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보통 친하지 않은 사람과 연애 이야기를 더 잘하는 편이다. 그 이유는 친하지 않을 때 가벼운 이야기 소재로 좋은 것이 연애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주제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야깃거리이기도 하고 하다못해 짝사랑 스토리 없는 사람은 없으니 막연하게 이야기하기 좋았다. 이야기하다 보면 공통분모가 생기고 각자의 벽도 자연스레 허물어진다는 느낌을 자주 받아 내게 편한 주제였다.
근데 오늘 당황스러운 일이 있었다.어쩌다 만난 사람과 할 이야기가 떨어져 가볍게 연애 이야기를 했었고이야기가 5분쯤 흘러가서 만나는 빈도수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내가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애인을 본다 하자 갑자기 그분이 소스라치게 놀라는 것이다.
그게 사귀는 거예요? 그거 좀 이상한 거 아시죠?
2년 전의 나 또한 전남자 친구와는 일주일에 한 번 만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주말에도 일을 하는 상황이었고 나도 주말에 라디오 조연출을 했기에 그 이상 만나기가 힘들었다.
그때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당시 난 그 상황이 너무 화가 났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보는 것에 불만이 가득했다. 사실 그게 헤어진 이유의 결정타였지.그런데 지금은 왜 그렇지 않을까?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보는데?
안부 : 매일 두 번씩 하는 통화
이전까지의 연애에서 나와 애인들은 메신저를 주로 사용했다. 나와 그들은 하루 종일 100개 이상의 카톡을 주고받았으며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지금 나와 내 애인은 하루에 20개도 안 되는 메신저를 주고받는다. 대신 매일 아침, 매일 밤 총2통의 전화를 한다. 그리곤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각자 업무 시간에는 웬만해서는 연락을 일절 하지 않는다.
메신저는 현격히 줄었지만 난 이 두 번의 통화가 16시간 하는 1,000개의 카톡보다 더 강력하다 생각한다. 카톡에는 표정이 없기에 오해를 하게 되기 마련이더라. 오해는 싸움을 부르고 싸움은 쓸데없는 감정 소모가 생기게 했다.
우리의 연애엔 이런 감정 소모가 거의 없었다. 전화로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 했고 몸이 멀리 있어도 함께 하는 기분이었다.
규칙 : 늘 같은 엔딩
우리의 하루 두 번 통화에는 무언의 규칙이 있다. 그건 바로 마지막을 반드시 무조건 '사랑해'로 끝내는 것이다. 내 연인이 처음 이 멘트를 했을 때가 사귄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때였는데 난 처음 이 멘트를 듣고 좀 헛웃음이 나왔다. 얘는 이 사랑이란 말이 뭔지 알고 쓰는 것인지(내 애인은 내가 첫 연애다.) 정말 사랑이란 단어를 쓸 정도로 나를 좋아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런데 이 멘트를 매일 듣다 보니 익숙해졌고 어느 순간부터 나 또한 사랑해라는 말을 하게 되었다. 이전 연애에서는 정말 가끔씩 쓰던 이 말을 매일 두 번씩 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말은 행동을 유도한다 했던가 이 말을 한 번씩 할 때마다 난 내 애인을 더 사랑하게 되었고 내 애인 또한 나를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
데이트 : 충실하게, 또 다정하게
우리는 하루만 보지만 그 하루를 정말 충실하게 보냈다. 온전히 서로에 집중하며 최대한 함께 경험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활동을 한다. 그렇기에 그 하루가 더 가치 있고 값진 기분을 준다.
또 내 연인은 참 다정하다. 그 동안 지난 연애에서 꽤나 다정한 사람들을 만났다 생각했었는데 그건 비교할 게 못 됐다. 난 그가 나를 위해 요리하고 선물을 준비하는 모든 것에 매번 감동하고 나 또한 다정해지기 위해 노력하게 됐다.
돌이켜보면 2년 전의 난 일주일에 한 번 만난 것이 불만인 게 아니었다.
아침에 누가 먼저 연락할 것인가 서로 간 보는 연락 패턴, 의미 없는 대화, 무성의한 만남,사랑없는 사랑 등이 불만이었던 것이다.
빈도수는 중요한 게 아니다. 많이 만나는 것이 유별난 것도 적게 만나는 것이 이상한 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