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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nU Aug 08. 2019

고마워, 너 덕분에 이직하려고

너덕분에 한 결심


갑자기?


'갑자기'가 아니었다. 이직은 내가 언젠가 하려 했던 것이다. 물론 지금까진 말로만 했었지.


내가 지금 다니는 곳은 나의 첫 회사이다. 그리고 첫 회사가 주는 강력한 무언가는 있다. 익숙해진 환경, 친해진 동료들은 나의 이직을 당연히 망설이게 한다. 특히 4년간 내가 만든 네트워크는 쉽게 만들어진 것도 아니기에 이것을 한순간에 버리기란 쉽지 않다.


이직을 결심하게 하는 것은 사람, 연봉, 비전 이 세 가지 중 하나가 흔들릴 때라고 한다. 그런데 나의 경우 4년간 이 세 가지가 회사를 옮길 만큼 문제 된 적은 없었다.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은 있지만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더 많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모두가 마음에 들 수는 없기에 사람에 집착하지 않았다. 연봉도 내가 생각하기에 일하는 만큼 적당히 나왔으며 해당 회사는 어찌 됐건 흑자를 계속 내고 있기 때문에 비전이 나쁜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회사의 가장 큰 장점은 ‘교육’의 기회가 참 많은 곳이라는 것이다. 그룹 교육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매일 무료로 전화외국어를 하고, 읽고 싶은 책을 받아볼 수 있었다. 또, 해당 회사를 다니면서 내 업무에 도움이 될 교육을 직접 품의를 쳐서 올리면 모두 결재해주셨는데 그 덕에 디자인 툴(포토샵, 일러스트)과 영상 프로그램(프리미어, 에프터이팩트) 교육을 들어 현업에서 사용하며 실력을 키울 수 있었다. 이 회사의 모든 요소들이 나의 실력과 시야를 키워주고 있었다.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돈 벌며 자기 계발까지 가능한 회사라니 이보다 좋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이번 달 무조건 이직해야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이런 좋은 회사를 말이다. 두 가지 이유는 너무나 명확하고 강력했다.





걔 원래 그렇잖아.


사실 나의 상사는 '원래' 또라이인 것으로 소문난 사람이었다. 원래 그런 사람인 것을 모두가 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가끔 그녀의 지랄을 당하거나 보는 정도고 매번 옆에서 당하는 사람은 을 위치의 업체들 혹은 나였다. 그녀는 막대해도 될 것 같은 사람들에게 무참히 막대했다. 물론 한 가지 다행인 점은 그녀가 또라이라는 것을 모두가 안다는 것이었는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모두가 '걔 원래 그렇잖아'라는 생각에 나에게 가해지는 정신적 고통을 방치하고 있었다.


난 이 상황을 3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버텨왔다. 그녀가 그렇게 하는 것이 어느 정도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며 나를 자책한 적도 많다. 그러나 이번 7월 말, 그녀의 똘끼가 극대화된 날, 정식으로(?) 이직을 마음먹게 되었다.


난 더 이상 그녀가 내 상사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내가 이렇게 배울 것 없고, 막돼먹은 상사 밑에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기 힘들었고, 혹시나 그녀에게 무의식적으로 안 좋은 점을 배워 그녀와 닮아질 것 같아 무서웠다.


또, 그녀는 나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나를 늘 무시하며 내가 진행한 일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 말했다.


난 하도 그런 말을 듣다 보니 나 또한 내 능력을 그 정도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다른 이들에게 이 상황을 이야기했고, 그들은 크게 화내며 내가 진행한 일들이 누구나 할 수 있던 일이 아니라고 그 상사가 잘못됐다고 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 사람의 부정적이고 남을 무시하는 말과 생각이 나를 잠식하고 있는 것을. 그리곤 결심했다. 더 이상 나의 가치를 몰라보고 낮추는 사람 곁에 있으면 안 되겠다고.



막다른 골목


내가 이직을 생각하게 만든 두번째 요소는 내 커리어 상 지금 있는 회사가 애매하다는 것이었다. 현재 나의 업무는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 성장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온라인 마케팅을 하고는 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온라인 마케팅을 좀더 효과적으로 진행하려면 온라인 유통업계로 가야 한다. 난 나의 프로모션 효과를 데이터로 보고 싶은데 데이터들이 마구 섞여있는 지금 회사 시스템 안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현 회사 특성상 관리자 위치로 올라가면 영업으로 순환보직을 하기 때문에 영업으로 가야 한다. 이 상황도 싫었다. 나의 업무는 경력으로 인정되어 쭉 올라가야 하는데 그렇게 안 될 것이 빤히 보였다. 그렇기에 30살이 넘어가기 전, 그리고 결혼을 하기 전 이직은 필수 상황이었다.

(결혼을 하게 되면 이직이 더 힘들어진다.)




지난주 처음으로 이직 지원서를 썼다. 연봉도 현재보다 천만 원 높게 썼다. (더 높게 쓸걸 그랬나?) 경력직은 되기도 힘들고 돼서도 힘들 것이다. 들어가서도 경력직이기에 실수가 용납되지 않고 적응시간도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번 기회를 통해 난 성장할 것이란 거다.


물론 떨어질 수도 있겠지.(떨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러나 이직을 성공하던 안 하던 준비를 통해 성장하는 것 또한 있다. 저번 주 지원한 회사에서 오픽을 본다 하여 오랜만에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 고통 속에 기회가 생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영어공부가 즐겁다.


이 기간이 끝나고 경력직 이직에 대해 글을 쓰게 되면 좋겠다. 어찌 됐건 안주하던 나의 삶에 동기부여를 해준 그녀에게 감사를 표한다. 헤어질 때는 꼭 그동안 고마웠단 말을 할 것이다. 물론 지금은 욕만 하고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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