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에서 엄마랑 뒹굴며 이야기 나누다가 했던 말이다. 당시 남자 친구가 없던 시점이었는데 나는 어디서 결혼할 것인지, 어떤 드레스를 입고 싶은지에 대해 엄마에게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했다. 부케는 송혜교가 했던 은방울 부케가 그렇게 이쁘다던데... 그럼 부케는 당연히 은방울 부케! 드레스는 몸매가 잘 드러나는 멋진 스타일로! 남자 친구도 없는 애가 모든 걸 다 정하고 있는 것을 보며 엄마는 코웃음을 쳤다. 매우 어이없어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의 나에게 결혼은 'Essential ending'(필수적 엔딩)이었다. 두 남녀가 긴 고난과 역경을 지나 새 하얀 미래를 그릴 마지막 세레모니 현장. 한국 드라마에서도 항상 마무리는 결혼이지 않는가? 부모님의 반대, 출생의 비밀, 주인공의 불치병 같은 어마 무시한 이야기는 16화 안에 모두 잘 정리되고 결국 결혼식에서 모두 웃고 있는 것으로 끝난다. 20대 중반의 내가 본 결혼은 드라마, 영화 속 사례뿐이었기에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일까? 난 결혼식 현장의 모든 것이 최고여야 한다 생각했다. 식장은 식장 중의 식장으로 해야 하고 부케도 꽃 중의 꽃을 해야 하고 드레스도 흠잡을 곳 없이 이뻐야 했다. 결혼식 날을 위해선 경락마사지를 20회는 받아야 하니까 결혼 준비는 1년 전부터 시작해야 하고 결혼식을 위해 얼굴을 건드리는 건 당연한 결정이라 생각했다. 그렇지 아니한가? 인생의 마지막 세레모니인데 가장 최고로 해야지! 어디 대충 대강이 가당키나 한가? 신랑도 남자 친구도 없던 나는 경락마사지 20회권 받는 곳을 열심히 검색했었다.
그 후 6년이 지나고 지금의 내 생각은 같을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완전히 반대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의 나는 신라호텔을 계약하지도 최고급 부케를 계약하지도 않았다. 당시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워 했던 스타 웨딩플래너를 언팔로우하진 않았지만 그녀와 함께 결혼식을 준비할 생각은 없어진 지 오래다. 물론 이전의 내 생각이 틀리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모든 사람의 생각은 다르고 각자의 생각도 다르기에 그 전의 생각이 틀리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렇게 말하는 것도 오만한 것이라 생각한다. 나만 맞고 남들이 다 틀린 것은 없다. 범죄만 아니라면야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것이다. 난 내 생각을 강요할 생각도 없고 이건 여러 의견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왜 이런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냐. 난 내가 이 모든 과정을 까먹기 전에 6년 동안 나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내 생각이 천천히 바뀌게 되었는지 브런치를 통해 말해보고 싶었다. 지금 쓰지 않으면 다 까먹을 것 같으니까.. 그때가 되면 또 아이가 생기거나 다른 일을 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시시해져서 글로 안쓸 지도 모른다. 그래서 난 이 글을 지금 쓰려한다.
이 글은 가능하다면 매주 연재할 예정이고 어쩌면 결혼식 날까지 써질 수 있다. 내 결혼식은 내년 여름쯤이지 않나 싶다. 내가 끈기를 가지고 글을 쓸 수 있도록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