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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nU Jun 03. 2019

유럽여행 중 프러포즈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꽃과 편지

20190602


유럽의 어느 꽃가게 사진


유럽은 신기하게 꽃이 정말 싸다. 이곳은 싼 꽃다발은 3.5유로인데, 한국에선 저 정도 꽃이 2-3만 원은 줘야 한다. 한국에서 꽃값은 살 때마다 나를 놀라게 한다. 한송이 장미도 꽤 비싸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꽃을 잘 안 사서 비싸진 건지 꽃이 안 나는지 잘 모르겠다. 네이버에 검색해도 이유는 안 나온다. 짐작해보자면 수요(꽃을 찾는 사람들)가 많지 않으니 공급(꽃을 재배하는 사람들)이 적고, 그러니 가격도 올라가는 것 같다.


그래도 요즘에는 스노 폭스 플라워라던지 꾸까(꽃 구독 서비스)와 같은 업체들이 생겨서 가볍게 꽃을 즐길 수 있어졌지만 아직도 꽃 문화가 한국에 정착되진 않았다.

사실 꽃 선물은 상대방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기 좋은 가장 담백한 수단이다. 꽃을 받았을 때 화가 날 사람은 꽃일러지가 있는 사람뿐일 것이다. 물론 꽃은 화해용으로도 제격이다. 꽃 선물은 그 꽃집에 들어가는 모습부터 꽃을 고르는 모습까지의 모든 과정을 담고 있기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한다.

압권은 꽃을 살 때 꽃말을 생각하고 꽃을 고르는 것이다. 그것은 그 사람에게 단순히 꽃을 선물한다가 아니라 낯부끄러워 말하지 못했던 달콤한 맨트도 선물하는 것이 된다. 당신에게 사귄 지 얼마 안 된 연인이 있다면 열렬한 사랑을 뜻하는 붉은 장미를, 오랜 기간 함께 한 연인이 있다면 변함없는 사랑을 뜻하는 백합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꽃말을 상대방에게 맞춰 보라 하여 찾게끔 한다면 그보다 더한 프러포즈는 없게 된다.



중학교 때는 요란한 청혼을 꿈꿨다. 모두가 부러워하도록 큰 이벤트를 준비해주는 남자와 결혼을 하겠다고 말이다. 그런 이벤트도 못해준다면 결혼을 할 의미가 없다 생각했다. 그런데 이젠 생각이 바뀌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진지한 눈빛으로 꽃과 편지를 준비하여 떨리는 목소리로 결과가 어떻게 날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와 결혼해줄래란 질문을 던지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프러포즈는 싫어졌다. 선물은 꽃이면 될 것 같다.


내가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옆에 30대 후반이 돼 보이는 스페인 남성분이 자연스럽게 3.5유로 꽃을 구매해갔다. 그는 누구에게 줄 꽃을 산 걸까. 부인에게 주기 위해 산 갓일까. 여자 친구일까. 유럽에 살고 싶다는 생각은 없지만 저런 꽃을 한 달에 두어 번 받을 수 있다면 살고 싶다란 생각이 잠깐 들었다.


-바르셀로나로 가는 렌페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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