게 번 돈이면서 너무 쉽게 턱 쓴다는 거다.
만 원짜리를 살 때보다 만 배 시간을 투자하려면 잠도 안 자고 69일을 꼬박 고민하고 조사해야 한다. 만일 8시간씩 잠을 잔다 치면 적어도 3개월은 해당 분석만 죽어라 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해당 분야를 공부한 시간을 고려하지 말아야 한다. 제빵을 공부하고, 한식을 익히고, 커피를 공부하는 것을 3개월 안에 포함하면 안 된다.
가게 오픈 전
망하는 가게는 컨셉이 바로 이해되지 않는다. 잘되는 가게의 경우 명확하게 어떤 컨셉을 가지고 있다. 치즈 덕후가 차린 치즈카페, 초콜릿 덕후가 차린 찰리와 초콜릿 공장 컨셉의 카페 등등 누가 말해도 가게 이미지가 머릿속에서 팍 연상되는 컨셉을 가진 가게는 망하지 않는다. 그러나 망하는 가게는 그 컨셉이 애매하다.
책이 있어 서점 같은 분위기면서 술도 팔고 밴드 연주도 하는 애매한 컨셉. 물론 이렇게 해서 잘되는 곳도 있지만 요즘엔 이런 애매모호한 컨셉의 카페보단 딱 하나의 뚜렷한 것을 강조하는 곳이 더 잘되더라.
2020 트렌드 코리아에서도 ‘특화 생존’이란 키워드를 말하며 Niche 한 것이 Rich 한 것이 된다 하였다. 소수를 위한 것이 다수를 위한 것이 된 시대이기에 명확한 컨셉은 중요하다.
예를 들어 내가 건포도를 좋아한다 쳐보자.
그럼 건포도를 모든 디저트에 넣은 카페를 만드는 것이다. 분명 마이너 해 보이지만 건포도를 죽도록 싫어하는 사람보단 그냥저냥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에 특이해 보이는 카페를 궁금해질 것이다.
이 카페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상품은 너무 많다. 건포도 스콘, 건포도 요구르트, 건포도 케이크. 또 건포도를 말리는 과정을 손님들이 직접 볼 수 있게 해 준다던지 건포도로 만든 식초를 전시할 수도 있겠다.
카페는 이렇게 컨셉이 있어야 한다. 이런 컨셉이 있는 카페여야 파주에 있건 남양주에 있건 사람들이 차를 끌고서라도 찾아오는 것이다.
가게 오픈 직후 2-3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그 자식 잡아와!!
뭔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조직의 보스가 쓸 법한 대사다. 그런데 가게를 운영할 때도 이런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럼 가게 운영 시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는 건 무슨 말일까? 아까 건포도 카페를 말했으니 그 카페로 이야기를 풀어보겠다.
건포도 카페를 좋은 컨셉으로 잘 만들었다. 근데 장사를 시작한 지 두 주가 되어도 수익이 미적지근하다.
내가 만약 주인이라면 우선 건포도 관련 글을 브런치, 블로그, sns에 많이 쓸 것이다. 건포도는 관련 글을 쓴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서 100-200개 정도 콘텐츠를 인터넷에 올리면 네이버에 건포도만 검색해도 내가 쓴 글이 제일 먼저 검색되는 신기한 현상이 펼쳐진다.
그럼 난 건포도에 대해 아주 잘 아는 전문가로 자리매김한다. 그 후 난 스스로 건포도 전문가라 자칭하고 다닐 것이다. 나보다 건포도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는 기분으로?
그 후 이제 정보를 모두 퍼트렸으니 크몽, 트립, 탈잉 같은 곳에서 만원 요리 클래스를 열어본다. 건포도 전문가가 싸게 여는 요리 클래스는 20-30대 여성들의 관심을 끈다.
빵 또는 쿠키 클래스가 될 수도 있고 뿔리아 만드는 클래스가 될 수도 았다. (이태리 남부 뿔리아는 건포도를 넣은 와인이라고 한다.)
클래스에 참여한 여성 10명 중 7명은 무조건 사진을 찍어 sns 올린다. 체험을 하는 것이기에 매우 값지니 자랑하고 싶을 것이다. 그럼 와인 클래스가 끝난 후 자기가 만든 와인을 카페에 킵할 수 있게 해 보자. 손님들은 그 와인을 킵해서 다음에 킵해둔 와인을 마시려 재방문을 할 것이다.
이 과정이 왜 수단과 방법이냐
단순히 파워블로거 섭외, sns인증샷이벤트 등 가벼운 것들은 돈만 내면 언제든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위의 시나리오는 내 살을 깎고 공부가 필요하기에 수단과 방법을 다 한 것이다.
아무 노력 없이 엄청난 인기를 얻는 가게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기적이나 똑같다. 감나무 아래에서 감이 떨어질 때까지 입을 벌리고만 있는 것과 같다.
성공한 가게의 주인 대부분은 그 성공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공부했다. 감나무를 발로 차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따야 감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가게 운영이 자리매김한 후
위의 3가지를 잘 유지해서 가게가 어느 정도 정상궤도에 있다 해도 위기관리를 못하면 경영이 힘들어지기 쉽다.
가게를 운영하다 보면 경우의 수가 참 많다. 갑자기 바로 앞집에 스타벅스와 같은 경쟁점이 들어온다던가 자연재해가 발생한다던가 건포도에 대한 안 좋은 기사가 난다던가. 이런 일을 겪으면 사장님들은 좌절한다. 그리고 우울감에 빠진다.
그런데 이런 경우 우울감에 빠질 시간이 없다. 이런 경우엔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여 대응을 ‘빠르게’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타벅스가 생기면 자신의 가게만의 차별점을 강조하고 단골을 만들 방법을 더 고민하고 자연재해로 가게가 손상되었다면 이 손상된 가게를 어떻게 운영할지 고민해야 한다.
내가 아는 어떤 분은 가게가 태풍으로 인해 망가지자 가게 인스타그램에 망가진 가게의 모습을 보여주고 후원을 모집했다. 2만 원 후원 시 가게에 후원 명패를 박아주고 단골인증이라 올 때마다 10% 할인하는 조건으로 말이다.
그러자 그 가게를 이용했던 손님들이 하나둘 후원을 하였으며 가게를 수리하는 봉사를 하겠다는 사람도 생겼다. 수리가 끝난 후 이 가게는 자신의 명패를 보기 위해 찾아오는 고객들이 생겼으며 단골까진 아니었던 고객까지 단골로 만들어버렸다.
경영자는 이렇게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위기가 왔을 때 멍 때리다가는 위기를 직격탄으로 맞는다. 어떻게 하면 위기를 덜 아프게 마주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물어보고 생각해야 한다.
제목은 가게가 망하는 이유라는 강한 어조를 썼지만 이 모든 것은 내가 마케터이기에 카페를 마케팅의 관점에서 좁게 본 것이다. 가게를 운영할 때 챙겨야 할 것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런 글을 쓴 이유는 그저 가게를 운영할 때 재료 단가, 이익만 생각하느라 가게의 핵심인 마케팅을 놓치는 사장님들에게 유익하길 바란다.
전국의 사장님, 예비사장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