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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nU Feb 19. 2020

나는 봉준호와 같은 이력을 가지고 있다.



Bong Joon Ho!


코로나와 불경기로 나라가 팍팍했던 요즘, 먼바다 건너에서 들려온 봉준호라는 외침은 대한민국을 몇 날 며칠 들썩이게 했다. 지금은 조금 잠잠해졌지만 이번 주까지도 매스컴은 그의 삶에 대해 끊임없이 다루었고 짜파구리의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수혜자 : 농심)


솔직히 그의 기사들을 보기 전 그에 대해 대략 추정했던 이미지는 “부유하고 평탄한 인생”이었다. 영화라는 것이 워낙 돈이 많이 드는 사업이다 보니 그런 편견이 있었던 것 같다. 특히 그는 유독 일찍부터 인정받았으니 말이다.


기사를 보니 내 편견은 정말 잘못된 거였다. 그는 긴 생활고를 겪었고 심지어 다른 직업을 선택할 뻔도 했다. 천재, 세계적 거장이 말이다. 잔잔한 호수를 떠다니는 백조가 아래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물장구를 치는지 모르고 한 소리였다.


그런데,

이런 대단한 사람이 나와 교집합인 이력이 있었다니? 상상이 되는가? 전 세계에서 인정받은 감독과 한국에 사는 흔한 29살 직장인이 겹치는 이력이란 뭘까? 내가 영화 제작을 한 적이 있을까? 아님 학교가 같나?


모두 틀렸다


그와 나의 공통점은 결혼식 비디오 촬영 프리랜서.

내가 지금 주말마다 하는 일이 그의 조감독 시절 부업이었다.


전직은 아니지만 봉준호 감독은 조감독 시절 경제적으로 힘들 때 결혼식 비디오 촬영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한다. 그는 신부 아버지의 눈물 한 방울도 놓치지 않았고, 편집도 직접 했다며 "내가 생각해도 잘 찍었다"라고 자찬했다. 회갑잔치와 돌잔치 비디오도 찍었다.


누군가는 알바라고 무시하며 터부시 했을 이야기도 봉준호 감독은 거리낌 없이 자신은 결혼식 하이라이트를 참 잘 찍었다며 유쾌하게 말했다. 그에게 웨딩촬영 아르바이트는  시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했던 또 다른 예술활동이었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난 결혼식 영상 촬영일을 친구들에게 잘 말하지 않았다. 내가 결혼식 촬영일을 한다 하면 주위 사람들의 반응이 시큰둥했기 때문이다. 라디오 조연출을 할 때는 그렇게 멋지다 하더니 왜 그들의 반응이 달라졌나 했더니 라디오 조연출이 좀 더 간지 나는 일이었어서 그랬나 보다.


그런데 이 일이 봉준호 감독도 했던 일이라니. 이건 완전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된다. 세계적 거장 감독이 거쳐간 이력을 내가 하고 있는 거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성공한 콘텐츠 기획자가 걸어간 길 중 하나를 나 또한 걸어가고 있다니. 이건 나에게 큰 의미이자 확신이 되었다. 그건 바로 나의 지금 일이 결코 헛되지 않다는 확신.


솔직히 요즘 촬영 일을 그만두고 싶었다. 뭔가 내가 들이는 시간만큼 돈을 못 받는다는 생각도 들고 주말마다 시간을 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남자 친구도 내가 일을 그만두길 원했다. 계속 뭔가를 하는 내가 가여워 보였을 수도 있고 걱정도 됐을 것이다.


그런데 봉준호 감독님도 했단 이야기를 듣고 촬영 일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내가 영상 촬영을 하게 됨으로써  다른 기회가 생길  있다는 희망, 그리고 미래의 내가 봉준호 감독처럼 멋진 사람으로 성장할 거란 기대 등이 생겼다.


여하튼 봉준호 감독님 덕에  나의 주말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다.  자부심은  동안은 지속될 듯하다. 이제 누가 주말에 뭐하냐 물어보면 자랑스럽게 말할 것이다.


봉준호 감독님이 조감독  하셨던  하고 있어
(나도 그처럼 위대한 기획자가  거고)



 개간지나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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