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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nU Jun 07. 2019

20대 끝자락, 늦었지만 호스텔 경험기

젊을 때 호스텔을 경험해야 하는 이유

20190606


유럽에는 학생 시절 두 번 와봤다. 두 번 모두 엄마와 함께 왔고, 일반 호텔들이 비싸기에 한인민박, 호텔 혹은 스튜디오를 빌려 잤다. 7년 전 스튜디오 빌렸다 하면 지금의 에어비엔비 같이 유학생이나 멀리 여행을 떠나는 가족들이 집을 빌려주는 개념인데, 난 리얼한 프랑스 가정집을 살아볼 수 있단 점이 참 좋았다. 거진 7년이 다 된 지금도 그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집 구조 심지어 향기까지 생생하게 기억나는 걸 보면 그 집이 썩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이번 유럽여행에서도 가장 고민스러웠던 건 숙소였다. 4년 차 직장인이 되었다지만 유럽 호텔값은 여전히 부담스러웠다.

처음 잡은 10일 여행 총예산은 200만 원인데 기차, 비행기를 포함한 교통비를 120만 원 잡았을 때, 하루에 최소 15만 원씩 드는 호텔 숙소비용은 절대 감당할 수 없었다.


가뜩이나 스페인 물가도 비싸서 먹는 것에 많은 비용이 들어갈 텐데 겨우 숙소 때문에 맛있는 음식을 맛볼 기회를 놓치긴 싫었다. 다행히도 Jen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고, 난 그녀의 제안에 따라 비용도 아낄 겸 잠은 호스텔에서 자기로 했다. 둘 다 자는 곳에 크게 괘념치 않는 쿨한 성격 덕에 가능한 전개였다. 숙박으로 남는 돈만큼으로 박물관을 가고, 맛있는 밥을 먹기로 했다.

사실 숙소에 도착하기 직전까지도 호스텔의 개념을 정혀 몰랐다. 한인민박 이런 곳만 알았지, 모든 국가의 젊은이들이 함께 모이는 곳인 호스텔이 상상이 안 갔다. 어린 시절, 어른들이 유스호스텔에서 잤던 이야기를 한 것을 들은 기억만 있었다. 내가 들었던 이야기는 유스호스텔에서 물건이 사라진 일, 한 명이 코를 골아 한숨도 못 잤던 일같이 안 좋은 것뿐이었다


나의 첫 호스텔(2060 newton hostel /1박 26유로)은 마드리드 솔 광장에서 가까워 교통편이 좋았다. 숙소의 외관은 말끔했고, 지어진 지 얼마 안 되어 보였다.(실제로 1년 됐다고 한다.)


나의 두 번째 호스텔(primavera hostel / 1박 30유로)은 바르셀로나 파밀리에 성당에서 가까웠고, 가정집처럼 분위기가 따뜻했다. Jen은 나중에 호스텔을 운영한다면 꼭 여기처럼 운영해보고 싶다고 했다. 부엌, 화장실 모든 공간이 아름다웠다. 나 또한 나중에 결혼을 하여 집을 인테리어 한다면 이렇게 꾸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세 번째 호스텔(motion hostel / 1박 12유로)은 마드리드 심장부인 Gran via 거리에서 2분 거리에 있었다. 배드 버그가 많다고 구글 리뷰에 나왔었지만 다양한 리뷰들로 인해 한번 청소를 했는지, 생각보다 깨끗했고 이 가격으로는 절대 다른 곳에서 잘 수 없을 거기 때문에 너무 좋았다.

