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짐
’B급 조연출의 일기’는 1년전 쓴 저의 인스타그램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잠깐라디오상식
보통 ON-AIR가 되는 곳을 부스라고 하고 그 부스들과 라디오 제작, 진행을 하는 곳을 합쳐 부조(부조정실)이라고 부른다. 주말, 내가 있는 방송국 라디오 제1부조의 경우 아나운서 전용 부스, 메인 진행 부스, 교통리포터 부스 이렇게 3개 부스가 있다. 그리고 부조에는 연출(PD or AD)와 기술감독(ENG)이 있다.
오늘은 내가 가장 좋아하게 될 감독님과 업무를 처음 본 날이었다.
이 감독님이 좋았던 이유는 나에게 계속 알려주시고 공부하게 해주셔서였다. 사실 신입이 들어오면 자세히 알려주기 힘들다.
나 또한 신입까지는 아니지만 인턴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데, 본인 할 일이 많고, 애정이 없다면 신입에게 말 한마디 더 해준다는건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이 감독님께서는 자신이 누구고, 몇살인지 말해주시며 먼저 다가와주셨고, 내가 콜을 드렸을 때 어떤 버튼을 누르고 음향을 어떻게 조절하는지도 보여주시고 말해주셨다.
감독님께서는 끝나는 시간 직전까지도 잠시 짬이 나는 틈틈이 나에게 각 부스를 직접 문열어서 보여주시고 아나운서 부스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기계실은 왜 저렇게 기계가 많은지 등에 대해 말해주셨다.
마지막에 퇴근하시기 전 감독님이 말하시길 본인도 신중히 진행하시지만 내가 콜을 잘 못내릴 경우 우선 감독님 또한 작업을 멈출 것이기 때문에 정말 틀리면 안된다는 것을 한번 더 말씀해주셨다.
그만큼 너의 역할이 중요해
맞는 말인데도 부담 백배...
사실 2년 전 평일 출근하는 회사에 부서이동 후 처음 출근했을 때보다 떨리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당시엔 부서발령을 받고 출근해서 한동안 나의 역할이 뚜렷하게 정해지지 않았기에 2-3개월의 여유시간을 가지면서 새로 배울 것들을 천천히 배우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
또, 그만큼 초반에 부서에서 중요한 업무를 맡지 않았기에 그런 것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 라디오 조연출의 경우는 완전 달랐다. 완벽하게 진행되던 것을 내가 똑같이 완벽하게 진행해야하는 것이기에 너무 어려웠다.
그리고 그 역할이 단순한 것도 아니고, 3-4초라도 실수하면 경위서를 쓰고 심각한 ‘잘못’이 되기에 더 문제다.
실수는 ‘방송사고’가 되기 때문이다.
다음주 주말이면 다시 방송은 시작된다.
매우 무섭고, 마음의 짐이 크다.
내가 괜히 들어와서 이 방송국에 민폐를 끼치는 건 아닌지 심히 걱정이다.
2018.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