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Definitely, Maybe> 리뷰
한 달 전인가 영화 <나의 특별한 사랑이야기>를 봤다.
해외 원제목은 <Definitely Maybe>
두 제목 중에는 <Definitely Maybe>가 더 영화 정서를 잘 반영한 제목이라 생각한다. <나의 특별한 사랑이야기>라는 제목은 좀 단순해 보인다. 물론 한국 영화 담당자의 판단으론 기존 제목이 추상적인 단어라 모객이 어려울 거란 판단 하에 제목을 바꿨을지도 모르지만 내 생각엔 나의 특별한 사랑이야기는 이 영화를 많이 연구하여 나온 제목이 아닌 것 같다.
콘텐츠에선 제목이 절대 중요하다.
특히 영화에선 더더욱.
그래서 어떤 영화인데?
※ 스포 존재
이 영화는 이혼한 아빠가 딸에게 자신이 과거에 만났던 여인 3명에 대해 말해주는 사랑 이야기이다. 보통 아빠라면 딸에게 자신의 연애사를 이야기해줄 일이 "절대" 없지만 해당 남주인공은 딸이 간절히 원하자 말해준다. 아주 자세하고 정성 들여. 참 로맨틱하고 솔직한 캐릭터이다. 자신의 이전 연애사를 말해주는 아빠가 몇이나 될까?
아빠 첫사랑은 누구였어?
나 또한 고등학교 때쯤인가 아빠와 단둘이 자동차를 타고 가던 중 아빠의 이전 연애를 물어본 적이 있다. 주변에 연애사를 물어볼 정도로 친한 어른이 없었기에 그에게 물어본 것도 있지만, 그의 대학시절 연애라던가 그가 어쩌다 엄마를 만나 결혼했는지는 나에게 큰 관심이었다. 그 당시엔 공부 빼고 다 재밌었기에
그러나 나의 이런 질문들에 그는 공허한 웃음으로 대답할 뿐이었다. 내가 계속 물어보아도 별거 없다며 그는 말을 돌렸다. 딸에게 말하기엔 민망한 주제여서 그랬을까? 그는 나에게 단 하나의 단서도 알려주지 않았다.
어쩌면 그는 이미 자신의 사랑 이야기는 '엔딩'되었기에 이전의 이야기는 별거 없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그것이 세드엔딩이건 해피엔딩이건 이미 결혼이란 종착지에 도착했으니깐.
왜 이혼하셨어요?
남주인공은 영화 초반부터 스스로를 이혼남으로 소개한다. '이혼을 했다'하면 어쩌다 이혼을 했는지가 궁금하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남주인공이 '이혼남'인 것만 알려주고 ‘왜' 이혼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해주지 않는다. 대신 그가 '어떤' 사랑을 했었는지에 대해 긴 호흡으로 말한다.
관객은 초반에 그의 이혼사유를 궁금해하지만 어느새 그의 사랑이야기에 흡수된다. 그리고 그가 이혼했다는 사실을 잊은 채 그와 결혼한 여성, 딸의 엄마가 누구인지만을 궁금해하게 된다.
이혼하면 실패한 삶?
우리는 살아가면서 몇십 몇백 번의 수많은 실패를 경험한다. 그리고 성장한다. 그렇지만 아무리 경험을 많이 했다하더라도 단 한 번에 운명의 상대를 알아보기란 쉽지 않다. 보통 그것이 기회이고, 운명이었다는 것은 지나온 뒤에 알게 된다. 그리곤 후회할 뿐이다.
그렇기에 이혼도 그저 무수한 경험 중 하나일 뿐이다. 결혼하기 전까진 이 사람이 나와 맞는다고 확신할 수 없기에 누구나 완벽한 선택을 할 수 없는 것이다.
확신을 한다 해도 틀린 경우가 있는 것이 결혼이다.
회사를 잘못선택하여 이직할 수도 있는 것처럼 이혼도 누구 하나의 문제라기 보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경험이다. 그러니 이혼한 사람을 욕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남주인공이 딸에게 들려주는 사랑이야기는 결국 딸의 엄마가 에밀리였고, 그녀와 이혼한 것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영화 초반부터 그가 이혼했단 것은 알았지만 이미 남주인공의 사랑이야기에 몰입되었던 나는 그의 이혼이 현실이 아니길 바랬다. 그가 행복해졌으면 하기 때문이다.
나의 마음이 감독과 같았을까?
일반 영화였다면 여기서 엔딩이 났겠지만 이 영화는 그의 이야기가 ‘이혼’으로 끝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엔딩에서 남주인공은 딸의 조언을 듣고 자신의 진짜 사랑 에이프릴에게 본인의 숨겨왔던 진심을 이야기한다. 이혼이라는 경험을 했지만, 그 당시엔 진짜 운명인 그녀를 놓쳤지만, 지금도 변치 않은 자신의 마음을 그녀에게 표현한다. 떨리고 떨리는 마음으로.
그리고 그녀는 그의 진심을 받아준다.
이혼으로 끝났던 ‘-ed’ 과거형 그의 사랑이야기는 'ing' 진행형이 된다. 영화는 그렇게 그가 '다시' 쓴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Maybe happy ending 이다.
?
인생에 있어서도 'Definitely' Sad Ending은 없다. 자신이 어떻게 마무리 짓느냐에 따라 ' Maybe' Happy Ending일 수도 있다. 스티브 잡스도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나는 sad ending이 있었지만 자신의 노력으로 스마트폰을 개발하는 엄청난 happy ending을 다시 썼다.
’확실한’ 세드엔딩이었지만 자신의 진짜 사랑을 찾아 ‘아마도’ 해피엔딩인 상황으로 바꾼 남주인공처럼, 지금 당신의 인생이 세드엔딩이라면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시 해피엔딩을 써보는 건 어떨까?
당신의 엔딩은
당신만이 다시 쓸 수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