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상 따윈 없었다
태경은 부잣집 셋째 딸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의사를 하시면서 국회의원이었고 어머니는 요리 솜씨가 뛰어나 요리 프로그램에 나오는 멋진 사모님이었다. 태경은 어릴 때부터 위, 아래에 치여서 예쁨을 많이 받지는 못했다. 첫째, 둘째는 첫째, 둘째라서 부모님의 주목을 받았고 넷째는 막내라서 특히 이쁨을 받았다.
그리고 그녀가 대학생이던 시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때부터 그녀는 인생을 정면으로 마주하기 시작했고 제약회사 홍보팀에 입사한다.
어린 시절, 어린 내가 보기에 태경은 큰엄마보다 항상 덜 고생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큰엄마는 매주 친가에 방문인사를 갔으나 태경은 15년 전부터인가 친가 모임에 가지 않았다. 그때마다 큰엄마 혼자 며느리 노릇을 하는 것이 참 안타까웠고 왜 태경은 친가에 안 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 : 엄마, 엄마는 확실히 맏며느리상은 아닌 거 같아
태경 : 맞아
나 : 그치?
태경 : 근데 난 며느리상이 아니야(웃음)
태경의 말을 듣고 난 좀 멍해졌다. 그렇다. 생각해보면 며느리상 따위는 없다. 그 누구도 며느리가 되기 위해 태어나진 않는다. 생각해보니 큰엄마도 맏며느리상이 아니라 한 인간일 뿐이었다. 태경도 그저 태경이다.
태경은 누군가의 며느리보다 회사의 관리직이 더 잘 어울리는 여자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