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하면 어때
’B급 조연출의 일기’는 1년전 쓴 저의 인스타그램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수습기간 첫 출근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4시간동안 지켜본 결과 이 업무는 내가 4일의 수습기간 가지고는 소화할 수 없어보였다. 당장 오늘 다시 가서 못한다고 난 신방과도 아니고 처음부터 PD를 꿈꿨던 사람도 아니라 내용숙지에도 한계가 있다고 내게 너무 벅찬 일이라고 말하고 나올까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밥을 먹으며 엄마에게 어제 일을 말했다. 그러자
야, 그거 별거 아니야. 처음이라 그렇지, 두주만 지나면 정말 금방 익혀. 너같은 처음인 애들이 얼마나 많겠니? 다 그렇게 시작은 힘들어.
쳇. 자기일 아니라고.
너무 쉽게 말하는 엄마가 조금 미웠다.
그러고 1시간뒤,
친구와 카페에서 만나게 되었다.
친구는 한창 이직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녀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이직을 해야한다 했다. 그런데 걱정이 많았다.
친구 : 이직은 해야하는데 좀 겁이나. 내가 아직 이직하기에 부족한 건 아닌가 생각도 들고.
야, 부족한게 어딨냐.
완벽하면 팀장으로 가지.
2-3개월이면 금방 잘할거야.
그리고 못하면 어때.
친구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툭 던진 말이었는데, 말을 해놓고 보니 이 말은 나 스스로에게도 해줘야할 말이었다.
그래, 너 처음 대학생때 학원 아르바이트할 때 떠올려봐. 이걸 어떻게 니가 할지 감당안된다고 생각했잖아. 그런데 너 그때도 몇일만에 소화하기 시작했잖아. 너 습득능력 느린거 맞거든? 이해력 낮은 것도 맞어. 그런데 한두달 후에는 어떻게든 할걸? 일단 시작해. 그게 용기고 그게 자신감이야
라라랜드의 첫 곡 속 가사가 떠오른다.
빈털터리의 몸을 싣고 이곳까지 왔어.
용기인지 광기인지
시간이 말해주겠지.
나의 선택은 과연 용기일까, 광기일까.
2018.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