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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nU Jul 12. 2020

나이 먹을수록 자기 검열은 필수

신입사원 강의에서의 첫 좌절



얼마 전, 회사의 십여 명 신입사원 앞에서 총 4시간 정도 강연할 일이 있었다. 그동안 대학생 또는 사장님 대상 강의는 많이 해왔지만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는 처음이었다.


준비를 하며 신입사원이 회사에 들어와서 처음 받는 교육이기에 실망시키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을 교육시킨다기보단 그들이 즐겁게 시간을 보내도록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 나의 교육 시간은 좀 가벼운 주제라서 주입식 교육 보단 참여형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팀끼리의 시간을 많이 만들었다.


이틀간의 교육은 생각보다 괜찮게 끝났고 나 스스로도 만족스러웠다. 발표 준비를 못하면 많이 떨었던 작년과 달리 초반에만 떨었을 뿐 그 후부터는 그 시간을 나름 주도적으로 잘 이끌었다 생각했다. 교육팀 담당자도 강의가 너무 좋았다며 칭찬해주었기에 내 자존감은 하늘 끝에 있었다.


한 주 후 어느 날 교육팀 담당자가 조심스럽게 나에게 익명의 강의평가에 대해 말해줬다. 강의 평가 점수는 그럭저럭이었는데 강력한 코멘트 한 가지 있었다고 말이다.


강제적으로 좋아요를 누르게 하고
마지막 한 명까지 체크하는 모습이 불편했음


사실 이 코멘트를 듣고는 심장이 쿵! 내려앉았고 너무 부끄러웠다. 내 생에서 강의에 대한 직접적인 혹평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저 코멘트가 무슨 말이냐면 두 번째 교육 시간 초반에 회사에서 만든 회사 유튜브 콘텐츠가 있었고 그것의 좋아요와 댓글을 달아달라 요청했는데 그것이 불편했다는 거다.


이제 막 들어온 신입사원들이고 회사 콘텐츠이기에 좋아요와 댓글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생각했는데 내 생각이 틀렸었다. 아무리 신입으로 들어왔다 하더라도 각자 개인의 콘텐츠 취향이 다르기에 회사 콘텐츠라도 강요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내가 너무 꼰대적 마인 드였던 거다.



감정 변화 4단계

1단계 : 화남

처음엔 인간이기에 그 말을 듣고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내가 무슨 대단한 것을 시킨 것도 아니고 회사 관련된 것을 요청한 것인데 그걸 왜 그렇게 부정적으로 봤을까.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라 생각하고 넘어갔으면 안 되나? 나 좋을라고 해달라 했나? 회사 좋은 거지?


2단계 : 인정과 반성

그런데 곰곰이 더 생각해보니 아무리 직원이라더라도 각자의 취향이 있기에 강제로 시키면 안 되는 거였다. 나라도 그건 싫었을 거 같다. 또, 좀 더 유머러스하게 좋아요와 댓글을 유도할 수도 있는 거였는데 나의 강의 능력이 부족한 것도 한 몫했을 것이다.


3단계 : 고마움

그리곤 고맙단 생각이 들었다. 이 친구가 익명 용기 내어서 말해주지 않았더라면 계속 역지사지로 생각하지 않고 강요하는 패턴을 고수했을 거다. 그러나 이 친구가 말해줬기에 난 다음 강의에서는 다른 친구들이 불편하게 느끼지 않고 참여할 방법을 고민할 것이다.


4단계 : 성찰

마지막으론 이것도 익명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 익명이 아니고 내가 30대, 40대가 되며 나이가 더 들면 나에게 옳은 말을 해주는 사람이 더 줄어들겠구나.. 내가 항상 옳지는 않을 텐데 이런 비판을 받았을 때 기분 나쁨으로만 끝난다면 나에겐 발전이 없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교육담당자도 내가 팀장이고 임원이었다면 이 코멘트를 전달해주지 못했겠지..


앞으로 의식적으로 자기 검열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스스로를 더 체크하는 습관을 가질 것이다. 이런 비판은 자주 받을 수 있는 게 아니기에 선물처럼 더 감사히 받고 겸허히 수용할 것이다.


유익한 비판을 무조건적으로 부정하면 발전 없는 사람이 된다고 생각한다. 난 발전 없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그렇기에 난 자기 검열과 비판 수용을 끊임없이 해야한다.


50대에는 싫은 소리를 들어도 너털 하게 웃음 지으며 그건 내가 생각 못한 부분이라고 미안하다며 상대방에게 고마움을 표할 수 있는...


노인이 아닌 어른으로 늙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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