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밥상의 기억
지난주는 주말 촬영 프리랜서를 시작한 지 두 달째가 되는 날이었다. 지난 주말 나는 많이 지쳤다. 전날인 토요일 오전엔 1대 1 마케팅 강의를 하고 오후엔 웨딩 영상 촬영을 하고 바로 약속 장소를 가서 몸이 힘들었던 것도 있지만 촬영을 해온 시간에 비해 촬영 실력이 부족하다고 혼났던 것이 나를 지치게 했다.
사실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배우는 속도가 느리다. 겸손한 뜻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리얼 팩트다. 처음에는 내가 느린 것이 아니라 모르는 분야를 해서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승마, 드럼, 코딩, 라디오 조연출 등등을 모두 해본 결과 스스로 8년을 지켜본 결과 난 확실히 다른 이들에 비해 학습 속도가 너무 느렸다.
돌이켜보면 승마장에서 일을 하며 승마를 배울 때에도, 밴드 동아리에서 드럼을 칠 때에도 내가 가장 못했었다. 그나마 그 당시 인연들과 아직까지 연락을 하고 사는 것은 내가 못한다 해서 쉽게 그만두지는 않고 끝까지 남아 머릿수라도 채우고 역할을 좀 했기 때문이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신이 나를 만들 때 긍정적인 성격을 주고 나서 다른 능력은 과하다 생각해서 안 준 건가? 다른 것까지 잘하면 오만해진다 생각하신 건가?
(내가 이것저것 많은 일을 하는 것도 하나에 특출나게 뛰어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가끔 이렇게 질타까지 받는 날이면 내가 남보다 느리다는 사실이 더욱 더 힘들게 다가온다. 어떤 사람들은 정말 조금만 노력해도 100의 성과를 보이는데 나는 정말 죽어라 해야만 100의 성과가 보였다. 물론 죽어라 한 적이 손에 꼽지만 그래도 그게 억울했다. 난 왜 남들처럼 한 번에 알아먹고 빠릿빠릿하지 못한 지 거북이가 아니라 달팽이인지 마음이 아팠다.
일요일 저녁밥을 먹으며 아빠에게 투정하듯 내 마음을 고백했다. 난 왜 이리 새로운 걸 잘 못하는지, 이걸 여기서 그만두는 것이 깔끔할 지 고민들을 풀어놨다.
그러자 50대의 아빠는 덤덤히 말했다.
근데 브랜뉴야
50대 되면 못하는 걸 할 기회 자체가 없어
아무도 내가 못하는 걸 안 시키거든.
아빠는 50대가 되니 자신이 못하는 일을 시켜주는 이가 전혀 없어지기에 못하는 것을 할 일도 없어졌다 했다. 취미가 아닌 이상 그 못하는 것으로 돈을 벌기란 불가능해진다고. 50대가 되면 점점 자기 고집이 세지는 것도 자신에게 틀렸다, 못한다 하는 사람이 점점 없어지기 때문이라 했다.
듣고보니 사실이었다. 그래, 지금의 나는 혼나면서도 돈을 받는다. 일을 못해도 일을 하니 돈을 받는다. 아직 20대라서 초보라서 라는 변명을 할 수 있다. 그런데 50대가 되면 내가 못하는 것에 일을 맡겨줄 사람은 없다. 굳이 나이든 고집 센 사람에게 일을 맡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 일단 20-30대, 내가 못하는 것만을 찾아 계속 끊임없이 해나간다면 그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이후 1년이 지나고 5년이 지나면 잘하게 돼서 잘하는 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내가 50대가 되었을 땐 20대에 내가 가장 잘한 것이 못하는 것들을 계속 도전해본 것이라 생각하지 않을까? 나의 생각은 점점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50대가 되어도 계속 배우고 말랑말랑한 생각을 하는 어른이 되고 싶다. 또, 잘하는 것이 많은 다재다능한 멋진 40-50대가 되고 싶다. 자기 말만 옳다 생각하는 노인이 되기는 싫다.
그러기 위해 지금 좀 더 혼나고 욕먹기로 했다.
어느새 지친 마음은 없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