호스텔은 보통 남녀 혼숙부터 여성전용, 8 베드에서 2 베드까지 정말 다양했다. 우린 싸게 가야 했기에 남녀 혼숙도 썼는데 같은 방 외국인 친구들은 쿨하고 친절했다. 이제 호스텔 생활이 익숙해진 4일째 시점에서 젊은 나이에 호스텔에서 자봐야 하는 이유를 몇 개 써보려 한다. 결국 호스텔 장점만 쓴 꼴이 되었지만




1. 가격이 싸다


이건 가장 중요한 요소다. 호스텔은 비수기에 2-3만 원이면 하루를 지낼 수 있다. 유럽같이 식사 한 끼에 1-2만 원이 기본인 나라에서 2-3만 원에 잠을 잘 수 있는 건 엄청난 일이다. 물론 동남아에서는 3만 원으로도 실외 수영장이 있는, 5평 이상의 방을 숙소로 쓸 수 있는 호텔이 있지만 유럽은 기본 비즈니스 호텔이 15만 원 이상이다.


내가 가장좋아한 프리마베라 호스텔
예쁜 부엌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2. 다양한 인종들과 소통하고, 문화를 이해한다


한국에서는 외국인과 이야기할 기회가 없다. 그렇기에 그들이 뭘 좋아하고 어떤 음악을 듣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들과 소통하고 어울리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 친구들의 문화를 알게 된다. 외국에 나오게 되면 내가 얼마나 이 세상에서 작은 존재인지 깨닫고 기존에 지니고 있던 쓸데없는 고정관념들이 깨져서 좋다. 특히 몇몇 호스텔에서는 파에야 만들기, 다이닝 파티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으니 해당 프로그램을 고려해서 호스텔을 잡는 것도 좋다. 프로그램을 통해 또 다른 친구를 사귈 수 있다.


남아공에서 온 언니와 맞은편 침대를 썼다


3. 어찌 됐건 영어를 쓴다


한국에선 정말 영어를 쓸 일이 없다. 내가 해외영업팀 혹은 글로벌소싱팀 같은 곳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기에 영어를 쓸 일은 1도 없다. 그런데 호스텔에서는 같은 방 사람이라면 헬로 하고 통성명을 하며 시작해야 하더라. (서로의 신원을 어느 정도 알아놔 이후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으니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린 각자의 나라, 오게 된 계기, 간 곳 등등을 말한다. 만국 공통어 영어로.. 그러니 영어를 쓸 수밖에 없다. 그렇게 영어로 소통하다 보면 그들이 자주 쓰는 용어를 자연스럽게 따라 쓰게 된다. Perfect, Cool, No way 등등 나도 모르게 같이 쓴다. 생존을 위해 쓰는 언어가 빨리 는다 하지 않는가? 이게 바로 그란 맥락이다.


마드리드거리에서 결혼사진을 찍는 신혼부부


4. 사람에 대해 다양한 경험을 한다


여행 자체가 인생을 압축파일 한 것처럼 여러 경험을 하게 해 주지만 호스텔은 ‘사람’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실 초중고 때 이후 모르고 성격이 안 맞는 사람들과 한 데 부대껴서 잘 일이 없다. 그런데 호스텔에선 그게 가능하다. 그렇기에 숙소안의 신경질적인 사람, 매일 바빠 보이는 사람, 걱정이 많은 사람 등등 정말 다양하게 겪을 수 있고, 그 속에서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이 생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만날 여러 사람들의 유형을 미리 겪어보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그런 상황에 대해 놀라서 허둥지둥하게 하지 않으며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기 때문이다. 물론 나의 숙소 메이트들은 다 좋았기에 아직 다양한 사람을 보진 못했지만 세상은 넓고 이상한 사람은 많을테니 언젠가 겪게 될 듯 싶다.


한국을 가리키는 중!




호스텔 장점 4가지를 써보았다. 일부러 ‘젊을 때’란 가정을 한 이유는 나쁜 경험이든 좋은 경험이든 모든 것을 일찍 경험할수록 좋기 때문이다.


문화를 포용하고 사람에 대해 이해하는 세포는 20대 때부터 키워야 40대 이후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난 늙을수록 겸손해지고, 작은 것에 화내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를 위해서 호스텔은 좋은 경험 같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이가 한 번쯤은 젊을 때 호스텔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읽는 순간이 당신의 가장 젊은 시절이다!


Gracias! (감사합니다의 스페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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