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없이 0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
난 4년 차 온라인 마케터이다. 전문가라고 절대 말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성공 혹은 실패의 레퍼런스를 가진 마케터가 되었다. 몇 개의 마케팅 성공 사례를 만든 경험이 있고, 회사 내에서 수치적으로 인정받은 경험도 있다.
그런데 저번 달부터는 초짜 프로그래머가 됐다. 처음으로 파이썬이란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고 있는 중이다.
솔직히 프로그래밍은 계속 어렵고, 어색하다. 매주 과제를 낼 때면 미루고 미루다 전날에 벼락치기를 한다. (지금도 사실 공부하기 싫어 글을 쓰는 중이다.)
나도 사람인지라 잘하는 것만 하며 잘하는 것만 계속 뽐내고 싶다. 그리고 그게 나에게도 편하다. 어쩌면 내가 이렇게 다른 분야에 기웃기웃할 시간에 온라인 마케팅만 파는 다른 경쟁자는 10년 후 온라인 마케팅 전문가가 될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한 분야를 깊게 잘 파는 사람이 있는 반면 스스로를 여러 분야에서 0으로 돌려놓으며 성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I’m studying
스타강사 김미경 선생님은 강연의 대가가 되었지만 거기서 안주하지 않는다. 자꾸 새로운 무언가를 공부하신다. 그중 하나가 영어인데 그녀는 꿈이 생겼다고 한다. 후에 외국에서 영어로 강연을 하겠다는 꿈. (이미 ‘세바시’라는 강연 프로그램에서는 영어로 강연을 진행하기도 하셨다.)
어쩌면 그녀 또한 20년 넘게 강사일을 했기에 학생 신분으로 돌아가려 한 것은 엄청난 결심이었을 지 모른다.
게임을 예로 들어보자. ‘마법사’ 만랩에 가까운 캐릭터를 키우다가 그 캐릭터를 잠시 놔두고 ‘전사’ 초보 캐릭터를 다시 키우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이전의 만랩 캐릭터를 가지고 나올 때와 전혀 다른 대우를 받게 되는데 예를 들어 이전 만랩일 때는 너도 나도 같은 팀을 하고 싶은 파트너지만 초보가 되면 피하게 되는 상대가 된다. 또, 다신 하기 싫은 초짜일 때 하던 ‘막일’ 작업을 필수적으로 다시 해야만 한다.
그녀 또한 처음 새로운 것을 학습할 때 당황스럽고, 어려웠을 것이다. 맨 위에서 아래로 내려온 그 느낌. 그러나 그녀가 처음의 자리, 0으로 돌아가지 않았다면 그녀는 영어로 강의한다는 꿈을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일에 금방 싫증 내는 사람은 ‘깊이’보단 ‘폭’을 잘 넓히는 사람이다. 만일 자신이 어떤 일에 금방 싫증내고 새로운 것을 찾는 성격이라 스스로를 자책해왔다면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깊이는 별개의 문제다. 뭐든 쉽게 싫증 내어 도전하는 것도 좋은 습관이 된다. 선택지를 넓혀야 그중 하나를 고를 수 있지 않나? 아니, 그렇게 넓혀진 선택지는 하나가 아니라 두 개, 세 개도 같이 고를 수 있게 만들어준다.
지금 당신은 어떤 것이 나에게 ‘맞고 안 맞고’를 확인하는 과정일 뿐이다.
나는 실패하지 않았다. 나는 단지 효과가 없는 10,000가지 방법을 발견했을 뿐이다
-에디슨-
맞으면 좋은 거고, 안 맞아도 나랑 안 맞는 한 가지를 더 찾은 것이다. 나 또한 이번에 프로그래밍 언어인 파이썬을 배우며 데이터로 말하는 마케터가 되는 것을 꿈꾸고 있지만 어쩌면 내가 나중에 파이썬이 싫어져 안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럼 어떤가. 난 내가 싫어하는 하나를 찾았을 뿐이다.
인생은 길다. 당신도 늦지 않았다.
계속 섣부르게 판단하고 계속 0으로 돌아가라.
외쳐보자. 아님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