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잘한 일은 디자인을 배운 것
평범하기 싫어
마케터가 된 후로 사람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주는 것을 좋아하게 됐다. 다시 말해 어떻게 하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기쁘게 할지 고민하는 사람이 됐다.
이번 고3 친구들과의 엠티를 가기로 정할 때도 뭘 하면 친구들이 더 즐거워할까를 고민했고, 맞춤옷에 넣을 로고를 디자인하게 되었다.
디자인의 디도 모르는 컴공 출신
이 글을 처음 본 분들은 이렇게 그림을 그린 내가 디자인을 전공하였거나 원래 디자인 쪽에 관련 있는 사람일까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도 2년 전까지는 이런 그림을 내가 그릴 수 있다곤 상상도 못 했다.
나는 또한 디자인의 ‘디’자도 모르는 이공계생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3년 전, 마케팅팀을 들어오고 나서 선배가 가장 처음 하라 했던 업무가 콘텐츠 기획 및 제작이었다. 입사 전까지의 나는 사진도 잘 찍지도 못하고, 디자인 툴은 당연 다루지 못했기에 6개월간은 노가다식으로 사진을 찍는 방법을 배웠다.
나의 사수인 대리님은 디자인을 전공하셨었기에 그런 센스가 철철 넘치셔서 촬영을 할 때도 사물의 구도, 배치 스킬이 엄청났지만 나는 그런 센스가 1도 없었다. 왜냐하면 관심 없었으니까! 내 사진도 대충 찍는 아이 었으니까!
사진은 그렇게 어영부영 6개월찍으며 보냈다. 그러나 결국 포토샵과 일러스트를 배워야한다는 압박감은 찾아 왔다. 바쁜 디자인팀 담당님들에게 겨우 한두 개의 SNS 콘텐츠 계속 말로 요청하는 것이 미안했고, 사진을 찍어도 필수적으로 추가 편집해야하는데 그것 또한 요청하기가 민망해졌기 때문이다. 민망함은 어떻게든 내가 배워서 해내야겠다는 결심으로 바뀌었다.
디자인학원은 다니는게 아니야!
내가 처음 학원을 다닌다 했을 때 디자인 전공한 선배는 디자인 학원은 도움 안 된다고 독학하라 하셨다. 마치 코딩과 같이 누가 가르쳐준다기보다 어느정도 자신이 구현해내고 싶은 디자인이 있으면 직접 찾아가며 공부하는 것이 더 좋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내가 아는 나는 집에서는 절대 혼자 연습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또, 그 정도로 구현하고 싶은 디자인도 솔직히 없었다. 나는 ‘민망함’때문에 디자인을 배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쉬지 못하던 주말
컴퓨터학원의 포토샵, 일러스트 교육은 주말 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의 진행됐다. 두 달간 평일엔 일하고 주말에는 아침부터 오후까지 계속 교육을 들으니 지치긴 했다. 그러나 학원 선생님이 나를 이뻐해 주시고 계속 칭찬해주셔서 학원가는 길은 즐거웠다.
난 두 달이 지난 후 정말 많이 성장했다.
물론 두 달 배웠다고 해서 디자인을 디자이너급으로 잘하게 되고 그런 건 전혀 아니었지만 실무자와 디자이너에게 내가 원하는 기획 방향을 좀더 구체화하여 표현할 수 있게 되다 보니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고 일처리도 빨라졌다. 디자인을 배운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지금도 가끔 상상한다. 내가 만일 26살 때 품의를 올리고 디자인 툴을 배워야겠다고 말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지. 난 기획자니까 디자인은 몰라도 돼!라고 말하고 있었다면 어땠을지.
그랬다면 이렇게 가까운 사람들에게 재미난 이벤트를 해주는 쎈스조차 못 떠올리지 않았을까 싶다.
센스는 지식에서 나오는 거니깐!
다음주 이 로고를 봤을 때
친구들의 표정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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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으로 만든 현수막은 아직 비공개!
친구들이 많이 좋아할듯하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