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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nU Jun 09. 2019

홍콩 센트럴 역 앞 수만 명의 여성들은 누굴까

필리핀 가정부 ‘아마’

20190609



위의 사진은 당신이 만일 주말에 홍콩에 와본다면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나는 6년 전 홍콩을 여행으로 처음 방문했었다. 그 당시 이 모습을 보았을 때는 홍콩 주부들의 계모임 혹은 소풍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홍콩의 야외 문화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다음 날에 지나가면서 그들의 모습을 자세히 보니 홍콩 사람들과 어딘가 좀 다르게 생겼다. 그리고 상자를 얼기설기 엮어 자리를 잡는 모습이 한두시간 있을 심산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말도 안 되는 홍콩 집값


홍콩은 월급에 비해 집값이 너무 높다. 2016년도 HK Magazine에 따르면 금융업 종사자의 연봉이 3,500만 원 정도라고 한다. 3년 전의 조사자료이니 지금은 적어도 4,500만 원은 되겠지만 1평 조금 넘는 방을 얻는데 월 100만 원이 넘게 드는 홍콩의 집을 고려하면 한 식구가 살아가는데 4,500만 원의 연봉은 매우 적어 보인다.

1평 조금 넘는 방을 얻는데
월 100만 원이 넘게 드는 홍콩의 집


그렇기에 홍콩은 보통 결혼을 하면 맞벌이를 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상황에서 홍콩 정부는 초등학교 때까지 아이들을 혼자 두면 안 되는 법을 만든다. 아니, 아이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의도는 좋다고 생각하나 그럼 부모들은 얼마나 힘들란 말인가. 이건 아이를 낳지 말라는 것 아닌가.


아마의 탄생


홍콩 젊은 부부들은 법을 지켜야 하는데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생계가 팍팍한 상황이니 자신들 대신 아이를 돌봐줄 보모가 필요했고, 홍콩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싼 필리핀 가정부를 고용한다. 필리핀 가정부의 경우 인건비도 싸지만 영어를 할 수 있기에 아이들의 선생님 역할까지 가능하다.

반면 필리핀 가정부의 입장에서는 필리핀에서 보다 3배는 높은 월급을 받을 수 있으니 그 점이 매력적이라 홍콩으로 오게 된다. 이렇게 홍콩으로 가정부를 하기 위해 오는 동남아 가정부는 ‘아마’라고 불려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여기서 홍콩 정부가 추가로 또 내놓은 법이 있으니 바로 주말에는 아마를 집안에 두지 말라는 것이다.  

홍콩인 입장에서는 주말 수당이 안 나가니 좋고, 가뜩이나 좁은 집에 가족들만 돌아와 함께 보낼 수 있으니 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면 법에 의해 일하는 집에 있을 수 없는 아마가 있을 수 있은 곳은 어딜까?

관광객들이 있는 호텔? 아니면 홍콩인들도 비싸서 벌벌 떠는 4-5평짜리 아파트? 비싼 땅값을 자랑하는 홍콩 땅에서  ‘아마’가 지낼 곳은 없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풍경이다. 6년 전 홍콩에 왔을 때도 이런 풍경이었는데 6년이 지났어도 똑같다니...

어째서, 홍콩 정부는  홍콩 인구의 8%를 차지하며 경제 공헌도가 14조 인(아시아투데이 2019.03.07 자료) 아마의 거주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걸까?


고민의 홍콩 정부


그런데 생각해보면 홍콩 정부도 난감할 것 같다. 아마의 주거 문제는 해결해야 하지만 이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기에는 나머지 92%의 홍콩 국민들도 살기가 그리 넉넉한 것은 아니다.


서울도 비싼데 23위라니..


초반에도 말했듯 홍콩의 집값은 현재 살인적이이다. 부엌에 변기가 있는 곳을 집이라 부르며 사는 홍콩 젊은이들도 많다. 이 와중에 타국의 가정부까지 고려하기엔 국가 예산은 한정돼있을 것이다. 또 국민의 반발은 오죽 심하겠나.


월 70만원짜리 홍콩집


국민 입장에선 당장 자기 자식이 밥을 굶는데
남의 자식에게 밥을 주는 것 같아 보일 수 있다




어떤 아마는 자신들의 삶의 만족도가 자신이 일하는 가정집 부부의 삶의 만족도보다 높은 것 같다고 말한다. 이들은 자국에 남아있는 친구들보다 3배 높은 월급을 받으며 필리핀의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주고 있기 때문에 주말에는 밖에서 자야 하는 상황이지만 뿌듯함과 자신이 자국에 돌아가면 더 나은 삶을 살 거라는 믿음이 있다. 그러나 현재 홍콩 젊은이들은 열심히 돈을 모아도 50평대는커녕 20평대 집도 사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현상은 홍콩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경유지로 온 홍콩에서 생각이 많아졌다. 가벼운 마음으로 관광지로 온 홍콩의 모습은 6년 전과 다를 바 없이 더 나아진 것이 없어 서글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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